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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ug 03. 2021

여성의 노동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건으로 본 여성의 노동

새삼 코로나가 사회에 잠재되어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단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동학대 사건이 떠올랐다. 배달 및 택배 업무량이 늘어나니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는 택배비 인상률이 비로소 사람들에게 보인다.



이번 서울대 청소 노동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소노동자라는 직업은 많은 교차성을 가진다. 직업군 내 여성 노동자가 많으니 젠더 문제와 구별할 수 없고, 여성인 동시에 노동자이기에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청소를 하는 직업은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를 어려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택배 업무와 건물의 넓은 부분을 쓸고 닦는 청소 일은 노동 강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청소를 그렇게 어려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숙련도와 경력을 인정하는 기준과 절차도 불명확하다. 이는 여성의 경력이 높은 직책을 보장하지 않는 현상과 연결된다. 여성이 주류를 이루는 집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비율은 여성이 월등히 높아 언뜻 보면 여자가 '독식' 하고 있어 보이는 집단도, 들여다 보면 관리자의 비율은 남자가 많다. 이게 정말 개인적 리더십 역량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여성이 주류인 직업군 - 특히 돌봄, 간호의 영역 - 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직장 내 모욕적 발언에 대한 분노가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젠더의 문제이자 노동의 문제다. 노동자는 일을 하는 사람인 동시에 인간이다. 누구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없다. 엄연히 보장된 법적 권리를 불안함 때문에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이 무색해진다. 실질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을 이러한 노동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청소 노동자들이 풀어야 했던 문제를 봤다면, 누구나 관리자들이 가지는 은은한 우월의식에 이질감을 느꼈을 테다. 하루 종일 땀흘리며 일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 및 환경 문제를 넘어선 시험을 풀게한 것만으로 심리적 압박이 충분했을텐데, 그 결과로 면박을 줬다. 문제 수준도 처참하다. 실무를 위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 필요한 문제라고 횡설수설하지만 그런 의도의 문제가 아니란 점은 초등학생도 직감적으로 알 것이다 - 철저히 노동자들의 기를 죽이기 위한 문제다. 그 문제를 출제한 사람 중 청소 도구의 이름을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몸으로 일하는, 청소를 하는 '노동'이 일인 사람들에게 업무를 초월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을 책 좀 봤다는 지식인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가지는 오만과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권력남용이다. 창문을 광나게 닦고,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복도를 좀 더 깨끗하게 유지하는 노하우는 책상에 앉아서 터득된 것이 아니다. 창문을 광나게 닦는 법 같은 건 오랜 시간 몸으로 배워진 것이다. 책상에 앉아 터득한 지식을 제외한 것을 존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노동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에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이런 수준의 인권의식이 팽배하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의 의식주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 상식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우리 사회는 법도 마련했다. 더이상 '선의'의 영역이 아닌 '의무'라는 뜻이다. 청소 노동자는 모두의 쾌적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자신을 깎는 사람들이다. 정작 그 사람들의 노동환경은 불쾌하고 불편한 것 투성이라면, 그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청소 하는 사람은 청소를 잘 하면 되고, 관리자들은 평등하고 공평하게 직원을 잘 관리하면 된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우월감을 투영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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