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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Aug 02. 2022

감정쓰레기를 비워주세요

진로에 대한 오랜 방황 뒤 교사가 된 고등학교 친구에게 오랜만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내 전화를 받자마자 교사생활의 힘든 점, 고민, 푸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수업과 학생에 관한 것이었다.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준비가 되었는지 예민하게 확인하고,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과 더욱 친밀한 라포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 고민을 표현할 때 친구는 수업이 두렵고, 학생이 밉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갖는 스스로가 더욱 혐오스러워서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지경이라고 했다.

친구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친구는, 자신만의 수업 스타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싶어하고 학생들을 애틋하게 여기고 사랑했다.

두려움은 보통 우리가 꼭 해야하는 일을 완벽히 하고 싶을때 찾아오는 것 같다. 또, 미움사랑이라는 감정을 밑바탕으로 동반하는 감정인 듯하다.

그런데 이 ‘두려움과 미움’이 ‘자신감과 사랑’의 대치점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스로를 미워하니까, 상대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스스로를 사랑하니까, 미워질 때도 있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해야할 일이 있다는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나도 안다. 글로서는 쉽게 쓰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많이 힘들다는 것.

그렇기에 친구는 자신 안에 있는 쓰레기를 쏟아냈던 거다. 살기 위해서,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

통화를 마치며 친구는 더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보겠다고 했다.

그런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기꺼이 감정 쓰레기통이 되겠다고.

상대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쓰레기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감정 쓰레기통은 몇년 전 크게 유행한 말이다.

그 유행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것같다.

 Sns를 통해 서로 잘먹고 잘사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밖으로 뿜지 않으면 안으로는 곪는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힘에 부칠 때, 주위 사람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기대어도 괜찮다. 누구나 그런 상황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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