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밀러<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책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조금은 낯선 전개방식으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점차 글을 읽을수록 흡입력이 굉장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내부/외부의 혼돈과 질서로 구분할 수 있다. 그 구분지점에서 작가는 실재하지 않는 물고기 2마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개인의 혼돈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완벽하리만치 질서에 능숙한 분류학자의 인생을 통해 안정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질서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발견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물고기 A는 우생학 등으로 편향된 자기확신이었고 물고기 B는 살인 후 자연사 발표 등의 세상에 대한 기만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그토록 데이비드의 삶에서 행복의 열쇠를 찾기 위해 절실했던만큼 작가에게 매력을 끄는 인물이었지만, 결코 작가는 객관적인 시선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류는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물고기로 상징할 수 있는 데이비드의 삶을 비판한다.
이 책의 작가는 양성애자로 세상의 분류, 남성성과 여성성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느 한 범주로 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주와 정의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에 대해 말한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자연이 프린트된 커튼 뒤를 들춰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로 보았다.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느낌이었다.
행복은 때때로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키가 조금 작을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페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뭐 어떤가.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내가 원하는 건 이건데.
우리는 때때로, 아니 종종, 우리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하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반대로, 나의 잘못된 신념을 관철시키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차단하는 소위 ‘꼰대’가 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잣대라는 어장, 나의 생각만 고여있는 어장에 갇혀, ‘온전한 나’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다.
그러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