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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26. 2022

한 뼘 동화 13

주객전도

유명 전자에서 최신 스마트폰 1000대를 한정판으로 출시하였다. 출시 기념으로 대대적인 이벤트도 열었다.

"사랑이  넘치는 사진을 응모해주세요. 10명을 추첨하여 최신폰을 무료로 드립니다."


소문은 하루아침에 퍼졌다. 너도 나도 사랑이 넘치는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연인, 부부, 형제, 친구사이라면 누구든 사진을 찍고 응모를 했다.


지네도 그랬다. 더군다나 연지 아빠는 한정판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연지 아빠는 그 최신 스마트폰을 꼭 가지고 싶었다.

아빠는 연지에게 다양한 포즈를 구했다.

"연지야, 강아지 좀 안아봐."

연지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얼굴을 비볐다. 연지는 예뻤지만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지야, 엄마를 뒤에서 꼭 안아봐."

연지는 엄마를 뒤에서 껴안았다. 이번에도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지야, 아빠한테 웃으면서 뛰어와봐."

연지는 아빠에게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다. 하지만 아빠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연지야, 손가락 하트 좀 만들어봐."

"아니야, 손하트가 낫겠다."

아빠는 하루에도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고를 수 없었다.


이벤트 공모전이 하루 남았다.

연지 아빠가 찍은 사진을 고르며 툴툴거렸다.

"도대체 사진에 사랑이 넘치지가 않아. 이것 갖고는 당첨되기 어렵겠어. 연지한테 꽃을 들라고 할까?"


그 모습을 본 연지는 속이 상했다.

'아빠는 그 스마트폰을 너무 사랑하나 봐. 나는 이용만 하고.'

연지는 더 이상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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