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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핑 Jan 23. 2022

<프리 가이> 1편: 영화 속 게임 '프리 시티' 탐구


안녕하세요,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영화 얘기보다 영화를 핑계로 그 내막에 있는 여러 가지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길 더 좋아하는 괴짜즈 디핑. 돌아온 2주간의 소스 재료는, 예고해 드렸던 대로... 얼마 전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던! 영화 <프리 가이>입니다.


 게임 좋아하시나요? 게임 속 세상을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내 소소하게 입소문 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달 개봉한 <프리 가이>인데요. 어느샌가 미국식 B급 감성의 대표격이 된(?)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앞세워,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화려한 비주얼과 서브컬처적인 디테일 모두를 성공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이 많습니다.



영화 <프리 가이> 공식 파이널 예고편!



오늘 디핑 소스에서는 영화의 배경이자 소재가 되었던 게임에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냥 게임 얘기만 하면 아쉬우니까요, 재미있는 구성을 준비했어요. <프리 가이> 속 가이가 사는 게임 프리 시티실제로 존재하는 게임이라면? 장르, 맵, 플레이 방식... 어떤 게임일까요? 디핑이 상상해 봤습니다. 근데 이제 디핑다운 알찬 정보를 곁들인. (걱정 마세요! 스포 없어요!).


프리 시티, RPG야? FPS야?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선글라스 쓴 천사 혹은 악마
                                  



프리 시티, RPG야? FPS야?


영화 <프리 가이> 공식 스틸컷

 영화 속 게임, 프리 시티의 NPC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는 단조롭(?)던 일상 속에서 우연한 기회로 히어로들만이 착용하는 선글라스를 쓰게 됩니다. 이후 그에게는 말 그대로 신세계가 열렸는데요. 평범한 일상이었던 건물에 갑자기 등장한 번쩍이는 네온사인, 맨홀 뚜껑 위 의문의 구급상자 등... (구급상자를 밟으니 순식간에 상처가 회복되는 모습도 나와요. 짜릿해하는 가이의 모습이 압권) 내가 살던 세상이 알고보니 또 다른 세계였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화려한 3D 게임 그래픽과 어울려 표현됩니다.



영화 <프리 가이> 예고편 캡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거리에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해 나가는 플레이 모습들은 영락없는 RPG 게임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또, 싸우는 방식에서는 정통 FPS 게임들이 떠오르거든요. 가이가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히어로 몰로토프 걸(조디 코머 분)의 창고에는 온갖 총기와 세련된 오토바이들이 세팅되어 있는데, 이들은 슈팅 게임에서의 주무기이자 주요 이동 수단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영화 <프리 가이> 공식 스틸컷


 이처럼 프리 시티라는 게임의 장르는 분명하게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조금 복합적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장르가 탄생했는지... 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프리 시티 속에 녹아있는 두 가지 게임 장르: RPG와 FPS가 무엇인지 정리해볼게요.



✔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 RPG


RPG는 Role-Playing Game의 약자입니다. 용어의 뜻에서 짐작되듯이 원래는 역할 놀이의 총칭으로 쓰이는 말인데요, 보통은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해 주어지는 역할(퀘스트 등)을 수행하면서 능력치를 육성하는 게임의 한 장르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흔히 RPG 하면 떠오르는 판타지 컨셉 외에도 다양한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두고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이러한 역할극 놀이가 컴퓨터의 대중화에 힘입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RPG 게임의 형태예요.


 RPG 게임은 크게 로직(세계관, 게임의 세부 스토리, 특유의 플레이 방식 등)과 오브젝트(게임의 배경이 되는 맵, 상호작용 가능하도록 배치되는 물건과 각종 생명체, 선택지 등)로 이루어진 게임 속 구성 요소들이 쌓이고 얽히며 만들어집니다. 하나하나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생성한 게임 속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비로소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것인데요.


 프리 시티에서도 RPG 요소가 여럿 드러나는데, 예를 들자면 주인공 가이가 근무하는 장소 은행은 플레이어들이 수행하는 '은행 강도 퀘스트'라는 스토리의 배경이 되죠...



 이러한 RPG를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온라인 환경에서 구현한 것이 바로 여기저기에서 소문만 익히 들었던 그 단어, MMORPG입니다(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PG,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다른 게임들과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게임에 동시에 접속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MMORPG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데요. 레벨을 올리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에서 따르는 성취감과 길드나 파티를 결성해서 그룹 활동을 하는 소속감, 캐릭터 육성에 따르는 자기표현 및 과시욕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한국형 MMORPG의 시초 격이었던 리니지를 기억하시나요?


 리니지는 여러 방면에서 MMORPG의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화한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특히 혈맹이라는 깊이 있는 길드 시스템이자 지배구조를 도입, 게임 내 커뮤니티의 성격을 강화하는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게임계에 큰 영향을 끼친 역작으로 꼽힙니다.


 [게임 인사이트] MMORPG의 본질은 무엇일까? 관련 기사 자세히 보기



✔ FPS, 많이 들어봤는데...?


 프리 시티의 플레이어들은 갖가지 종류의 총기를 주 무기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총기를 사용해 적을 쏘아 맞추고 피하는 게임의 장르를 슈팅 게임이라 부르는데요. FPS(First Person Shooter/Shooting Game)는 그 가운데 '1인칭' 시야로 전개되는 게임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만큼 주로 3차원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3D 그래픽 게임으로 만들어져요.


 과거 FPS 장르는 탐험과 사격에 중점을 둔 순수한 슈팅 게임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필수적인 특징(1인칭 시점+무언가를 '쏜다!')을 유지한 채 타 장르의 특성을 접목한 복합적인 게임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요. FPS의 슈팅 요소에, 레벨업 시스템 등 RPG 장르의 요소를 추가한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프리 시티의 모델이 되었다고 보이는 GTA 시리즈예요.


 <프리 가이>에 이런 부분이 많이 나왔죠. 몰로토프 걸이 가이의 급발진 플러팅을 진정시키며 100레벨 넘기고 다시 찾아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가이는 서로를 쏘고 죽여서 경험치를 얻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리(FPS 요소) 무기를 뺏고 선행을 하는 등 도시의 평화를 지키는 방식으로 레벨업을 해 나가는 기행을 보여(RPG 요소) 게임 속 화제의 인물로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최근 게임계에서 화두인 복합성과 자유도 등을 정말 유쾌하게 풀어냈다고 느낀 부분이었어요. GTA 시리즈에 대한 내용은 레터 후반에서 더 다루어 볼게요!


글로만 보니 조금 실감이 안 나시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머글도 아는 FPS 대표작 두 가지.



 2000년대 초 개발되었던 1세대 국산 PS 중 현재까지도 소소한 인기를 유지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정통 밀리터리 FPS를 표방한 서든어택인데요. 게임성 자체는 부족했지만 특별히 조작법을 익히지 않아도 친구들과 PC방에서 한 판 가볍게 땡길(?)수 있는 오락성과 접근성이 인기 비결이었다고 해요. 또한 인기 연예인 캐릭터를 게임에 추가해 아이돌 팬덤 등의 유입도 쏠쏠히 노렸습니다. 후속작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층을 유지해 오던 서든어택은, 최근 2020년 PC방 점유율에서 한참 후배 경쟁작들인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를 꺾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답니다(전체 게임 중 무려 최고순위 5위!). 서든어택을 비롯한 한국 FPS 게임계의 역사를 잘 정리한 기사가 있어 소개해 드릴게요.


[한국 FPS의 곽철용 '서든어택', '오버워치' 제치고 '배그' 보내고] 관련 기사 자세히 보기



블리자드 제공


군복을 입은 채 실제 존재하는 총기를 본뜬 무기를 들고 플레이하는 정통 FPS 장르의 대표작이 서든어택이라면, 그에 비견되는 하이퍼 FPS 게임 중 가장 대중적인 예시로는 오버워치를 소개해 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이퍼라는 용어에서 짐작하시듯, '영웅'이라 부르는 캐릭터들의 외관이나 사용하는 무기에서 비현실적인 SF 요소가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화려한 그래픽 효과와 캐릭터간 상성 등 유기적으로 디자인된 팀플레이 요소로 201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블리자드의 역작이었습니다.


 다만 FPS 장르가 가지는 가장 큰 진입장벽은 플레이의 난이도입니다. 다른 게임 장르들에 비하여 적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장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운용능력과, 아군과 적군 간 캐릭터/무기에 대한 상성 파악과 같은 전략적 지식 등 고차원적인 역량을 필요로 하거든요. 거기다 슈팅 게임이니만큼 정확하고 신속한 조준 능력, 골(?) 결정력은 기본...!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 자유로운 몰입감의 생명, 오픈 월드


 프리 시티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해 도시 전체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일상적 루트만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모든 캐릭터의 숙명이라고 여겼던 NPC 가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도 이 부분이었죠. 이처럼, 이동의 자유가 주어져 게임 내 구현된 대부분의 장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오픈 월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오픈 월드 시스템의 유행 이전, 대부분의 고전 게임들은 한 판씩 클리어할 수 있는 스테이지나 레벨, 던전 등이 순차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미리 준비된 순서를 통해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를 개발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식이었는데요. 오픈 월드는 이러한 전통적 스테이지 방식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보다 더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게임 속 공간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보통은 게임 속 세계에서 캐릭터를 움직일 때 별도의 추가 로딩이나 전환 화면 없이 조작할 수 있는 경우를 완전한 오픈 월드라고 보는데요. 맵은 오픈되어 있지만 개별 건물에 들어갈 때는 내부 구조를 로딩하는 절차가 필요한 경우 등은 시각에 따라 세미 오픈월드라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오픈 월드와 비오픈 월드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분에게도 익숙할 심즈 시리즈를 예로 들어볼게요. 2009년 출시되었던 심즈 3의 경우,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마을 전체를 여행할 수 있는 완전한 오픈 월드 방식을 구현하여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이웃집에 방문할 때나 직장에 출근할 때에도 따로 로딩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걸어가서 문을 두드리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다만 그만큼 한번에 큰 단위를 로딩한 채 게임을 돌려야 했기 때문에, 그 때 당시 상당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었고... 그에 비해 최적화가 잘 되어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플레이에 난항을 겪었던 유저들이 많았답니다.


[심즈 3 플레이 영상] 오픈 월드라 가능한 도둑(?) 미행!


 그러한 한계로 후속작 심즈 4(2014년 출시)는 오픈 월드 시스템을 과감히 삭제했는데요. 마을을 5개 정도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그 범위 내에서만 로딩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또한 같은 구역에 있더라도 이웃집으로 입장할 때에는 로딩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학교나 직장 건물 등이 모두 없어졌어요. 오픈 월드 삭제로 가장 큰 디버프를 받은 것은 대학 DLC였는데요. 등교한 심이 강의실 여기저기를 누비는 모습을 보기는 커녕, 수업을 듣겠다고 슉! 텔레포트해 사라져 버리는 통에(심즈 유저들은 이러한 현상을 토끼굴로 사라진 앨리스의 모험을 빗대 '래빗 홀'이라고 부르며 자조합니다... ) 전작의 캠퍼스 라이프를 기대했던 유저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줬던 부분입니다.  


Grand Theft Auto Ⅲ(2001) 속 리버티 시티. GTA위키 제공


 오픈 월드 시스템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 게임계에 하나의 스탠다드로 만든 작품...도 바로 GTA 시리즈예요! 2001년 출시되었던 Grand Theft Auto Ⅲ은 리버티 시티라는 가상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3D 그래픽을 통해 게임 상에 구현했는데요. 넓은 도시 안을 어디든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플레이하는 방식은 당대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온 혁신이었다고 합니다. <프리 가이> 속 게임이자 그 배경이 되는 도시 프리 시티가 바로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고 해요.


 프리 시티는 완전 오픈 월드 게임이지만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접근이 허용된 맵의 크기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게임 속 NPC인 가이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직접 손으로 느껴보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해안가 맵에서는 더 이상의 월드가 정상적인 루트로는 구현되어 있지 않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말하고 싶은데... !!! 궁금하다면 영화를 봐 주세요)



✔ 내 게임은 내가 만든다, 샌드박스


샌드박스란, 어린아이들이 모래쌓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의 장르를 말합니다. 유저가 창작할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아이템, 건축물 등 게임에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오브젝트부터, 타 캐릭터와의 관계와 상호작용과 같은 내부적인 요소까지 무궁무진해요. 대표적인 샌드박스 게임으로는 타이쿤 류의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등), 대규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문명 등), 그리고 샌드박스로 시작하여 샌드박스로 끝나는... 대망의 마인크래프트 등이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공식 사이트 제공

 앞서 설명한 오픈월드 시스템은 샌드박스 게임의 기본 세팅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의 자유도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픈 월드라고 모두 샌드박스 요소를 갖추는 것은 아니에요. 프리 시티와도 관련 있는 부분이라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프리 시티의 모티브가 된 게임, GTA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면요. 맵 전체 안에서 별도의 로딩 없이 모든 지역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오픈월드 게임으로 여겨지지만, 인게임 내에서 유저가 창작할 수 있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나 차량 개조 정도 뿐이고 스토리 진행 등의 플레이 측면에서는 정해져 있는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게임이 진행되는 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물론 스토리를 무시하고 NPC를 쥐어패는 등 기행적으로 플레이를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열차를 호수에 처박거나... 심즈에서 심들을 굶어 죽이거나... 하는 변태 플레이... ) 반면에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경우 지형 변경, 건축 등 창작의 요소가 훨씬 많은 샌드박스형 게임인 동시에 맵 전체가 트여있는 오픈 월드 세팅을 갖추고 있기도 하죠.


영화 <프리 가이> 공식 스틸컷

 영화 속 프리 시티의 경우, GTA를 모델로 만들어진 만큼 디자인 자체에서 샌드박스성 요소는 그리 많지 않아 보여요. 하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고 경험치를 쌓는 가이의 창의적 플레이 방식을 볼 때, 관점에 따라서 샌드박스와 시뮬레이션 요소를 내재한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후반부로 향할수록 더욱 더... (이 정도는 스포가 아니고 떡밥이죠! 궁금하다면 영화를 보러 가셔요!) (뒷광고 아님 주의. 디핑은 앞광고를 환영합니다)



선글라스 쓴 천사, 혹은 악마  


 영화 <프리 가이>에서 NPC와 플레이어를 구별하는 방법. 바로 선글라스의 착용 유무입니다. NPC였던 가이가 처음으로 프리 시티 속 게임 세상을 마주하게 된 것 또한, 유저가 착용하던 선글라스를 써 보았기 때문이었는데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더 큰 세상을 알려주고자 친구 버디에게도 선글라스를 권하지만, 아직 NPC로서의 자아를 깨지 못한 그는 가이의 제안을 거절해요. 이처럼 영화 속, 게임 속에서 선글라스는 단순히 외형으로 NPC와 플레이어를 구별하는 수단만이 아니라 NPC 캐릭터들이 스스로를 프리 시티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로 자각하는가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까지 지닌다고 볼 수 있어요.



근데 잠깐, NPC가 뭔데?                                             



✔ NPC: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NPC는 Non 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게임 속 캐릭터 가운데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들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인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에 필수적인 각종 아이템의 거래나 물품 보관, 퀘스트 제공과 보상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 외에는 게임 상에 존재하는 목적이 없다고 여겨졌어요. <프리 가이>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해 캐릭터와 스토리를 변주한 영화입니다.  


영화 <프리 가이> 공식 스틸컷


 전통적인 개념에서 NPC는 언제 게임에 접속하더라도 보통 항상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때문에 특정 게임에 거의 항상 접속해 있는 유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24시간 내내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일종의 신조어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게임들의 구성과 디자인이 다채로워지면서 NPC라고 하여 항상 그 자리에 가만히만 있는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방대한 오픈월드 구현과 탄탄한 스토리로 칭송받았던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경우, 모든 NPC들이 자신의 일상 생활을 시간대에 맞추어 수행했습니다. 상인들은 정해진 시간동안만 장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 들어가 쉬었고, 경비병들 또한 일정 시간에 맞추어서 순찰을 돌거나 동료와 교대근무를 서기도 한답니다. 후속작으로 갈수록 이러한 패턴들은 더욱 복잡해져서, NPC들이 시간을 맞추어 함께 식사를 하거나 공원에서 산책을 다니는 등... 훨씬 더 현실적인 요소들을 구현해냈다고 합니다.



✔ NPC를 대하는 플레이어의 자세


 여러분이 프리 시티 속 선글라스 낀 플레이어라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으신가요? 마음껏 행동하고 리셋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 제공되는 만큼, 게임 속에서는 현실에서 펼치지 못하는 유저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표출되고는 합니다.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NPC를 대하는 방식이에요. 앞서 짧게 언급한 바도 있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나 심즈 시리즈 등을 플레이하면서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캐릭터들을 죽이고 괴롭혔던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언제나 캐릭터들이 좋은것만 먹고 입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떤 게임을 하건 아주 열심히... 한국인답게 정석적 플레이로 최정점에 서는 엔딩을 보며 뿌듯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요. 바로 이런, NPC를 대하는 플레이어의 자세: 희망 편과 절망(?) 편. 재미로 보는 각각의 예시를 준비해 봤습니다.



 • 희망 편 : NPC는 내 친구!


 최근 들어 NPC의 개성과 유기성을 강조하는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국산 MMORPG계의 희망으로 불렸던 그라나도 에스파다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이 게임에서는 NPC와 일정 수준 이상의 친밀도를 쌓으면 해당 캐릭터를 NPC가 아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데려와 쓸 수 있었어요. 심즈 시리즈의 경우... 이 게임에서는 'NPC'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지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월드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심들은 단순 NPC가 아닌 내가 직접 활성 가족으로 선택하여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개방형 캐릭터이기 때문이에요. 간혹 바텐더나 가정부로만 등장하는 순수 서비스 심들도 존재하는데, 이 심들도 활성 심과의 연애나 결혼 등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게임 내 설정을 조금 건드리면 활성 심으로 끌어와 플레이할 수도 있어요.


게임 <스타듀 밸리> 플레이 화면 캡처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NPC와의 상호작용 요소를 플레이의 주요한 요소로 강조하여 성공한 게임은 단연 스타듀 밸리입니다. 스타듀 밸리에는 총 12명의 결혼 가능 NPC가 있는데요. NPC와 캐릭터의 지정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와 결혼이 가능하며, 각 NPC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제공하는 일명 호감도작을 통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습니다. 호감도가 쌓이며 일어나는 이벤트들이나, 결혼 이후의 스토리 전개를 통해 각 NPC들의 성격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전개된다고 해요. 실제로 공략 가능한 NPC 중 알콜중독(?) 캐릭터가 있는데, 이벤트가 진행될수록 술을 끊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과 플레이어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에 덜컥 결혼에 골인했다가 결혼 후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감 무엇...



절망 편 : 이것도 게임의 맛이지!


 반면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NPC를 괴롭히는 변칙적인 플레이를 일종의 게임 속 감초처럼 활용하는 유저들도 꽤 많습니다. 그 대명사 격인 게임이 바로 <프리 가이>와 영화 속 게임 프리 시티의 모티브가 된 GTA 시리즈예요.


 Grand Theft Auto 시리즈는 대표적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자 일명 '범죄형 샌드박스' 게임의 선두주자입니다. '대리만족 시뮬레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가상현실 속 거대한 도시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플레이 컨셉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스포츠카 질주나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스턴트 액션 뿐 아니라 NPC로 등장하는 경찰 혹은 시민 캐릭터들을 마음대로 다루고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자유도를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도가 더욱 놀라운 까닭은요, 먹잇감이 되는 NPC들이 단순 스크립트가 아닌 일종의 AI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요.


인공지능 NPC들이 벌이는 대형 교통사고 장면! (정말 신기하니 꼭 보세요)


 예를 들어 GTA Ⅳ에서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구경하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차에 치이고(...) 구급차가 와서 알아서 사람을 태워가고(...) 주변 사람들은 그걸 구경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NPC가 타고 있던 차를 탈취할 경우, 플레이어에게 격렬히 F word를 내뱉으며 선빵을 날리는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거리에서 NPC들끼리 마주치면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매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건 기본이고요. 대신 그만큼 가장 고도화된 AI 코드를 도입했던 GTA Ⅳ는 필연적인 최적화 문제로 개발사도 유저들도 한참을 고생했었다고 하네요.  


 오늘 자주 언급되는 심즈 시리즈 역시, 플레이 심을 비롯하여 NPC 캐릭터들을 괴롭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팁으로 돌고는 했었습니다. 흥미로운 인터뷰 기사 한 줄, 링크로 소개해 드릴게요.

 [심즈 4 프로듀서가 말하는 당신이 심즈에서 심을 죽이는 이유] 기사 전문 보러가기


 영화 속 프리 시티에서는 범죄형 플레이 방식과 오픈월드 세팅, 레벨 시스템, 플레이어별 차고와 같이 다양한 부분에서 GTA 시리즈의 특징들을 차용한 모습들을 엿볼수 있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혹사당하는 NPC에 대한 묘사, 그리고 살아있는 NPC라는 상상력의 출발점에서도 스토리의 단서를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 너무 더 말하고 싶은데 더 말할 수가 없어요! 오늘의 디핑 소스로 많은 디핑러 여러분들이 <프리 가이>를 보고 오셔서... 이것 저것 수다떨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디핑의 작은 꿈!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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