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에서 지인이 추천한 <레슨 인 케미스토리>를 흥미롭게 읽고 있을 때였다. 60년대 여성 과학자가 TV 요리쇼에 등장해 '소금' 대신 '염화나트륨'이라고 말하며 요리가 아닌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 나는 책을 탁 소리 내며 덮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학원에 간다고, 그것도 국어 학원이라니! 반가운 일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나의 직업이었다. 엄마가 전국을 누비며 문해력 강의를 하고, 이곳에서 아이들과 독서 논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국어 학원 이야기를 하니 위기감을 느꼈다.
'뭐지? 그동안 엄마랑 함께한 게 싫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아이와 특별히 드러내놓고 한 것은 없었다. 아이는 내가 운영하는 독서 논술 교실에 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책 친구로서 재미있는 책을 주거니 받거니 읽어온 것뿐이었다.
아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독자로서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주로 나와 아이의 대화는 이랬다.
"엄마는 읽어! 나는 놀게!"
"그래라. 나는 열심히 읽을게."
"엄마는 책 좋아하지만 나는 책 보다 그림 그리기가 좋아."
"그래. 모든 사람이 책 읽기를 좋아할 순 없지!"
"그래도 엄마, 책 읽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책과 관련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아이가 꽤 괜찮은 독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국어 학원 이야기를 하니 아쉽고 놀라웠다.
"왜 국어 학원에 다니고 싶어?" 진지하게 물었다.
"응, 친구가 자기는 그 학원에서 00반이라고 굉장히 자랑하더라고. 친구들도 6학년이 되면 국어 학원에 가야 한다고..."
약간의 경쟁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그리고 불안감도. 그 불안감은 아마 아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입된 불안감이 아닐까?
나는 그날 아이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국어 지식, 어휘, 글쓰기 등 자기 시간을 온전히 내야 하는 일이니 분명 너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그건 네가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누군가보다 더 나아 보이기 위해 배우는 것은 별로라고. 아직은 해리포터 전집을 한 번 더 읽고 싶어 하고, 고양이 전사들 시리즈를 완독하고 싶어 하며,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을 더 읽고 싶지 않냐고, 또 엄마와 지금 같이 읽는 책이 재미있지 않냐고 물었다.
내 말에 조금 설득이 되었는지,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사춘기 딸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엄마, 거기 숙제도 많대!"
이런 여우의 신포도 이론을 들먹이며 국어 학원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나는 읽기가 기능화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읽기는 최소한 아이가 초등학교에서는 더 자유롭게 즐기기를 원한다.
어째서 문해력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그 문해력 환경 속에서 즐거움을 잃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