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 년이 되려면 내년 2월 말이겠군요. 그런데 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라 그런지 울적하기도 하고 또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에 글을 적어봅니다.
사람들이 볼 때는 제가 일 년 동안 차근차근 잘 준비된 명퇴자로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좀 방황을 했습니다. 이 방황이 마치 20대 구직 때 방황 같은 느낌이라 혼란스러웠어요. 그때는 젊기도 하지. 지금은 나날이 근골격계 손실이 느껴지니 매일 운동은 필수라는 다짐 앞에서 구직 활동이라니!
어제도 친정 엄마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직도 너의 명퇴가.. 참.. 아쉽다..."
는 이야기를 꺼내며, 요즘 나라가 망조에 들었는데 너는 왜 학교를 나와서 엄마를 걱정하게 하냐며...
저는 그저 허허 웃으며, 열심히 살게. 엄마! 몰라서 그렇지 학교가 얼마나 힘든데... 나와서 나는 참 좋아.. 연신 쿨한 척 넘기며, 당분간 전화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항상 살면서 결심한 게 있었어요.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의 다짐인데요.
"나는 잘하는 일만 하고 살 거야!"
내 강점에 주력하며 살기! 였습니다.
그동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했던 삶이 아닌 하고 싶은 일만 하자고 살자고요. 그렇게 결심했는데
학교라는 공간은 절대 그럴 곳이 못 된다는 걸 몰랐던 거죠!
연말, 내년에는 어떤 학년을 맡을지, 무슨 일을 할지. 심지어 어디로 발령이 날지도 모르며 사는 게 힘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공문 오면 그거 처리하느라 하루가 다 가고, 회의 좋아하시는 관리자가 부르면 달려가고...
퇴직을 하니, 그런 일이 없어서,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업무나 직함이 없어서 좋긴 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겠구나!'
그런 마음이 컸는데요. 오히려 내 일을 시작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더 억지로 하고요. 알아야 할 공부도 억지로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명퇴의 삶이랑 달라서 방황을 했습니다.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가 헷갈렸어요. 그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 뭔가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어? 내가 이렇게 살려고 퇴직한 건 아닌데.. 스스로에게 제동을 거는 거죠!
그 생각과 태도가 마무리된 게 최근입니다. 모두가 방황했기에 얻은 결과이고요.
말하고 싶은 건, 그런 방황의 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처음 퇴직한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마음의 자세로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 예정이신 분!
쪼매라도 방황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일(=활동)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