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자만: 자신감의 덫
주말이다. 평일에 미뤄놨던 집안일도 끝냈고 상쾌한 마음으로 티브이 앞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요즘 핫하다는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을 틀었다.
나는 경연 예능을 좋아한다.
경연 예능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삶의 축소판과 같다. 참가자들이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선택과 도전, 그리고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속에서의 선택과 태도에서 더 큰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F등급 패자부활전 편에서 12번 참가자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요리를 완성하고도 벨을 누르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발표하고 싶어서.” 음식을 만든 순서가 빠르면 발표를 늦게 하는 룰인데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연을 이끌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은 심사위원들에게는 오만과 자만으로 비쳤다. 결국 그는 자신의 요리 실력과 무관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사례는 자신감이 어떻게 오만과 자만으로 변질되고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독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왜 사람들은 오만과 자만에 빠지는가?
1. 자신감의 왜곡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건강한 태도다. 하지만 자신감이 왜곡되면 그것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평가를 무시하게 만든다. 자신감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마비시키면 그것은 오만으로 이어진다.
2. 성공 경험의 부작용
사람들은 종종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반해 자신을 평가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더 노력하거나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과거의 성취가 현재의 나를 증명한다고 믿을 때 사람들은 자만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3. 타인의 평가에 대한 무관심
오만과 자만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간과할 때 더욱 심화된다. 참가자는 경연의 심사 기준이나 심사위원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타인의 피드백이나 객관적인 평가를 무시하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커진다.
4. 상대적 우월감
경쟁 상황에서 상대방을 과소평가하거나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을 때, 사람들은 오만과 자만에 빠지기 쉽다.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태도는 스스로의 판단을 왜곡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놓치게 만든다.
오만과 자만의 결과
참가자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를 실패로 이끌었다. 그의 행동은 심사위원에게 자신감이 아닌 교만으로 비쳤다. 이는 경연의 결과뿐 아니라 태도와 과정에서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오만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자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이 두 가지는 개인의 발전을 방해하고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잃게 한다.
오만은 타인의 조언을 배제하고 자신의 판단만을 믿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는 종종 큰 실패로 돌아오며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반면 자만은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게 만들며 현재의 노력과 발전을 게을리하게 한다. 결국, 오만과 자만은 현재의 나를 약하게 만들고 미래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독이다.
겸손: 자신감의 진정한 동반자
오만과 자만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해답은 겸손이다. 겸손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며, 현재의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는 태도다. 겸손은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12번 참가자가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아직 부족할 수 있다’는 겸손한 태도로 심사 기준에 맞췄다면 그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겸손은 성장의 발판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은 더 나은 선택과 노력을 이끌어낸다. 또한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배우는 자세는 개인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한다. 겸손은 자기 확신과 타인의 신뢰를 함께 얻는 데 중요한 덕목이다.
자신감은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그것이 오만과 자만으로 변질될 때, 자신감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독이 된다.
진정한 자신감은 겸손과 함께할 때 완성된다. 자신을 믿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자신감은 삶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된다.
-백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