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삶에 대하여
DUNI(@mind_girda)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2003년 일본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자이젠 고로가 남긴 명대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의 불꽃 같은 삶은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고, 그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진지함을 느꼈다. 자이젠 고로에게는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그 목표를 모두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가 떠나기 전에 남긴 그 깊은 후회와 분함은, 어쩌면 그의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을 헤아릴 때마다 나 역시 유한한 삶 속에서 후회와 아쉬움으로 마침표를 찍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인간의 삶은 곳곳에 쉼표를 담고 있다. 비록 최후에는 죽음이라는 마침표가 찍힌다 해도, 그 안에서 멈추지 않는 무언가는 남는다. 아마도 그 무언가는 후회와 분함, 그리고 미처 다 이루지 못한 꿈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매 순간을 힘겹게 살아가며 우리는 그 후회 속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이젠 고로의 마지막 유언처럼, 그가 삶의 끝자락에서 내뱉었던 말처럼.
“내 시체의 병리해부가 자네의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네. 송장은 산 자의 스승이 되는 법이니까.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스스로 암 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었으면서도, 끝내 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네…”
이 말은 자이젠 고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품었던 치열함과 자부심을 고백하는, 그 자체로 깊은 의미를 지닌 문장이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했던 그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