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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Aug 27. 2024

살면서 소소하게 깨달은 것들 7

살아간다는 건

문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고 3시절,

서로 의지하며 울고 웃던 그 아이.

둘도 없던 내 절친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대학을 간 날 이후부터 조금씩 멀어졌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사라졌다.


돈 씀씀이가 커졌고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 막는다는 이야기에

나는 그 아이와 마지막인 줄 모르고 만나던 날,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서점에서 모으는 법에 관한 책을 사서 아이에게 주었다.

손이 부끄러워 한참 망설이다가 주었는데

그 친구가 까르르 웃으며

"고마워. 꼭 읽어볼게. 나 생각해 주는 건 역시 너뿐이야."

라며 살짝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나는 신규 교사로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때였다.

중학교 교사가 된 또 다른 친구로부터 뜬금없는 전화가 왔다.

"너 00이 알지?"

"응! 왜?"

"나 걔 봤다!"

"진짜? 잘 살고 있대?"

"아니, 걔...."


전화를 끊고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때 책 따위를 사 줄 게 아니라

소리를 질렀어야 했다.

정신 차리라고!

너 지금 이러다 큰일 난다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화를 준 아이는

그 아이와 나, 이렇게 동창생이었는데 중학교 교사로 막 발령을 받았다.

친구의 발령지는 도시에서 먼 시골.

거기서 그 아이를 봤다고 했다.


"왜, 이상한 곳 있잖아. 다방인데 이상한 곳. 나 거기서 걔 봤어!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걔 안 보이더라. 다른 곳으로 갔나 봐!"


그렇게 그 친구는 사라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기억에도 사라졌다가

가끔 비애가 가득한 날이 되면

그 친구가 어디선가 잘 살아 있기를 빌어보곤 한다. 나를 위해.


한 가지 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혹시 그 친구를 또 보게 되거든 나 어디에 사는지 절대 알려주지 마!"

나는 분명 중학교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서웠다.

그 친구가 불쑥 나타나

도와 달라고 할까 봐.

그게 나는 참 무서웠다.


어렸어도

친군데

물어봐야지

지금 괜찮은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년의 시간이 지난 아직도 나는  그 부채감에 시달린다.

그 친구가 어디선가 잘 살아가기를

누구를 위한 기도인지 모르는 기도를 한다.

그녀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사는 건 가끔 억울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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