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만에 글을 다시 썼다.
첫 글을 올린 게 8월 4일. 어느덧 37일이 지났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리면서 생각한 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글을 써서 올리기로 스스로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단 일주일 만에 무너져 버렸다. 작심삼일은 넘겼으니 됐지 뭐.. 생각하는 내 머리에 누군가 꿀밤을 수십 번 때려도 변명도 못 하고 맞을 거 같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교양 프로그램에 막내작가로 취직(?)이 됐다.
8월 4일 내가 이 플랫폼에 첫 번째 글을 올린 날이며 면접을 보러 간 날이다. 벌써 37일이 지났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막상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재밌어져서 작가를 하면 글 쓰는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넣은 막내작가 일이었고 면접을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면접을 보는 중에도 큰 기대는 없었다. 여태껏 글을 써 본 적도 없으며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는 상황에 “그냥 면접 경험이나 쌓으러 가는 거지”라고 지인들에게 말하며 갔기 때문에. 아마 나 자신도 내가 떨어질 거란 걸 지레짐작하며 큰 기대는 큰 실망을 가져오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날 지키려고 그런 말을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면 면접을 끝내고 나서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던 거 같다. 라며 내심 조그마한 기대를 심었다. 담당자분은 오후 5시까지 통보를 해주신다고 했다. 원래 이렇게 빠르게 결과가 나오나...?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가면서 카톡에 동네방네 “면접 끝ㅋㅋㅋ후 좋은 경험이었다!” 말하며 반 포기상태로 체념을 했었다.
오후 5시
역시 문자는 오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연락 안 온다ㅋㅋㅋㅋ”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친구들 또한 반쯤 예상은 한 듯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다른데 알아봐” “좀 더 쉬어라” 등등 형식적으로도 위로도 안 해주는 놈들을 여태껏 친구라고 사귀었다니 후... 아니 오히려 저 말들이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 어디선가 흘겨본 SNS 글이었는데 서럽게 울고 있을 때 울고 있는 사람에게 울지 말라고 달래주면 오히려 더 펑펑 운다는 말을 본 거 같다. 그래, 차라리 동정보단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해주는 게 더 실망하지 않은 것에 큰 도움이 된 걸 수도 있다. 합격 문자가 오지 않고 저렇게 연락을 받으며 ‘네발자전거’라는 인생에 관한 글을 썼다. 페달을 밟긴 개뿔이.. 내 인생은 다 고장 났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창고에 처박혀있으면 돈이라도 안 나가지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외치며 이른 저녁을 먹고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 글들을 읽으며 스스로 궁상맞은 짓을 사서 하고 있으니 어느덧 두 시간이 나 흘렀다.
오후 7시
게임이나 해야지.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했다. 아직도 실망이 가시질 않긴 했다. 면접은 잘 본 거 같았는데…. 역시 그냥 내 생각뿐이었나... 우울하다…. 술이나 먹어야지 하며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중 문자가 왔다. 나에게 문자가 오는 경우는 두 가지뿐. 핸드폰 소액결제 내역과 교통카드 대금이 나갔다는 문자. 근데 그것도 10일 날 나가는데 오늘은 8월 4일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핸드폰 문자를 확인했다.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죠? 심사숙고하느라 연락이 늦었네요;;;;”
지금도 그때 감정을 글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말을 해야 어떤 단어를 써야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단어도 저 문자를 받은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답장을 보냈다
“네 가능합니다!!!”
“내일 오후에 회의가 있어요. 내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면 됩니다~(복장은 편하게^^)”넵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도 저 순간을 생각하면 기분이 몽글한다. 사실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기뻤다. 다시 친구들에게 내일 출근하래 라며 연락을 돌렸다. “오 난 합격할 줄 알았다” “붙을 거 같더라” “이제 쉬는 건 끝났으니 일해라”라는 말들과 함께 기뻐했다. 합격 문자가 오지 않았을 때와 합격 문자가 왔을 때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한마음 한뜻으로 기뻐해 줬다.
그렇게 막내 작가가 되었고 37일 만에 글을 올린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을 되살려 시간이 날 때 조금씩 올려서 나 자신의 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일을 하는 동안 글 쓸 시간도 없이 정신이 없었다. 하는 일도 없었는데 정신이 없었다. 합격 문자를 받고 기뻐했던 감정이 무색할 정도로 힘들고 외롭고 일하는 내내 잘하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가 바보 같았다. 그래도 공백의 기간 동안 나는 막내 작가가 되었고 지금도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