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장사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우리 부부는 사방팔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닭을 바삭하게 튀겨서 판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신선한 염지닭을 정성스레 손질하면 뽀얀 속살은 튀김옷을 입을 준비를 하고 175도로 끓는 해바라기유에 다이빙한다. 그렇게 일정 시간을 튀기면 타이머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 잘 튀겨진 후라이드 치킨은 포장용기에 이쁘게 담기고 뱃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완료된 그 음식을 들고 나는 배고픔에 호소하는 식객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긴급 출동한다.
'문 앞에 두고 문자 주세요~, 문 앞에 두시고 초인종 눌러주세요~' 코로나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변해버린 사회 전반의 환경은 이 배달 사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포장지에 곱게 쌓여 한 손 혹은 양손 가득 들고나간 음식물은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온라인 선 결제가 장악해버린 요즘의 결제 시스템에서 우리 부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화폐를 위해 하루에 꼬박 8시간을 기름방울이 가득 매운 공간에서 공을 들인다.
8개월이란 시간 동안 시나브로 희로애락의 요람이 된 이 공간은 어느새 우리 가족의 우물가가 되었고 우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우물물을 길어 올리기 분주하다. 오늘도 샘이 솟아오름에 감사하면서 내일도 마르지 않을 우물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내 가게를 차려서 열심히 일하고 차곡차곡 쌓이는 돈으로 집을 장만하고 차도 사서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당시는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전이었고 재료비의 비율이 30할을 넘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가가호호 배달을 가면 카드 결제보다 현금 결제의 비율이 상당하던 시절이었다. 아날로그가 익숙하던 환경 덕분에 우리에겐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그날그날 쌓이는 통장의 잔고가 되어 돌아왔고 그 맛에 우리 부부는 노동으로 인한 노고를 견디어 낼 수 있었고 언젠가는 이 노동이 보상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였다.
하지만 하늘에서 우리 부부에게 선물한 보석인 두 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모와 떨어져 지내기엔 너무 어렸고 부모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필요한 시기였다. 도시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자진해서 섬나라로 내려온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그 자체이었기에 고민 끝에 당시 성황을 누리던 피자 가게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였다. 새치 염색의 마법에 의지하지 않고는 좀처럼 젊어 보이기 힘든 오늘날에 비해 당시 뼈 속까지 젊었던 우린 성실함이 동반되는 경우 돈이란 것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벌고 또 모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새로운 가게를 다시 함께 오픈하자고 다짐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도시에서 가져온 노잣돈을 야금야금 아껴 쓰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삶을 선택했다. 당연히 후회는 없다 잃은 것이 있는 만큼 얻은 것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두 딸은 어느새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공간 속에서 딸들은 각자 자라나는 생각에 맞추어하고 싶은 일이나 가지고 싶은 물건들에 대한 욕구들이 점차 커져 나가는 듯했다. 그러한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우리 가정에는 없었기에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돈 벌 궁리를 하게 되었고 태 초에 일용할 양식을 채집하러 새벽을 나서는 조상들과 같이 조개껍데기를 찾아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한정된 자본을 깡그리 모아 시골의 한적한 가게 자리에 적당한 권리금을 부담하고 작은 치킨 가게를 오픈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통장은 어느새 돈으로 채워져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우리 부부는 우리의 강점인 성실함으로 활력이 넘치는 노동을 시작했더랬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급격한 변화로 과거의 아날로그가 지배하던 기존 시장의 흐름을 디지털로 급변화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기존의 대면식 대금 결제 방식은 대부분이 비대면식 전자 결제 방식으로 변경되어 투명성이 한층 강조되었고 인건비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입지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오를 대로 올랐으며 설상가상으로 음식을 팔기 위해 기존의 전화주문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들(전단지, 현수막, 쿠폰)은 구시대적인 유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온라인 배달 플랫폼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한 비대면 온라인 주문이 활기를 띄며 자리를 독점한 각종 중계 업체들은 온라인 주문 건 당 중계 수수료를 가맹점에게 부과하였고 그에 더해 일정한 광고 요금을 징수하여 가게의 상품을 앱 또는 웹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온라인 광고로 광고비를 거두어가고 있었다. 가게의 최종 매출은 카드 매출과 같이 중계 업체가 매출액 중 일정 수수료를 공제하고 난 뒤 대금 결제 시점 며칠 후에 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선 결제 후 지급이라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대단히 불리한 결제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재료비를 포함한 물류비용 결제의 경우, 가게의 통상적인 방식이었던 매 달 말일에 일괄 결재 방식은 온라인 선결제를 통한 발주 시스템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즉 치킨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에 대한 비용을 우선 결제해야지만 발주가 진행되어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물건을 팔기 위해 우선 내가 가진 여유자본이 있어야 했고 그 돈으로 발주를 내어 물건을 팔고 나면 그 돈은 며칠 후에 들어온다. 그것도 수수료를 공제하고 난 후의 금액이 최종으로 입금되었다. 100원을 벌기 위해 50원을 써야 하고 100원을 팔면 이틀 후에 90원이 들어오는데 90원이 들어오면 50원의 원재료 비용을 결제해야 한다.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사태로 인해서 원재료 비용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관계로 이 비용에 인건비와 고정비용이 더해져서 일정 매출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는 날에는 손실을 입고 마는 일이 일어났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많다. 가게를 운영하는 덕분에 우리는 행복이란 감정을 매일 느낄 수 있다. 비록 나의 돈이 아닐지라도 신용카드라는 가벼운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우리 네 식구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손도손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가게에서 나오는 일정한 수입으로 내 차는 아니지만-매 달 리스료를 지불하는 수고를 하더라도-난생처음 나에겐 외제차가 생겼으며 가게의 매출이 상승하면 언젠가는 사업자대출도 받을 수 있으리란 작은 희망도 있다. 또한 해질 무렵 해안도로를 타고 고객이 기다리는 곳으로 배달차량을 운행해 갈 때면 그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여행이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간 8월 성수기에 지친 몸과 마음은 비수기가 들어서며 우리 부부에게 차 한잔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으며 나에게는 가게 한 구석에 앉아서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오롯이 감사 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휴식이 주어졌다. 시시각각 떠오르는 불안한 감정과 걱정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저 멀리 날아가고 이런저런 불만들은 어느새 긍정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바뀌어져 내 삶을, 이 공간을 활기찬 곳으로 만들어준다. 월급쟁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치킨집 운영을 경험한 탓에 나는 우리 가족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가게 운영 이외의 다른 무언가에 집중해야 함을 깨닫는 감사를 경험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스마트폰 유튜브 알고리즘에 젖어있던 나의 무력함을 청산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 나는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한 주식 투자를 통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진상을 부리는 고객들에게 굽신거릴 수 있고 우리 동네에서 가장 건강한 치킨을 필요한 곳에 배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