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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Mar 28. 2024

[86호][학내] 덕성의 장금이, 근장금

수습위원 손나은


� 오늘도 도시락 싸왔네?

� 응. 학식에는 비건 메뉴가 없어서.

� 귀찮지 않아?

� 그래도 어쩌겠어. 먹을 수 있는 게 없는데. 어, 오늘 만두 나오는 날이었어?

� 아니, 탕수육···. 또 품절이래.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닌데 왜 맨날 품절이야? 왜 우리는 비건 메뉴가 왜 하나도 없어?  


 고물가와 부담되는 학식  

▲ (좌) 대학가 편의점 간편식품 매출 증가 ⓒ유튜브 MBCNEWS | (우) 이마트에서 선보인 1,500원대 도시락. 쌀밥과 볶음김치로만 구성되어 있다. ⓒ스포츠경향

 계속해서 물가가 치솟는다.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20%나 급등했다.1) 외식 물가도 마찬가지다. 학교 주변에서 밥을 먹어도 한 끼에 평균 8천 원은 나온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니 비교적 저렴한 편의점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지난 5월 편의점의 간편식품 매출은 거의 60%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은 물가 상승에 발맞춰 저렴한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메뉴 구성이나 영양구성이 미흡한 게 사실이지만, 돈을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 수업이 끝난 후, 식사 때를 놓쳐 편의점에 가면 도시락과 샌드위치, 삼각김밥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집에서 밥을 해 먹자니 식자재비가 부담되고, 요리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취생, 기숙사 식당이 없는 기숙사생, 이른 아침에 수업이 있는 통학생에게 밥을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학교와 식비를 공동 부담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비율이 높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 문화를 조성하고 쌀 소비량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2) 대다수의 학생은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을 수 있는 해당 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인기도 치열하다. 우리 대학 ‘천원의 아침밥’은 100명으로 한정되어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나 복도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 있어야 한다. 다른 대학에서는 양도 식권을 구하는 일도 있었다.3) 그러나 학생들의 호응과 달리 대학은 해당 사업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았다. 정부의 보조금은 2024년 기준 끼니 당 1,000원으로, 대학이 실질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세종대·카이스트·한국성서대 등 일부 대학은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4)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이마저도 사라질지 모른다. 

 우리 대학 식당 메뉴 가격을 살펴보면, 떡볶이 3,500원, 마라탕과 돈가츠는 6,9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구성을 추가하거나 옵션을 변경하면 9천 원에서 1만 원을 웃돈다. 학교의 사정이 어떻든, 학생들에게 학식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삼육대는 모든 메뉴가 4천 원대, 동국대는 5~6천 원대다. 우리 대학과 학생 수가 비슷한 서울여대는 5천 원에서 1만 원대로 가격대의 편차가 큰 편이다. 그러나 교직원 식당, 기숙사 식당, 기타 입점 식당 등 학생을 위한 다양한 식당이 개방되어 있어,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불안정한 학식   

▲ 덕성여대 학생 식당에서 판매 중인 음식

 부담스러운 학식 가격과 메뉴 다양성 문제가 한창 제기될 무렵, ‘오늘의 메뉴’가 등장했다. 오늘의 메뉴는 매일 다른 음식이 나오는 급식형 학식으로, 2022년 8월부터 시행 중이다. 학생 식당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수업 간 이동시간을 아낄 수 있고,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여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운영 초기, 오늘의 메뉴 수요 예측은 거의 매번 실패했다. 점심시간에 가도 음식은 품절되어 먹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사전 공지 없이 식단표에 표기된 반찬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감자전이 만두로, 아이스크림이 미니 붕어빵으로 변경되었고, B 메뉴 대신 A 메뉴가 제공되기도 했다. 이러한 임의적인 운영 방식에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배식이 아닌 국은 배식량이 일정하지 않고, 고기의 잡내가 심하게 나는 경우도 발생했다. 칸이 나뉘지 않고 평면으로 된 반찬 접시로 인해 여러 반찬이 뒤섞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아쉬움은 오늘의 메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2학기부터 돌연 운영을 중단한 해장국 코너는 여전히 자리만 차지한 채 대체되지 않고 있다. 마라탕 코너 음식의 부수 재료가 매일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욱이 동일한 메뉴임에도 맛이 일정하지 않아 학생들은 식사에 불편함을 겪는다. 이러한 현상과 물가 상승은 학식 소비를 망설이게 한다.

 

 찾아야 할 권리

 덕성여대에서 다양한 식습관에 맞는 음식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비건 음식이나 할랄 음식은 애초에 학식 메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3년 전인 2021년까지는 샐러드(삶은 달걀 기본 제공), 직화 콩고기 덮밥을 비롯한 채식 메뉴가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덕성여대 영양사는 2023년 1학기에 비건 학식을 시도한 적 있었지만, 수요가 없어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콩고기 등 대체육 가격이 수요에 비해 높아 학생 식당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비건식을 구성하는데 대체육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해당 노력이 단발성 시도로 그쳤다는 점에서 학교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 (좌) 동국대 학식당. 비건 식당인 ‘채식당’은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지 않다. | (우) 모든 육식이 콩으로 대체된 삼육대 비건 학식 메뉴 ⓒ유튜브 ootb STUDIO

 우리 학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교 식당 업체는 수요 부족을 이유로 비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 동국대와 삼육대 캠퍼스에는 비건 식당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국대의 비건 식당인 ‘채식당’에 방문했을 때, 해당 식당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외에도 성균관대 비건 뷔페인 ‘패컬티식당’과 비건 간편식을 판매하는 ‘소담’에 들렸으나, 곧장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패컬티식당은 방학 중에는 운영하지 않으며, 소담은 2023년 1학기부터 10월 초까지 드문드문 운영하다가 현재는 아무런 공지 없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비건을 포함한 채식은 단지 기호를 넘어 권리와 이어진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가 2008년 15만 명에서 2022년 200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5) 채식의 이유는 다양하다. 환경보호와 동물보호, 건강과 종교적 이유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채식주의자가 된다.6) 그러나 학교는 채식 식단을 구성하지 않아 다양한 정체성과 식습관을 가진 학내 구성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영양분과 알레르기 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학생 식당 키오스크에는 음식 성분표가 없다. 식당 내에도 별도의 안내문은 없다. 학생들은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음식을 선택하기 전 구성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식당에 직접 문의할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음식 성분표 작성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지난 5월, 학교 급식법이 개정되면서 알레르기 유발 식재료7)를 급식 정보에 표기하고 사전에 알리도록 바뀌었지만, 이 법은 초·중·고등학교에만 적용된다.8) 알레르기 식품을 제외한 음식 성분표 작성 역시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대학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면 음식 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

 우리 대학에서 시행한 ‘천원의 아침밥’ 식단표 하단에는 부속 재료와 알레르기 정보가 자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음식 성분을 공개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좌) 알레르기 유발식품 ⓒ식약처 블로그 | (우) ‘천원의 아침밥’ 식단표 ⓒ덕성여자대학교 홈페이지

 이러한 문제는 학식 업체와 학생 간의 소통 부재와도 이어진다. 현재 학교 식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아,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정리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의견에 대한 답변조차 받지 못하며, 답변하는 담당자 또한 고정적이지 않다. 어느 날은 학생지원과에서, 어느 날은 총무과에서, 또 다른 날은 식당 측에서 답변한다. 이러한 일관되지 않은 소통 방식은 우리의 요구사항과 불만이 학교나 관련 업체에 충분히 전달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학교에 담당자를 물었을 때, 그 어떤 관계자도 어디로 연결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전화가 다른 부서로 넘어갈 때마다 계속해서 발신의 목적을 밝혀야 했다. 겨우 한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그마저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짧은 인터뷰는 대행업체의 한계로 학교와 업체 간의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확답을 주기 어렵다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이처럼 학교와 대행업체의 책임 구조가 불명확할 때, 소통 창구마저 없다면 학생들의 권리와 편의는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까. 요구 반영 이전에 단순한 궁금증마저 해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학생들은 이제 밥 하나를 사 먹는데도 부담감을 느낀다. 학생 식당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질 좋은 음식을 한 끼 먹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식 시스템을 개선하여,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식과 더 나은 대학 생활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 최형석. 「3.6%… 소비자물가 2년 연속 3% 넘어」. 『조선일보』. 2023.12.30.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12/30/O2ZLKGK765AU5G5OARVMJGPOI4/(2024.01.30.  접속).

2) 식량정책관 식량산업과. 「농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145개 대학교, 234만명, 당초보다 3배 이상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05.04.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2NjIyNSUyRmFydGNsVmlldy5kbyUzRg%3D%3D(2024.01.31. 접속).

3) 엄현식. 「대학생 90% 만족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 일부 축소·중단 고심...지원 부족 영향」. 『핀포인트뉴스』. 2023.10.26.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10(24.01.31. 접속).

4) 백경서. 「학생 열광한 ‘천원 아침밥’&정부 지원 늘려도 대학은 “관둘래”」. 『중앙일보』. 2024.01.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066#home(24.01.31. 접속).

5) 양길모. 「국내 채식인구 200만명... 유통가에 부는 채식 열풍」. 『브릿지경제』. 2023.09.09.  http://m.viva100.com/view.php?key=20230903010000513(2023.12.30. 접속).

6) 이금숙. 「왜 채식해요? 10명 중 7명 ‘이런 이유’」. 『헬스조선』. 2022.06.06.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2060302114(2023.12.30. 접속).

7)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기준에 따르면 알레르기 식품은 우유, 메밀, 땅콩,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등 12가지가 해당된다.

8) 조채희. 「알레르기 유발 학교급식 식재료 사전 공지」. 『연합뉴스』. 2013.08.0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6414870?sid=102(24.02.02. 접속).



참고문헌

백경서. 「학생 열광한 ‘천원 아침밥’&정부 지원 늘려도 대학은 “관둘래”」. 『중앙일보』. 2024.01.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066#home(24.01.31. 접속).

손재철. 「무턱대고 싼게 좋은걸까요? 1500원대 도시락 시장 경쟁」. 『스포츠경향』. https://sports.khan.co.kr/bizlife/sk_index.html?art_id=202304060710003&sec_id=561901&pt=nv(24.01.31. 접속).

식량정책관 식량산업과. 「농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145개 대학교, 234만명, 당초보다 3배 이상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05.04.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2NjIyNSUyRmFydGNsVmlldy5kbyUzRg%3D%3D(2024.01.31. 접속).

양길모. 「국내 채식인구 200만명... 유통가에 부는 채식 열풍」. 『브릿지경제』. 2023.09.09.  http://m.viva100.com/view.php?key=20230903010000513(2023.12.30. 접속).

엄현식. 「대학생 90% 만족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 일부 축소·중단 고심...지원 부족 영향」. 『핀포인트뉴스』. 2023.10.26.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10(24.01.31. 접속).

이금숙. 「왜 채식해요? 10명 중 7명 ‘이런 이유’」. 『헬스조선』. 2022.06.06.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2060302114(2023.12.30. 접속).

조채희. 「알레르기 유발 학교급식 식재료 사전 공지」. 『연합뉴스』. 2013.08.0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6414870?sid=102(24.02.02. 접속).

최형석. 「3.6%… 소비자물가 2년 연속 3% 넘어」. 『조선일보』. 2023.12.30.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12/30/O2ZLKGK765AU5G5OARVMJGPOI4/(2024.01.30.  접속).

MBCNEWS. (2022.07.09). 점심값 1만원 시대..1700원에 편의점에서?[뉴스.zip/MBC뉴스] [영상].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LPo5PqSWXQ(2024.01.30.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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