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신분 상승?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에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는데 선정이 되었다.
내가 받은 메일에는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라는 멘트로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작가 신청을 한 건 맞다만, 남이 '작가님'이라고 하는 건 얼마나 낯선지. 이 이메일은 지금 여기 글을 작성하는 모든 작가님들이 받게 되는 복붙 메일이란 걸 알면서도 '작가님'이라는 말은 어딘가 머쓱해진다.
이걸 보면서 어떤 기억이 하나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내가 처음으로 '사장님'이 되었을 때이다.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입점을 한 지, 하루가 지났을까? 휴대폰으로 전화가 빗발쳤다. 무슨 전화인가 하고 받아보면 다 마케팅/광고 업체의 전화.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는 마케팅 업체 OOO입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것 같은데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어디서 그렇게 갓 태어난 사장님들을 잘 찾아내는지, 입점만 하면 그렇게 광고 업체 전화가 온다는 것은 온라인 계의 법칙과 같았다. 그때, 나에게 영업을 하려고 온 여러 가지 업체들에게서 들은 첫 '사장님'. 그 말은 어딘가 내가 아닌 '진짜 사장님'을 찾는 것 같으면서, 다시 그 호칭을 생각하면 민망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별안간 라노벨 소설 주인공처럼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 이 세계에서는 인기폭발 사장님?!' 이 된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2년 차 평사원 햇병아리였고, 심지어는 퇴사에서 백수 타이틀이었는데 신분상승을 제대로 한다.
내가 뭔가 엄청나게 달라져서 '사장님'이나 '작가님'이나 이 호칭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마치 민증을 주면서 어른이라고 할 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저는 아직 응애인데요?"라고 생각하지만 민증을 주면서 "아니야, 너는 이제 어른이야."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인데 (자기 관리도 척척하고, 고민도 뚝딱 해결하고, 멋지게 신용카드를 내밀 수 있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야식으로 치킨도 매일 시켜먹을 수 있는 등등) 나 보고 갑자기 어른이라니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필 수 있다니, 인지부조화가 생긴다.
모든 게 그렇다. 한 순간 변하는 것은 없다. 금 나와라 뚝딱 하듯이 뿅 하고 나오는 것은 마술이나 마법 빼고는 없다. 라노벨 소설처럼 다른 세계에 뚝하고 떨어져서 신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를 부르는 말을 하나 더 추가시켜준 것이고, 그 어색함에 적응해가는 것이다. '사장님'이라는 호칭도 처음에는 "예? 혹시... 누추한 저를 말씀하십니까?"라는 갸웃거림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주위 친구들, 가족들에게 낄낄거리며 얘기한다. "나는 사장이니까 잘 보여라. 내가 언제 뽑아줄지 아냐?" 물론, 그중에서 제일 작고 귀여운 소득을 가지고 있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의 직전과 직후를 비교하면 내가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과 비교한다면 꽤나 '사장님'스러워지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낄낄거리는 말들을 하는가 하면, 존재하지 않았던 소득이 이제는 작고 귀여운 소득으로 변했고, 매일 사업에 대해서 생각하고 해결하고 시간을 쏟는다.
브런치 '작가님'이 된 것도 지금은 어색하지만, 또 시간이 흘러서는 적응이 되고, 받아들이고 '작가님'스러워질 것이다. 그때는 "야, 유명 작가 싸인 필요해? 한번 해줄까?" 이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