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ÖIF A2 독일어 시험을 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밥먹듯이 한 말이 있다. '나는 이다음에 크면 분명 4개 국어를 할 거야!!'라고...
실제로 나의 10대의 나는 공부를 드럽게 안 했고 할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뿐
20대 초반엔.. '내가 또 다른 언어를 배운다면.. 그건 스페인어였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잊고 지냈는데.. 20대 후반 유럽에 살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영어.
나는 내 생에 뒤늦게 배운 마지막 언어는 영어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 이렇게 사람일은 모르는 거야, 그리고 말하는 대로 말이 씨가 된다..
난 지금 진짜 4개국 어중이다... 그게 독일어다.
내 삼십 대의 시작이 독일어라니.. 그리고 삼십 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독일어에 묶여 살다니.
시험 하나만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못해도 B1까지 독일어를 해야 한다니..........?
이 깡시골에선 진짜 독일어만 하고 살아야 하네...?
21년 3월 3일 인스브루크 WIFI에서 독일어 시험을 보고 왔다.
A1이 제일 쉬운 레벨
A1, A2, B1, B2 , C1 , C2 이런 식으로 레빌에 올라간다.
나는 2018년 이곳에서 아주 살짝 독일어를 배우고, 19년 한국에서 잠깐 지낼 당시 괴테 독일어 A1을 공부하고 시험까지 보고 패스했다.
오스트리아로 다시 돌아와 결혼하고 이곳에 살다 보니... 또 시험을 봐야 했다.
내가 패스한 A1의 다음 레벨인 A2
독일의 괴테 독일어 시험이 아닌 오스트리아 독일어 시험, 그것도 ÖIF 시험을 봐야 했다.
이곳에서 한국은 제3 국에 해당되기에 나는 이민자를 위한 시험? 인 ÖIF를 봐야 하는 꼴..
주변에서는 ÖSD를 봤다고 하는데....
ÖIF 시험에는 오스트리아의 기본 상식이나 문화 등등 함께 시험을 보게 된다.
예를 든다면... 오스트리아는 아직도 왕이 통치하는 국가이다. → 네 / 아니오
오스트리아의 속한 연방주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 → Eisenstadt / Vorarlberg / Oberösterreich
임신을 하여기에 회사에서 잘렸다. 그것은 합법인가? → 네 / 아니오
뭐 이런 문항 등의 시험도 함께 치러야 한다.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비자를 갱신을 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험이 필수라... ÖIF A2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
2020년부터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내가 살는 지역이 오스트리아 내에서 당시 코로나가 많이 심각했던 곳이라..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취소/변경/연장을 겪고, 결국 2021년 3월 3일에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일정이었다면 난 2020년 11월에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지..
당시 티롤에서 시험 볼 수 있는 곳이 딱 인스브루크 한 곳...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시험 볼까 생각을 했지만.. 다른 지역도 취소나 연장이 많았던 부분이라.. 그냥 인스브루크에서 시험을 봤다.
인스브루크 WIFI에서 시험이 진행되었고, 8:30 - 17:00까지 시험이 진행된다고 한다.
시험의 마지막은 인터뷰(말하기 시험)인데 이날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2시 40분쯤 본인이 끝났다고 했다... 아마 이날 시험 본 인원이 10명 정도라 빨리 마무리된 게 아닌가 싶다.
시험이 연장되고, 취소되고를 한몇 달 반복..
구할 수 있는 연습문제도 많지도 않고.. 한국처럼 시험 대비 책 같은 것도 없고.. 그래도 반복해서 다 풀어봤다.
그리고 시험 전날 한번 더 풀어봤던 모든 연습 시험지..
Meine Integration in Österreich / ÖSD / Goethe / IFU Sprachschulung / werte- und orientierungswissen
등등 다운로드하여 풀어볼 수 있는 거, 연습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고.. 내 현지 독일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이것저것 더 풀어보고 연습하곤 했다.
시험 볼 사람 있으면.. 어느 지역인지 모르겠다만 미리미리 신청해라..
나는 코시국 때문에 날짜 피해를 많이 봐서 그런지.. 시험 볼 사람이 있다면 미리 신청라 하라고 잔소리 같은 조언을 하게 되더라..ㅎ
나 이럴 때만 성실... 시험장에 1등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찍어본 시험장..
시험을 예약한 WIFI 홈페이지에는 A312호라고 했으나.. 당일 아침 시험 교실이 변경되어 있더라.
들어가서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있었고.. 같이 시험 응시한 친구들도 주변에 앉아서 시험을 기다리는데..
담당 감독관 두 명이 오더니 앉아있던 우리에게 다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아니 시험이 8시 반이면 8시 반에 시작하던가..?
감독관 둘은 8시 반에 나타나서는, 약 30분 동안 시험장에서 뭘 하는 건지... 우리는 문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그리곤 이름 하나하나 부르면서 자리 안내.
그럴 거면 시험을 9시에 시작한다고 안내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시험 시작 전부터 성질 좀 부렸네..
시험은 읽기→듣기→쓰기→WOW→말하기 순서로 진행되는데, 쓰기까지 시험을 한 번에 보고, 약 15분 쉬는 시간을 받았고 그 이후에 바로 WOW 시험이 진행되었고.. WOW시험을 다 푼 사람은 손을 들어 감독관에게 다 풀었다고 표시를 하면, 그 감독관은 해당 학생에게 인터뷰 시간을 체크해서 전달.
안내를 받은 학생은 바로 퇴실.. 그 인터뷰 시간에 맞게 돌아오면 된다.
다른 시험은 다 풀었다고 퇴실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WOW는 퇴실 가능한 듯
나는 13:45 분이라는 시간을 받았고, 그 시간 전에 미리 와서 대기했으나 1시 55분쯤 시험을 본 듯.
그리고 같이 시험을 응시한 친구 몇 명이 나보다 빠른 인터뷰였고, 그들은 나오자마자 어떻게 진행됐다고 공유를 해줬었다ㅎㅎㅎ
응시생 중 5명이 내 친구들ㅋㅋㅋㅋ 약 3명이 먼저 시험을 봤고 그들이 공통으로 말한 건
들어가자마자 핸드폰 끄고, 자기소개하고 질문하는 것! 뭐.. 이건 어느 레벨이던 다 하는 거니깐..
인터뷰에 가장 중요한 건 주제를 선택해서 감독관과 상황극을 해야 하는 건데..
그 주제가 먼저 시험 본 3명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 달랐던 것!
친구들과 동일한 주제가 나올 수도 있고, 섞여서 나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장했다.
저기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다 내 친구들ㅋㅋㅋ 다 비자 때문에 시험 보는 친구들ㅋㅋㅋ
한 명은 마지막 인터뷰라고 밥 먹으러 갔고, 한 명은 임산부라 먼저 저 교실 안으로 들어간 상태
말하기 시험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뭐 집에서 남편 붙잡고 연습을 많이 했으니.. 생각보다 안 떨렸다.
사실 시험 자체는, 연습문제들처럼 비슷하게 시험문제들이 나왔고
말하기 시험은, 들어가자마자 단어들을 보며 내 소개하고, 그 단어를 이용해 감독관에게 질문하고
감독관들과 진짜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주제에 맞게 상황극도 잘 끝냈다.
3가지 주제 중에 하나 고르는 건데,
노트북과 컴퓨터가 보이는 사무실의 남녀 간의 대화
치과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의 대화
시장 과일가게에서 손님과 사장의 대화... 이렇게 세 개의 주제였다.
누가 봐도 가장 쉬워 보이는 과일가게를 선택ㅋㅋㅋ
문제는 나 과일 이름 잘 안 외웠는데.. 그래도 세상 당당하게 했다.
상황극 전, 보이는 것을 다 말하라고 하는데
오렌지, 바나나, 사과, 딸기 등등이 보이고, 내가 생각하기엔 저기는 길거리 장터가 열린 거 같아.
사람들의 옷이 짧은 걸로 봐서 여름인 거 같고, 이 여자는 과일을 살려고 하는 사람인 거 같아.
이 여자는 머리가 무슨 색인데 길고, 안경을 썼고, 무슨 색깔의 옷을 입고 있고, 무슨 색의 가방을 갖고 있고 등등등 보이는걸 더 말하려고 하니.. 감독관은 그 정도면 됐다고..ㅎㅎ
그러면서 나는 손님, 감독관은 사장 이런 식으로 상황극을 했다.
'나는 1킬로의 사과를 사고 싶은데, 혹시 이 사과 어디서 온 사과야?'
'티롤에서 나온 사과야'
'아 그럼 1킬로 부탁해, 그리고 바나나도 1킬로 줘..'
'더 필요한 건 없니?'
'혹시 이 오렌지로 주스 만들어주니?'
'응 당연히 네가 원한다면 해줄 수 있어'
'그럼 1리터 오렌지 주스 부탁해, 총 얼마야?'
'XX유로야'
'여기, 영수증 부탁해'
뭐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곤 또 선생님의 질문
네가 생각하기엔 한국과 오스트리아중 어디가 더 과일값이 비싼 거 같니?라고
솔직히 나는 고만고만한 거 같아서, 무슨 과일이냐에 따라 가격이 더 싸거나 비싸거나 한 거 같다.
블루베리 같은 건 확실히 여기가 더 저렴하고, 한국이 더 비싼데..
또 환율 생각하면 거기가 더 저렴한 과일들도 있다 뭐 이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약 15분 정도 진행된다는 말하기 시험이 다른 얘들은 기본 20-25분 정도 시험이 진행되던데.. 나는 12분 만에 끝내고 나왔다.. 진짜 나 생각 없이 그냥 내뱉고 나왔구나 싶은 그 순간ㅎㅎ
그리고, 한참 지나 어느 수요일.. 우편물을 하나 받았는데.. 합격했단다ㅋㅋㅋ
편지 쓰기 시험에서 꼼수 부려서 개떡같이 써서 냈는데... 그거 때문에 쓰기 점수가 좀 낮은 거ㅎㅎ 그래도 합격기준에 속하는 점수라 어쨌든 패스
각 항목마다 기준이 되는 점수 이상을 받으면 합격
예를 들어 듣기 말하기 40
쓰기 9
말하기 15
WOW 25
라고 한다면 쓰기가 기준을 넘지 못하기에 불합격
항목 중 unter점수가 있으면 안 됨, 다 unter 이상이면 합격
이렇게 작년에 A2 시험을 스트레스와 코로나 속에서 보냈는데... 또 B1 시험을 봐야 한다.
진짜 평생 공부해야 한다던데.. 진짜네.. 내 인생에 더 이상 공부는 없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바보같이 무식하게 당하지 않고 살려면.. 배워야지 그래야지, 비자 때문 에라도 배워야지.. 안 돌아가는 내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