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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Dec 06. 2023

1. 라떼는 월드콘이 칠백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았습니다.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잠깐만 꾸며두기에는 아까우니까요. 첫 번째 사진의 눈사람 인형은 아주 말랑하고 쫀득해서, 매장에서 보자마자 동생에게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제 옆에서 어떤 어린이도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조르고 있더라고요.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가, 저도 어린이도 인형 매대 앞에서 한참 고민했거든요. 그렇지만 끝내 우리 둘 모두 인형을 하나씩 끌어안고 계산대에서 만났다는 해피 엔딩입니다.







  카메라를 샀습니다. 정말로 잘 모르는 분야인데, 블로그며 인스타며 조금 더 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퇴사와 동시에 결제해 버렸어요. 물론 퇴사와 지름 사이에 연관성은 없습니다. 제 휴대폰은 갤럭시 A 시리즈인데 효도폰으로도 유명하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SD카드를 추가로 넣을 수 있어서 고른 것이지만 카메라가 정말 많이 아쉬웠거든요. 카메라의 키읔도 모르는 무지렁이이지만 요즘 카메라는 아주 똑똑해서 저 대신 초점도 잡고 모드도 바꿔가면서 예쁘게 찍어주고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 아주 고가의 물건이라 정성을 다해 모시고 다니고는 있지만, 이달의 잘산템 순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뿌듯한 소비였습니다.










 

  퇴사 다음날 아침에는 출근하는 동생과 함께 집을 나서서 주민센터로 갔어요.

아,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해요.

은행에 제출할 전입세대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들렀는데,

막 문을 열었을 시간대라 그런지 꽤 한산하더라고요.

바쁘게 업무 준비를 하는 행정복지센터 직원분들을 보면서 기분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 세상이 만든 사회라는 집단에서 나만 배제된 느낌. 제 발로 나와놓고서는 제법 어이없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 첫째입니다. 이름은 깨비이고, 1.5세 수컷이에요. 2개월이 막 지났을 때부터 저와 함께 살았던 터라 그 조그맣던 고양이가 이렇게 컸다는 게 문득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렇습니다. 마냥 어리광만 부리는 줄 알았는데 동생을 아주 잘 챙기는 효자예요. 대단히 미식가라 밥도 간식도 까다롭게 골라 먹지만 애교도 많고 대답도 잘하고 매우 귀엽습니다.






둘째 찰리입니다. 첫째 깨비를 아주 좋아해서 항상 졸졸 따라다녀요. 밥, 간식 가리는 것 없이 아주 잘 먹고, 장난감도 가리지 않고 다 잘 가지고 놀아서 저희 집에서는 '믿는 구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깨비에게 반려당하더라도) 찰리는 먹어주겠지" "(깨비는 관심 없더라도) 찰리는 가지고 놀아주겠지" 하면서요.









'오시게 크래프트'라는 이름의 저희 동네 맥주가게입니다.  마음에 들어서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갔어요. 수제맥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는 '오시게 데빌'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라거든 스타우트든 제각각 당기는 때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저는 IPA가 가장 좋더라고요.


가게 안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왕크니까 왕귀여운 얼굴로 테이블 사이를 유유자적 다니는데,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꾸하지 않는 시크함..! 고양이 최고야 짜릿해


계산하고 나올 때 배웅 비슷한 것을 해주었는데 아주 행복했습니다. 쉬는 동안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작년 방콕에 갈 때부터 먹고 싶었던 '랭쎕'인데 이상하게 먹기 힘들었어요. 여행지에선 폭우로 야시장을 갈 수 없었다거나, 국내에서 벼르고 벼르다 식당을 찾아갔더니 품절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마음 한편에 묻어두고 있었는데, 뜻밖에 새로 이사 온 동네 태국음식점에서 랭쎕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대만큼이나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동남아풍 뼈해장국이라는 설명이 매우 적절한 맛이었어요. 맥주가 실시간으로 해장되는 맛.




요즘 제대로 꽂혀 있는 간식입니다. 편의점에서 2+1로 세 개를 사 오면서 두고두고 먹을 거라고 마음먹고선 하루 반나절정도면 다 해치우게 돼요.  아몬드빼빼로 가격이 무려 1700원이더라고요. 언제 이렇게 올라버렸지 라떼는 700원이었는데 생각하다가 그게 20년도 넘은 기억이란 걸 깨닫고 다방면으로 깜짝 놀라곤 해요. 내가 라떼 얘기를 하는 나이가 됐다니,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다니 하는. 아직 아몬드빼빼로 타령이나 하는 철없는 존재인데 사회적으로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고양이들.


쉬다 보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내일은 더 알차게 놀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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