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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Aug 03. 2022

한 뼘 동화 17

맨날 지는 이유

"이게 맞아, 맞다니까!"

지우가 티셔츠를 거꾸로 입고 말해요. 티셔츠 뒤쪽에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있거든요.

엄마는 한참을 쳐다보다 말했어요.

"그래, 그래. 지율이 마음대로 입어."

지율이는 거꾸로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지안이가 한숨을 쉬었어요.

"에휴, 엄마는 맨날 지율이한테 진다니까."


"간단하게 라면 어때?"

아빠가 엄마에게 라면을 먹자고 했어요.

"아침부터 무슨 라면이야. 그냥 있는 반찬으로 먹어."

아빠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래, 그래. 밥 먹자."

엄마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요.

옆에서 지켜보던 지안이가 한숨을 쉬었어요.

"에휴, 아빠는 맨날 엄마한테 진다니까."


"왈왈 왈왈왈!"

강아지 동동이가 아빠에게 목줄을 물고 왔어요.

같이 산책을 가자는 신호예요.

"알았어, 이것만 하고 나가자."

동동이가 스마트폰 게임하는 아빠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왈왈 왈왈!"

동동이가 삐진 듯 짖었어요.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아빠는 동동이가 좋아하는 공을 구석으로 던졌어요.

동동이가 신나서 공을 물고 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안이가 한숨을 쉬었어요.

"에휴, 동동이는 맨날 아빠한테 진다니까."


대학생 외삼촌이 방학이라 놀러 왔어요. 외삼촌은 지안이와  신나게 놀아주었어요. 그런데 신나게 놀다가도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모든 걸 멈추고 전화부터 받았어요.

"응, 그래, 그래.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미안해."

지안이는 한숨이 나왔어요.

"삼촌, 왜 맨날 지는 사람만 져?"

그러자 삼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더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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