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한 후기
1인 사업을 하고 있는 지도 어느덧 10개월, 사기를 당했다.
나는 온라인 판매업이라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와 컨택을 통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당한 사기를 얘기해볼까 한다.
중국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법은 중국 내부 도매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사이트보다도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 다만, 여기서 단점은 이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국 계좌가 필요하다. 중국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대신 결제와 배송을 해주는 업체, 즉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서 결제를 하게 된다. 나 또한 이 방식을 이용했고, 이번에 사기를 당하고야 만다...!
이전에 다른 업체들과도 진행을 했었고, 심지어는 이 사기를 친 업체를 통해서 무사히 진행을 완료한 적도 있다. 나는 이전에 이렇게 아무 이상없이 진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에도 대금을 넘겨주었다.
처음에는 택배사의 배송지연 문제로 시간을 끌었다. 첫 번째 진행했을 때도 배송사 문제가 한 번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예상하였고 기다릴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코로나 봉쇄에 대한 문제로 지연될 수 있다고 하였다. 코로나 봉쇄 문제는 사실이였고 다른 업체들도 코로나 때문에 상품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서 해결되면 보내달라고 한 후 또 기다렸다! 그리고 또 택배사가 배송 지연하고 있어서 상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장장 1개월 반을 기다렸다. 보통 중국 구매대행지를 통해서 주문하면 1~2주 안에 배송이 완료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제품이 오지 않았고, 기다리면서 다른 업체를 통해서 대량주문을 했는데, 이렇게 3번의 대량 주문을 하고 제품을 받을 동안, 이 업체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래서 환불을 요청하였고, 7일 뒤에 대금이 돌아오기 때문에 그 이후에 준다는 말을 들었으며, 역시나 그 이후에도 연락이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업체에 보냈고, 해당 부분을 진행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하였다. 내용증명을 받고 또 돈을 보내주겠다고 하였지만 (대답은 잘 한다.) 역시나 대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둘 다 진행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에도 문의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소장을 작성하고 고소장도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업체에 똑같이 당한 피해자가 더 있어서 같이 진행하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찾아보려 한다.
이렇게 사기를 당하고 나서 든 생각은 요상하게도 '사업가가 다 되었군.' 이었다. 다들 사업하면 한번씩은 사기를 당한다고 하지 않는가? 원래 같았으면 이 돈이 너무 아깝고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걸 이라는 자책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정말 평화로웠다. 걱정이 되지도 않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일찍 이 사태를 겪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사업을 계속 하면서 중국구매대행업체는 수도 없이 겪고 거래를 해야 할 텐데 지금 거래 대금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을 했다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이를 통해서 앞으로 거래할 때 좀 더 주의할 수 있으며, 미리 살펴보고 따지는 습관을 가질 것이다. 돈을 못 받는다는 상황에 대한 분노보다는 내 사업자금의 흐름이 끊김에 대한 귀찮음은 있었지만 이도 선정산과 대출을 알아보면서 잘 해결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통해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 대한 진행 방법도 알게 되고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처리를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돈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해결방법만을 생각하였고 지금 그 단계를 진행중이다.
[생각은 하되, 걱정은 하지 마라.] 이런 류의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떤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거나 상상해서 미리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그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생각과 그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는 내용이다. 잔걱정이 많은 스타일이었던 나는 이 말을 실천하는 게 힘들었다. 생각이 자동적으로 걱정으로 이어진다고 해야할까? 이런 나에게 이번 경험은 특별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과 할 수 있다는 생각만을 하고,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사기를 당하고도 내가 담담할 수 있을까?를 며칠 전 정리해보았는데,
1.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해결책을 명확하게 세웠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진행을 한다는 것이 명확해서 그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하지? 하며 고민하지 않았다.)
2. 사기 당한 금액이 그렇게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생돈을 날린 것은 아까울 수 있지만 내가 앞으로 매출을 오르고 수익이 많이 생길 것이니까 그 돈이 금방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이 상황에서도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4.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끝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인생에서 별로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이 사건 자체나 돈이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수 있다.
첫번째로 해결책, 즉 내가 할 행동을 명확하게 세웠기 때문에 갈팡질팡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내가 보통 생각에서 걱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항상 [이 해결책이 안되면 어떡하지?]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진행할 방향성이 명확하니,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집중했다.
두번째, 사기 당한 금액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큰 돈이다.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큰 돈이였지만 그 금액이 엄청나게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큰 돈일 수 있겠으나, 내가 일에 집중하고 성장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갭은 금방 다시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정말 이 상황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거래를 진행하면서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안전한 장치를 설치해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법과는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이런 과정을 알아가는 게 살아가면서 큰 경험이라고 생각되었다.
네번째, 결국은 잘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직도 나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참 중요한 마인드인 것 같다. 맥스웰 맬츠 박사가 <정신 인공 두뇌학>에서 "건설적으로 걱정하라"는 말을 한다. 걱정을 할 것이면 긍정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걱정은 미리 잘못될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괴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잘못될 일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설적 걱정의 2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1. _____에 대한 내 도전의 최선의 결과는 _____이 될것이다. 2. 그리고 _____이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라는 것이다. 이런 것처럼 나도 결과는 결국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걱정으로 빨려들지 않을 수 있었따.
다섯번째, 인생에서 이 일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큰 결정을 하거나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일이 있으면 항상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내가 죽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다. 고등학생 때 수능을 준비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서 썼던 방법인데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내가 죽었을 때,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했을 때, 내가 평생 이 일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괴로워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때 그랬었지~"라는 말로 웃어넘길 것이 뻔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때 미리 당해서 다행이야. 대금이 커졌을 때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고 사업 초기라서 많이 배웠지." 라고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지금 분노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내가 앞으로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있으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알게 되었다. 이 마인드를 기억해야지.
사람은 인생에 과몰입을 하게 되면 괴로워지는 것 같다. 물론 과몰입을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그게 아닌 대부분의 일에는 인생을 시트콤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면 내 인생 에피소드가 늘어났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브런치에 한 주제로 쓸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를 통해서 브런치 수상작이 될지도! 인생은 새옹지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