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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Jul 18. 2023

왜 자꾸 현실에 압도되고, 실패할까

알고 있어도 알지 못하는

몸을 가벼이 하는 것이야 말로, 무게를 줄이는 것이야 말로 멀리 그리고 오래 날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우리는 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잘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멋진 혹은 더 쉬운 방법이 있을거라 착각하는 것인지 정답을 보고도 그것이 답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인듯 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영상을 만드는 일에 취미가 들려 영상 편집프로그램인 ‘파이널컷 프로’라는 유료 프로그램도 사고, 카메라도 사고, 돈만 생기면 갖은 장비를 주문했다. 이름난 제작자 혹은 트랜디한 유튜버들처럼 영상을 만들어보고자 매일 같이 촬영하고 편집했다. 아니, 사실 매일 같이 만들고 싶은 영상을 생각했다. 생각은 늘 행동보다 빨랐고, 금새 휘발되어 괜찮은 결과물로 나오는 일이 적었다. 상상으로 이미 거장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있다면, 아마 그건 정확히 세상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매주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하자는 생각에 유튜브를 만들어 영상을 올렸다. 정석이라는 것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요한 스킬과 장면을 담기 위해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참고했다. 그 중 단편극을 좋아하는 내겐 드라마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영화는 뭐랄까, 디테일이 아쉽다고 해야할까? 드라마는 조금 더 가까이서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무엇이든 가까이 그리고 자세히 보는 일은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생각의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내겐 드라마가 이와 같다. 그저 그런 개인의 취향이다.


좋은 작품을 만나, 다채로운 영감이 묻어난 생각을 하고 그것을 비디오라는 창작물로 풀어낸다. 그러나, 실력과 상황은 늘 상상을 따라가지 못 하더라. 그리곤 찌질한 현실에 압도되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 함에 좌절하기 일수였다. 겨우 찍어낸 촬영본을 안간힘을 써 편집해내어보니, 꽤 괜찮은 그림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그림에 견주어 볼 때 지극히 부족한 그런 괜찮은 그림. 보드마카로 이마에 “나 아마추어요!”라고 두껍게 써놓은 것 같다고 해야할까?


아마추어가 맞는데, 프로라는 소리가 듣고 싶었을까?

스물 다섯쯤이었나? 인생을 바꾸어보겠다며 처음 서점에 갔을 때, 대뜸 두껍고 어려워보이는 책을 골랐다.


제목은 ‘사피엔스’.


이름은 어렵고, 책은 두껍다. 이 책을 고르는 나를 누군가 쳐다본다면, 꽤 박학다식한 사람으로 보려나? 되도 않는 소리지만, 뭐 이런 류의 찌질한 생각으로 책을 구매했다. 물론, 책은 한 챕터 정도 간신히 읽었는데, 그마저도 낑낑대며 읽었다. 사전을 보면서 책을 읽은 적은 처음이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이때의 발견이 큰 공부가 되었다.


아무튼, 이런 허세스러운 이유를 담아 선택을 했다. 이걸 내 손으로 쓰고 있는 내내 쪽팔림이 얼굴을 뜨겁게 닳군다. 이 기분으로 눈물을 흘리면, 녹차 티백 하나쯤은 진하게 우러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이런, 찌질한 이유로 또 같은 선택을 했다. 봉준호 감독처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생각은 그보다 멋져보였다. 그렇기에 난 더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정신병 말기쯤 되었으려나.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부터는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무게에 짓눌려, 편집도 늦어지고 촬영은 커녕, 평가를 늘어 놓았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부류가 있다면, 이런 사람인데, “그게 바로 나야!” 였다.


참, 회고도 이런 괴응망측한 회고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여전히 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로써 영상을 잘 활용하고 싶다. 현재, 프리랜서로 기업의 외주작업을 받아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 이외 이 영상이라는

것을 개인의 인사이트를 전달하는데 유용한 도구로써 잘 활용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엔 힘을 빼고, 최대한 가벼운 장비와 기획으로 영상을 만든다.


사실, 기획이랄 것도 없지. 그냥 괜찮은 생각이 들었고, 그걸 전달하고 싶다는 의향이 생기면 카메라를 키고 말을 한다. 다만, 요즘엔 일상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어졌달까? 영상이 머금은 메시지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쉽게 돕기 위해 무언가 적당한 비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건 하나의 확신인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꽤 괜찮고, 소중하며 가치있는 것. 지금은 비루하지만, 메시지가 자극적이지 않으며 담백함을 지향함에 따라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는 어렵겠지만, 누군가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본인의 상황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마저도 무거운 생각이 될 수 있으니, 가볍게 생각하고자 한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게 즐겁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행하고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 뭐 이런게 재미있다. 재미있으니 하는 것이고, 그러니 가볍게 그리고 오래 할 수 있겠다.



영원무궁토록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가벼운 몸과 마음이 필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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