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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튜나 Mar 31. 2024

[레이시즘]: 인간의 본성적 '혐오'와 '불안'에 대해

"레이시즘의 본질은 인종 차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인간의 강박이 표출된 것이 결국 레이시즘이며, 그 강박이란 자신의 집단이 특별히 가치 있으며, 그 가치가 약해지면 온갖 귀한 것들이 스러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 [Racism], Ruth Benedict, 1940



    레이시즘을 연구할 때에는 '인종 차별'이라는 4글자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 된다. 이는 오랜 인간사에 이미 나타났던 다양한 혐오와 구분짓기의 현대적 형태 또는 양식일 뿐이며, 결론적으로 앞서 나타났던 다른 형태들을 알아야 레이시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베네딕트는 레이시즘에 대해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첫번째는 인종, 두번째는 레이시즘 그자체로, 인종 부분에서는 역사적으로 행해졌던 인간의 분류와 문화적 혈통 및 우월성 등에 대한 연구를 검토함으로써 그동안의 연구가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왜곡된 해석들로 가득했는지를 비판하고, 레이시즘 부분에서는 레이시즘이라는 일종의 자기집단적 신격화 작업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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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시기 인간에 대한 연구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뷔퐁의 분류와 함께 인간을 분류하고자 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전히 종교적 세계관이 강한 시기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인간의 형태나 모습은 신의 다양한 사색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간되면서, 다양한 인종에 대한 논쟁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서로 다른 개체라고 인식되었던 다양한 인간이 다윈의 연구를 통해 하나의 계통수에 속해 있는 모두 같은 '인류', 즉, 학술적으로 이해하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서 동일한 인간으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모두가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인, 흑인, 황인 등 인종의 구분을 자연스럽게 해오던 사람들로부터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서구 사회 내에서는 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에 따라 다윈이 제시했던 종의 기준, 상호 생식이 가능하고 그 후손도 생식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와 별개로, 다른 생물학적 기준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결과적으로 피부색, 두지수(머리 길이와 너비의 비를 수치화한 것), 모발 형태, 눈동자 색 등의 주제들을 가지고 인간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요약 정리하자면, 이러한 기준으로 특정 인종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모든 인간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 만에 하나 특정 기준을 세워 그 안에 속한 인간만 따로 분류한다고 해도, 이를 특정 국가나 문화권과 동기화 하려는 작업, 즉, "스웨덴 인은 금발에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며 눈동자가 파란 사람이 다."라는 명제를 만들어내려는 작업은 매우 비과학적, 비논리적이며 역사/문화적 맥락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모든 스웨덴 인이 해당 기준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인간은 다양한 유전자의 혼혈, 교잡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특수하게 순수한 인종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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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레이시즘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특정 인간 집단을 우월하거나 열등하게 구분하는 작업은 생물학적 영역에서는 전혀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으며, 결국 사회문화적 영역에서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베네딕트에 의하면 "레이시즘은 과학적 지식을 뒤튼 결과물이며, 계속해서 특정 집단의 우위를 설파하기 위한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 집단은 설파자 본인이 속하는 계급이나 국가이며, 그는 자신의 집단이 영원히 지고의 위치를 차지하리라 믿고 싶어한다." 즉, 매우 정치적이며 이기적인 문화현상인 것이다. 여기에는 실행자의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실제로 이익을 보기까지 했으며,  결국 레이시즘이 완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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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시즘에서 나타나는 인종 박해는 종교 박해와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른 종교를 믿거나 기독교를 배척하는 인간을 이교도로 규정함으로써 같은 인간이지만 공개적으로 혐오하고 심지어는 '신의 이름으로' 목숨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레이시즘 또한 특정 피부색이나 언어, 문화적 집단을 인종으로 규정해 자기들의 사회에서 배척하고 떠나가게끔 만든다. 이 책이 쓰여졌던 시기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아리아인 추앙이 매우 활발하게 나타났다. 이 기저에는 의도적으로 아리아인을 강조함으로써 독일인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반유대정서를 통해 분산된 대중의 힘을 한 곳으로 모으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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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며, 그들로부터 불안해하는 심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인간의 오랜 강박, '자신의 집단이 특별히 가치 있으며, 그 가치가 약해지면 온갖 귀한 것들이 스러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전 세계가 '표면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종이라는 자리를 대체할 박해의 새로운 아이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수준, 계급이 있고, 학벌도 그런 것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들은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레이시즘, 포스트 레이시즘이 될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이들을 사랑으로 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적 혐오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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