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영화 얘기보다 영화를 핑계로 그 내막에 있는 여러 가지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길 더 좋아하는 괴짜즈 디핑. 이번주도 역시, 영화 <프리 가이>에 대한 소스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사실 디핑 팀은 <프리 가이>를 함께 보았습니다. 영화의 주연이 라이언 레이놀즈라 들었을 땐, 저희 둘 다 소위 말하는 B급 병맛 영화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꽤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영화였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게임 속 캐릭터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어요.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게 가는 것은 아니고, 유쾌한 무드의 영화랍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아쉽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그치만 그래야 '재밌는' 영화니까요!)
사실 <프리 가이>가 가진 요소들은 그 자체로 신선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게임, 가상현실,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양한 영화에서 소재로 다루고 있거든요(쥬만지(1996), 매트릭스(1999), 아이, 로봇(2004), 써커펀치(2011), 레디 플레이어 원(2018) 등). 영화 그 자체로 신선한 시대는 지났죠.
디핑의 tmi 코너. 게임을 다룬 최초의 영화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993)>라는 영화였어요. 1985년에 출시되어 게임업계의 전설로 기록된 동명의 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캐스팅도 아주 치열했다고 하는데, 기대와 달리 퀄리티도, 흥행도 모두 그닥이었습니다. 출연한 배우들도 자신들의 흑역사라 말한다고 해요.
이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게임 영화의 소재들은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어요. VR과 인공지능 등, 게임과 결합해 감각까지 느껴지는 현실 밖 또 다른 세상이 등장해요.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로 이야기 되고 있죠. 그만큼 가상 공간이 우리에게 훌쩍 다가왔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만한 현실의 문제들이 더러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철학적으로 깊게 들어가기엔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번 주 디핑이 <프리 가이>와 함께 현실이 아닌 세상,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한 또다른 작품들을 묶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 NPC 이야기: <트루먼 쇼>, <어쩌다 발견한 하루>
• 만들어진 세상: <레디 플레이어 원>, <레고 무비>
영화 <프리 가이>의 가장 큰 특징은 NPC가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의 게임 영화들은 대부분 게임 플레이어가 주인공으로 활약했다면, 이번엔 NPC가 영화의 전면에 등장한 셈인데요.
NPC가 무슨 뜻이더라?
NPC란 Non 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유저가 조종할 수 없지만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예요. 주로 아이템 판매, 무기 강화, 지역 이동, 스토리 진행에 대한 힌트 제공 등 플레이어의 성장을 도와요. 그 외 NPC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프리 가이> 1편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이전 레터를 확인해주세요
지금부터 언급할 작품들은 게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각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서 부여된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주제 영화 <프리 가이> 속 NPC들의 모습과 겹치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두 가지 작품을 소개할게요.
✔ 프리 가이의 출발, <트루먼 쇼>
<프리 가이>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 바로 <트루먼 쇼>입니다. 게임에 대해 다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일부 설정들이 매우 비슷했어요. 마치 <트루먼 쇼>를 게임속으로 옮긴다면 <프리 가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
<프리 가이>의 주인공 가이는 자신이 NPC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또한, 본인이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주요 공통점이에요. 여기까지는 두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생각하셨을 공통점일 텐데요. 한 발짝 더 나아가, 디핑은 두 주인공 아닌 주인공... 가이와 트루먼의 주변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해요.
<트루먼 쇼>에서는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이 쇼의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트루먼의 생활에 맞춰 모든 것을 반복해요. 트루먼이 묻는 돌발 질문들에도 그저 제작진이 만든 대사를 읊으며 대답합니다. 그들의 역할은 트루먼의 삶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실존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영락없는 게임 속 NPC와 같아 보이죠. 하지만 그들이 진짜 NPC... 그러니까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라는 점에서, 방송상 문제가 생겨요. NPC가 제작진이 통제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인간은 각자의 생각과 행동 의지를 가지니까요.
<프리 가이> 또한, NPC가 자아를 가지며 일어나게 되는 문제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이에게 생긴 자아 의지가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고, 현재의 상황에 끊임없이 질문을 하죠. 그리고 그 자아는 가이의 선한 영향력을 타고 다른 주변 NPC들에게도 퍼져 나갑니다. 디핑은 바로 이 부분에서, 두 영화의 비슷하면서도 다르기도 한 묘사 방식을 떠올렸어요.
영화의 스토리와 설정 외에도, <트루먼 쇼>를 오마주 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프리 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인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을게요. 두 영화를 보셨다면 어떤 장면을 의미하시는지 아실 거라 생각해요.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각 영화의 줄거리를 생각하며 감상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클라이막스에 가면, 아 이래서 디핑이...! 하면서 무릎을 탁! 치실 거예요)
✔ 조연들의 이야기, <어쩌다 발견한 하루>
우리나라에도 <프리 가이>와 비슷한 설정을 가진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9년에 방영했던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도 한 순정만화 속을 배경으로 해요. '정신차려보니 내가 만화 속 주인공?' 이런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드라마가 초점을 두고 있는 인물들은 사실 주인공을 위해 지나가듯 출연하는 조연 캐릭터였어요. 이들은 만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NPC처럼 정해진 말과 행동만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만화와 현실 사이의 공백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마치 <프리 가이>에서 가이와 친구들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주인공은 자신이 사는 곳이 만화 속이라는 것을 알고 자유롭게 행동하게 돼요. 그로 인해 기존의 만화 설정과는 전혀 다른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만화의 줄거리도 달라져 버립니다. <프리 가이>에서 역시, 가이의 변화로 인해 그가 사는 게임인 프리 시티에 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아이러니하게도, <프리 가이>와 <어하루>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는 우리에겐 사실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고, 매력적인 면모를 가진 영락없는 주인공인데 말이죠. 위의 작품들처럼, 최근에는 주변에 머물던 캐릭터들을 스토리의 전면으로 내세우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접근은 그동안 보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주며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본래는 주목받지 못했을 것들에 대해 그리는 작품들... 어쩌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현상인 것 같기도 해요.
디핑러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리 가이> 속 주인공 가이가 사는 세상은, 현실이 아닌 만들어진 게임 속 세상입니다. 이와 같이 영화의 배경으로 현실이 아닌 공간을 다루는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레디 플레이어 원>과 <레고 무비>, 두 가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두 영화는 어떤 세상을 만들었을까요?
✔ VR 속으로! <레디 플레이어 원>
<레디 플레이어 원>은 최초로 VR게임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어요. 게임을 독차지하려는 악덕 사장과 자신들의 게임을 지키려 하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영화 속 감초로 등장하는 여러가지 대중문화 요소들... 이런 점들이 <프리 가이>와 겹쳐, 저희 디핑외에도 두 영화를 함께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NPC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 <프리 가이>가 게임 속 NPC를 대하는 실제 인간들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보다는 플레이어들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영화지만, 차이점도 뚜렷해요. 추가소스에서 두 영화에 대한 귤과 나물의 생각을 다루어 봤는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다른 점도 있지만, 두 작품 모두 게임을 만드는 것은 현실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줘요. 게임 속에 등장하는 대중문화 요소들 역시 바로 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들이죠. 덕분에 영화를 보는 현실의 관람객들도 깨알같은 재미를 느낄 수 었었어요. <프리 가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제작사인 디즈니의 작품들입니다. (크리스 에반스가 카메오로 등장했을 때, 나물은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집에 가고 싶었대요.) 반면에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경우엔 국가, 시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패러디와 오마주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싶을 정도였어요. 잘 정리해둔 블로그 글을 발견해 소개해 드립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영화, 만화, 게임 속 캐릭터들!(헥헥) 자세히 알아보기
✔ 레고로 조립된 세상, <레고 무비>
레고를 이용해 만든 영화, 상상되시나요?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예상되듯이, 레고 캐릭터들이 레고세상의 악당을 물리치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평범한 주인공(에밋)은 우연한 계기로 와일드 스타일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것들이 거짓되었으며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레고 무비>를 먼저 보신 분들이라면, <프리 가이>를 보고 바로 이 영화가 떠올랐을 거예요. 스토리와 플롯이 거의 동일하거든요. 특히 <프리 가이>의 도입부야말로 <레고 무비>를 패러디 한 부분인데요, 좀더 자세히 설명 해볼게요.
<프리 가이>의 도입부입니다. 아침에 일어난 주인공은 집안을 둘러보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을 먹으며 보는 TV엔 매일 같은 내용이 나오고, 커피를 마시며 출근을 하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한 멋진 여성에게 반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럼 <레고 무비>는 어떻냐고요? 아래의 예고편 영상으로 알아보세요.
영화 <레고 무비> 공식 예고편. 00:32~00:48 구간에 주목!
줄거리가 비슷하다 보니, 전달하는 내용도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진실을 알게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말이에요. 그치만 <프리 가이>가 나름대로 전달하려는 의미가 있듯이, <레고 무비> 역시 악당과 싸워 이기는 모험 이야기가 다가 아니랍니다. <레고 무비>에서도 현실의 문제가 나오는데요, 다 이야기하자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요. 아쉽지만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어요 오늘의 소스로 궁금해져서 영화를 보실 거라면, 꼭 디핑에게 감상을 나누어 주세요!
미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영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예요.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미국에선 단순히 인기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신화의 수준이에요. 따라서 스타워즈를 모른다면 미국 컨텐츠 전반을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스타워즈 속 무기 광선검(Light Saber)과 유명한 OST가 <프리 가이>에서도 잠시 등장합니다. OST와 함께 나오는 오프닝 영상도 아주 유명한데요, 바로 이것! 한번 감상하고 가시죠.
고전 of 고전. <스타 워즈(1977)>의 오프닝 영상...!
게임 영화 그 자체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이야기, 님께 오늘의 소스 서두에서 말씀 드렸었지요. 처음 게임 영화가 나왔을 때는 그저 우리가 익히 아는 게임의 스토리를 영상화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게임 자체가 다양화되면서, 영화가 게임을 다루는 폭 또한 매우 넓어졌어요. 2주간 이야기한 <프리 가이> 역시, 기존에 다루지 않은 게임의 색다른 부분을 다룬 영화로 높은 점수를 줄 만 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게임 영화가 만들어질까요? 앞으로 등장할 상상 이상의 영화들이 벌써 기대되네요.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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