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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창호 Aug 18. 2021

직장에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어를 쓰는 직장에서 비원어민이 살아남는 방법

우리는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터에서 다른 나라 고객을 만날 때도, 전공 공부를 할 때에도,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심지어 한국어 자막을 구하지 못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싶을 때에도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위상과 영어 구사 능력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 습득된 입시용 영어는 휘발성이 너무 강하여, 진정으로 영어가 필요한 순간에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우리를 작아지게 만들곤 합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우리의 생존 - 취업, 유학, 진학, 승진, 연애(?) - 을 위해  '그놈의 영어'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강남과 종로의 수많은 실전 영어 학원들, 온라인 영어 교육 플랫폼 들은 우리의 이러한 욕구를 만족  시키려 경쟁적으로 영어 교육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 중 많은 분들이 투자 대비 효과에 적잖이 실망하곤 합니다. 수십년간 한국어만 사용해온 우리가 성인이 된 후 학습 만으로 '영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고 본다면, 우리는 어떤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목표로 해야 좋을까요? 그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물론 이는 일반화된 대답이 나오기 힘든 복잡한 질문입니다. 어쩌면 답이 없을 수도 있고, 있다 해도 하나의 명쾌한 해답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쓰고자 하는 영어의 용도를 '직장 내 업무 영어' 로 구체화 해보겠습니다. 해외 회사에 다니면서 (혹은 해외 회사에 지원을 할 때) 영어를 잘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 전에, 해외 회사에서 영어를 어느 정도로 '잘 하는 것'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1) 영어를 거의 못할 때, 2) 그나마 좀 익숙해 졌을 때, 3) 꽤 자신감이 생겼을 때, 각각의 시기에 모두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고 지금도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를 매일 받으며 미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현실적인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영어가 내 업무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지만 남들이 나와 내가 하는 업무를 보는 '창' 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창문 영역에 해당하는 영어를 불편함 없이 구사하도록 '선택과 집중' 하여 연습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직장에서 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동료의 말을 이해하고 내 업무를 전달하기 위한 종류의 영어를 반복해서 연습하되, 직장 외 일상 외국 생활에서 항상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버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적인 목표인 이유는, 내가 나의 전공 (주특기) 업무 관련 주제로 소통하는데 필요한 기본 '말거리' 가 풍부하기 때문에 대화 주제를 만들기도 쉽고, 해당 업무 관련 어휘도 많이 알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영어로 이어 말하는 연습을 하기에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높은 업무 전문성 (실력)에 기반한 영어 대화에서는 내가 설령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말한다고 해도, 그 내용이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직장 내 상대방이 귀담아 듣게 되고 결국 생산적인 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들이 듣기에 나의 영어가 매끄럽지 않아도 나는 그들과 '또 대화하고 싶은 사람' 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결국 나의 창 너머를 보여주는 도구로서의 영어는 내 창문 안쪽에 있는 나의 특기, 업무 역량, 배경 지식이 받쳐주는 대화를 통해 단기간에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나의 실력을 존중해주는 회사에서는 의견을 말할 때 자신감도 상승하게 되어 더 많은 대화에 스스로를 노출하게 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으로 내 영어 창문이 더 투명하고 깨끗해진다고 느끼는 선순환을 발생 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내가 영어로 일하는 직장에서 자존감을 높이며 중요한 직원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우선 창문이 아니라 창문 안쪽을 꽉 채워야 합니다. 내 영어가 다소 답답하더라도 나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듣고 내 의견을 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창문 안쪽의 본질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창문이 뿌옇더라도 그들이 직접 닦아가면서까지 나를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신감있는 직장 내 영어 구사를 위한 첫 단추는 영어 연습이 아니라 나의 담당 업무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미국 회사에서는 말만 유창하게 하는 현지 직원보다 기술적 역량이 뛰어난 비원어민 베테랑이 회사 내에서 결국 더 깊은 관계들을 맺고 점차 향상된 영어로 소통하면서 오랫동안 존경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창 너머 내용물을 알차게 준비하고 나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창을 닦는데도 많은 노력을 투자하게 됩니다. 결국 직장에서 나의 영어 수준은 그 언어로 말하고자 하는 업무 내용에 대한 자신감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1) 모든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업무에 관계된 표현들을 반복해서 연습하여 익숙해져야 한다. 2) 나의 영어는 결국 나의 업무 내공으로부터 나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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