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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Jan 09. 2022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타운 이야기 - 버몬트 주 우드스탁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했다. 팬데믹 2주년으로 모두 자유를 찾을 줄 알았건만, 오미크론이 온 세상을 다시 가두었다. 따뜻한 카리브해에서 연말을 보내려 했던 우리는 벌금을 물고 여행을 취소하고 아직 이렇다 할 새로운 코로나 통제 정책이 나오지 않은 안전한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뉴잉글랜드에서 지내는 동안 사용할 스키 시즌권을 구매해놨기 때문에 대신 스키장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기로 하고 집에서 가까운 버몬트 주 킬링턴 스키 리조트로 향했다. 리조트로 가는 길에는 우드스탁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작은 마을은 크리스마스에 꼭 가보아야 할 뉴잉글랜드 타운 top 10에 항상 들어가는 곳이라 잠깐 들려 시내를 구경했다.


우드스탁은 1761년 공식적으로 세워진 작은 마을이다. 19세기에 미국 동부에 아우타퀴치 (Ottauqueche) 강을 따라 철도가 깔리면서 1875년 화이트 리버 정션 (White River Jonction)에 기차역이 세워졌다. 이후 아우타퀴치 강을 따라 듬성듬성 세워졌던 작은 마을들이 공장지대를 형성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우드스탁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우드스탁 인


우드스탁의 랜드마크는 우드스탁 인 (Woodstock Inn)이다. 1793년 리차드슨 태번 (Richardson' s Tavern)이 세워졌다가, 1830년 이글 호텔 (Eagle Hotel)로 증축되었다. 철도가 깔린 후 관광 붐이 일어 보스턴이나 몬트리올에서 관광객들이 몰리자, 19세기 말 현재 미국 역사 호텔 (Historic Hotels of America)로 지정되어 있는 우드스탁 인으로 리노베이션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마을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주요 산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관광산업이었던 우드스탁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록펠러 가족들이 19세기 세워졌던 건물들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특히 록펠러의 손자인 로렌스 록펠러는 메리 록펠러와 1934년 우드스탁 교회에서 결혼했다. 뉴욕과 와이오밍을 비롯해 우드스탁에도 록펠러 부부의 저택이 남아 있다. 우드스탁의 건물과 산등성이 등 마을의 본모습을 보존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하였다고 한다. 우드스탁 인도 로렌스 록펠러 부부가 1967년 사들이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보존 및 리노베이션 했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에는 부자가 된 사람들이 소도시로 거처를 옮겨 그곳 주민들과 협업하여 마을을 보존, 관리, 개발하는데 힘쓰는 경우를 지금도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부자들이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긴 하지만..) 그런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영토를 관리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역사가 현대화된 형태가 아닐까 생각도 된다. 


1870년 우드스탁 메인 스트리트 (사진 퍼옴)
2021년 우드스탁 메인 스트리트. 하나도 안 변했다.


관광도시라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친절했다. 우리는 1935년부터 버몬트 주에서 가장 오랜 기간 운영되고 있는 양키 서점 (Yankee Bookstore) 구경하면서 버몬트 쿠킹북을 한 개 구입하고, 몸을 잠시 녹이기 위해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 애플 사이다를 마셨다.



그리고 잠시 우드스탁 역사 센터 뒤편으로 흐르는 아우타퀴치 강을 구경했다. 얼음이 둥둥 떠내려가는 강물이 주변에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 위에 눈이 쌓인 나무와 어우러져 차가운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강 위에는 국가 역사유적지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된 지붕이 있는 링컨 다리 (Lincoln Covered Bridge)가 지나간다.  


이 다리는 아우타퀴치 트레일의 일부인데, 아우타퀴치 트레일은 150년 전 강을 따라 지나갔던 오래된 기찻길도 볼 수 있고 그 기찻길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주요 기차역이었던 화이트 리버 정션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이 강을 따라 주욱 나열되어 있는 집들을 보고 있자니 미국이라는 땅이 얼마나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를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 원주민의 풍족한 삶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경관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만 같다.



예전에는 저런 집에 살면 외롭고 무섭지 않을까,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미국 시골의 인프라 구조와 수준을 직접 눈으로 접하면서 또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집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고 말았다. 


유동성의 영향으로 전세계 집값이 전반적으로 급등을 했지만, 미국에 경우 대도시 집값 급등률보다 교외나 작은 마을 집값이 훨씬 더 급등했다. 지난 2년간 재택근무가 어떻게 행해졌는지, 대도시 주거의 대안점이 주저없이 교외 주거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이 교외로 이사갈 수 있었던 정책적 이유는 무엇인지 등 여러 각도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실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그 외 구경거리는 다음에 보기로 했지만, 우드스탁에는 마시-빌링스-록펠러 국립 역사공원 (March-Billings-Rockfeller National Historical Park)와 빌링스 농장 뮤지엄 (Billings Farm & Museum)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대도시에서 자연으로 변해버린 나의 여행 선호지.. 지난 2년 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교훈을 주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woodstockvt.com/the-town/blog/woodstock-a-visual-history-tour

https://www.woodstockinn.com/stay/our-story

https://www.historichotels.org/us/hotels-resorts/woodstock-inn-and-resort/history.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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