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의미 Feb 19. 2024

꿈이냐 만족이냐

꿈이 아니면 살 수 없던가

공을 차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커서 축구선수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축구선수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좋아하는 공놀이를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꿈을 이루어야 내 삶이 충족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꿈을 이루든 포기하든 삶은 계속될 뿐이다.


글쓰기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라고 불리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는 작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그만큼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이들은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평가를 언제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다. 시점에 따라 글쓰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 단계'또는 '구상단계'에서 "나 이런 글을 쓸 거야"라며 이야기를 한다. 경험상 이 방법은 최악이다. 하던 일을 모두 던져버리고 자신감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결심했을 때가 가장 의지가 넘친다. 그때 사람들의 동의나 공감을 구하는 경향이 있다. 꼭 뭔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한없이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이 사람이다. 나는 그게 참 외로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그 일을 통해 인정받고 싶다는 증거다. 홀로 시작하는 것이 고독하다 보니 타인의 인정을 강력한 동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보잘것없는 일들을 벌이면서 부모의 관심을 끄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라고 불리고 그것이 목적인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글을 쓰게 된다. 읽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나를 위해서 쓸 것인가.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시험에 익숙한 사람들은 주관식이 두렵다. 도저히 쓸 말이 없다. 갑자기 "네 생각을 써보라"라고 해도 난감할 뿐이다. 살아오면서 ‘주관식’이 통했던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평균이하라고 여기며 피해망상에 빠져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객관식을 고르게 된다. 어쭙잖은 자신의 견해보다 그나마 낫다는 식이다. 자신에게 나은 답은 주관식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는 튀어 보이려고 하는 사람과 튀는 사람을 싫어한다. 변화에 저항이 있다. 누군가가 글이라도 쓰려고 하면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데 글을 쓰지?”라는 생각을 한다. 타인의 시작과 동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인정하지 않는다.


타이틀이 아니면, 사람들이 인정해 준 명찰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사람들은 남의 자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 잣대로 흠씬 두들겨 맞고는 의욕을 잃는다. 속된 말로 멘탈이 나가는 것이다.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자신이 하는 일에는 자비를 구하고 남들이 하는 일에는 득달같이 달려든다. 자신이 하는 일은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개성이나 감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남이 하는 일에는 오로지 ‘실력’이라는 기준만으로 심사한다. 늘 자신에게는 느슨하고 또 예외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주관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작가는 나에게만 친절한 독자와 불친절한 독자 모두를 감내해야 한다. 소수를 위한, 다수를 위한 글도 필요 없다. 약자와 강자라는 기준도 애매하다. 그 대상이 약자인지 강자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양의 탈을 쓴 늑대에게 양처럼 생겼다고 하면 오히려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에게 늑대의 탈을 씌우면 문제가 된다. 약자로 오해받는 것보다 강자로 오해받는 것이 더 힘들다.


먼저 타이틀을 가지는 건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황이 변한 건 없는데 책임과 부담감은 늘어나거나 동급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혜택이지 책임이 아니다. 보통 책임에 따라 혜택이 주어지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혜택을 받는 것이 두려운 걸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armand_khoury,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불가능이 없어진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