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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ug 03.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이 잘되고나서 한국문학이 너무 페미니즘만 한다는 다소 날선 후기를 읽고 더 궁금해져서 책을 바로 펼쳐들었다. 글쎄, 소설들에서 여성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뿐이다. 정말 그뿐이다. 책 속 주인공들은 여자인 동시에 장애인이거나, 퀴어이거나, 청년인 사람들. (물론 여성으로써의 자신에 집중한 작품도 있다) 그 속에서 관계맺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저 이들은 여자라는 지점에서 교차한다. 그러니까, 여자이기전에 자신을 정의할 말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사회의 소수자들의 성별이 여성이라고 해서 그 목소리가 모두 페미니즘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하나로 퉁쳐져서는 안되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그 비평을 쓴 사람은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여성인 것이 불편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당신은 차별주의자다. 그간 정말 긴 오랜시간 사회적 기득권의 목소리를 읽어오면서도 반기 한 번 든적 없지 않는가. 세상에는 더 많이 말하고 들려져야 할 목소리들이 있다. 그래야만 겨우 볼륨이 맞는 소리 말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나,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나는 더이상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구시대적 묘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 여성에 대한 환상과 유방에 대한 묘사 없이도 전진하는 글을 읽고 싶다. 나는 한국 문학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문학은 지워진 사람들의 존재성을 입증해야하는 장르다. 내가 살아보지 못했고 어쩌면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일들에 '허구'라는 명목으로 나를 밀어넣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애자고 비장애인이며 여성이다. 그 반대의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소설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쩌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세계로 나를 내던진다. 그 속에서 나는 주인공이 되어 그 삶이 마치 나의 것인냥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이 없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지워진 사람들, 실은 사회가 정상성이라는 기준으로 지우려는 사람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글들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문학은 응당 그렇게 존재해야 한다. 어딘가에 지워진채 있는 사람의 존재성을 대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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