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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Nov 17. 2024

[87호][사회] 붕어빵, 국화빵, 달걀빵, 문어빵

찐빵

 

 도시의 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일상의 풍경을 담고 있다. 때로는 다채로운 소리와 함께 얽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의 이면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높은 빌딩과 붐비는 상업지역 사이에서 노점상들은 독특한 형태로 존재한다. 길거리나 골목에 자리 잡고 그들만의 공간에서 흔적을 남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단순히 경제 활동의 일부가 아니다. 노점상들은 도시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들의 존재는 도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간적 차별을 가하고 있다. 노점상들이 차지하는 작은 공간은 때로 도시의 발전과 정비라는 명목하에 사라지기도 한다. 


골칫거리로 치부되는 노점상들

 노점상은 영구적인 판매시설이 아닌 곳, 잠재고객이 많이 오가는 장소나 특정 인도에 자리를 마련해 공공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장사하는 상인을 일컫는다.1) 노점상은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 대상으로, 흔히 ‘합법성’을 의심받는다. 하지만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늘 의도적으로 그어진다. 

 1960년대 이후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된 이주 농민들은 노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일거리와 주거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점은 그들의 일터이자 집이었다. 그 시기에는 대규모 상점, 백화점, 슈퍼마켓과 같은 물류 기반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점은 서민들로 북적였다. 정부 역시 도시 빈민층의 생계 수단이자 서민경제 활성화의 주축인 노점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점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었다. 1986 서울 아시안 게임, 2008 서울 디자인 올림픽 등의 국제행사가 개최되며 노점 정비와 무차별적 철거가 이뤄진 것이다. 

 노점 단속은 도시 공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본의 질서에 의해 배치된 ‘도시’는 깨끗한 상태로 정화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청결의 기준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자본주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가령 ‘공식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광화문은 쓰레기가 거의 없는 정돈된 상태를 유지한다. 깨끗한 바닥,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건물, 정장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반면, 노점상, 홈리스 등 도시 경관을 ‘더럽히는’ 존재들은 도시 공간에서 비가시화되어 배제되고 분리되는 국가 폭력을 경험한다. 결국 노점상은 공공용지를 불법 점유해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질서 있는 도시 환경 및 미관을 위해 치워지는 것이다. 

 간혹 노점과 점포가 공존하며 상호작용 하던 사례도 존재했다. 2002년,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 일대를 노점 잠정 허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타협을 거쳐서 비록 노점의 수는 감소했으나, 규제와 단속의 대상에서 벗어난 노점은 점포2)와 공존하며 ‘남포동 BIFF 광장 포차 골목’을 탄생시켰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방문으로 BIFF 광장 포차 골목은 명소가 되었다. BIFF 광장 포차와 함께 인근 해운대 포장마차촌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1년 해운대구청이 소음 및 무단 점용과 같은 민원을 이유로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지난 6월 25일을 기점으로 이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3) 


▲ 해운대 포장마차촌 철거가 결정되자 포장마차 상인들이 내건 감사 인사 현수막 ⓒ파이낸셜뉴스

노점상을 위한 정치는 없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노점상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며 사진을 찍지만, 막상 뒤에서는 노점상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도시 미관, 질서 확립, 도심 상권 부활, 공공 조성 등 구실은 다양하다. 서울시는 2018년 노점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노점 허가제4)를 발표했다. 하지만 허가 조건이 까다롭고 자치구마다 시행 규정과 절차가 달라 실효성이 낮다. 해당 제도를 통해 도로 점용료를 지불한 노점상은 ‘합법’으로 인정받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점상은 한순간에 ‘불법’으로 전락한다. 결국 이들은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기습 철거를 당해 생계 수단을 빼앗긴다. 생계 수단을 빼앗긴 이들의 생활과 노점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이들의 맥락은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동대문구의 한 노점상은 아픈 부모님을 부양하며 10년 넘게 생선 노점을 했다. 그는 “꼴랑 하루에 5~8만 원 벌고, 병원비로 300~400만 원 나간다. 노점을 운영하면서 그나마 버텼는데, 이제는 버틸 재간이 없다. 몰아도 웬만큼 몰아야지, 이렇게 끝까지 몰리면 방법이 없다. 너무 막막하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5) 노점상의 삶은 국가가 부여한 ‘불법’ 이미지에 은폐된다. 더욱이 ‘퇴근하고 벤츠 탄다.’, ‘자릿세 안 내고 배로 돈 번다.’, ‘세금 안 내려 카드 결제 안 받는다.’라는 인식은 국가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노점상이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탈세가 아닌 사업자 등록의 어려움 때문이다.6) 부가가치세법 상 고정된 사업장 주소지가 없는 경우, 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다. 식품업 사업자 등록을 위한 영업신고증 발급도 노점상에겐 어렵다. 사업자의 주소나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하거나 영업신고증 없이도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지만, 이 방법 또한 쉽지만은 않다. 노점을 불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행정관청이 노점의 사업장을 반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7) 노점과 같이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푸드트럭이 식품위생법·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 개정으로 합법화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노점상은 사실상 지방세법·부가가치세법·소득세법에 따라 세금 면제 대상임에도 불법으로 매도된다. 과태료 대신 세금을 내고 부정적인 인식으로부터 보호받길 원해도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 노점상들은 편견 아래 늘 강제 철거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 새벽에 진행된 기습 철거로 부서진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노점 ⓒ민주노련

노점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맞서 노점상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창조하고, 행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 1980년대 말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노점상이 사회 기강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단속을 강행했다. 당시 정부는 노점상의 상업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노점상들은 단속 주체에게 잘 보여야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생존만으로 바빴던 노점상들이 단결하기는 어려웠고, 그에 따라 제대로 된 저항 또한 할 수 없었다. 

 단속의 빈도와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노점상들은 노점상 손수레 보관소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모이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노점상 간 친목과 복지 증진을 위한 도시노점상복지협의회가 결성되었고, 1988년에는 전국노점상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며 조직적인 투쟁을 이어 나갔다.8) 그 결과, 청계천과 동대문 일대에서 전국적으로 조직이 확대되었고, 단속반과 경찰에게 금품을 상납하던 관행도 없어졌다. 투쟁 과정에서 노점상 이재식과 최정환 열사가 무자비하고 대책 없는 노점상 철거에 항의하며 분신하기도 했다. 정부는 표면적 정책만을 제시하며 노점상 간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분열하려 했지만, 노점상 조직은 1991년을 기점으로 도시 빈민 전체와 단결하며 연대를 더욱 강화했다.9) 

현재 노점상은 시민에게 정부의 실정을 폭로하고, 공명선거 감시단10) 활동을 전개한다. 다양한 노점투쟁을 통해 민중, 사회단체들과 연대의 축을 구축하며 노점상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 노점상들은 노점상 탄압에 맞서 조직적으로 투쟁하기 시작한 1988년 6월 13일 이후, 매년 ‘6.13 전국노점상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대전국노점상연합이 국회 앞에서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시위를 벌였다.


▲ 2024년 6월 1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과 대전국노점상연합(대노련) 소속 노점상인들이 노점상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중의소리

 도시는 언뜻 ‘공식/비공식’으로 명확히 구분된 공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은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상호 간의 연결을 통해 작동한다. 공식성을 부여받지 못한 존재를 치우고 배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식과 비공식이라는 인위적 구분을 넘어 서로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노점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우리 시야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이는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시민으로서 살아갈 자격을 박탈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모두 도시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어떻게 해야 도시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제도적 접근을 넘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존재를 고찰해야 한다. ‘노점상’이라는 존재를 배제하고 끝내 버리는 게 아니라 실존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시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진정으로 포용하는 공간이 되려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1) 김준희. (2011). 도시공간과 노점상의 권리에 관한 연구: 1980년대 노점상운동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회, 21(2), 71쪽.

2) 점포는 정해진 상업 지역 내 고정된 장소에서 운영되는 상점을 말한다. 

3) 최승한. 「‘해운대 명물 포장마차촌’ 역사속으로...오는 25일 철거」. 『파이낸셜뉴스』. 2024.06.19. 

4) 노점 허가제는 조건에 맞춰 신청하면 도로 점용료를 지불하고 장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5) 임철휘. 「경동시장 노점 덮친 철거 칼바람...“당장 어떻게 사나요”」. 『뉴시스』. 2023.03.21. 

6) 김수지 외. 「[팩트체크] 포장마차는 왜 신용카드를 안 받을까?-⓵」. 『연합뉴스』. 2024.02.04. 

7) 김수지·홍지희. 「[팩트체크] 정부는 세금 안 내도 된다는데, 노점상은 왜-②」. 『연합뉴스』. 2024.02.04.

8) 김준희, 위의 글. 79-87쪽.

9) 김준희, 위의 글. 95쪽.

10) 공명선거 감시단은 불법·부정선거를 감시하고, 선거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참고문헌

김수지 외. 「[팩트체크] 포장마차는 왜 신용카드를 안 받을까?-⓵」. 『연합뉴스』. 2024.02.04. https://www.yna.co.kr/view/AKR20231221105800505?site=mapping_hyperlink(2024.07.04. 접속).

김수지·홍지희. 「[팩트체크] 정부는 세금 안 내도 된다는데, 노점상은 왜-②」. 『연합뉴스』. 2024.02.04. https://www.yna.co.kr/view/AKR20240129099800505(2024.07.04. 접속).

김준희. (2011). 도시공간과 노점상의 권리에 관한 연구: 1980년대 노점상운동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회, 21(2), 66-102.

양윤서·권규상. (2020). 도시 비공식성과 노점상의 공간정치: 부산 BIFF 광장을 사례로. 한국도시지리학회지, 23(1), 71-85.

임철휘. 「경동시장 노점 덮친 철거 칼바람...“당장 어떻게 사나요”」. 『뉴시스』. 2023.03.21. https://v.daum.net/v/20230321071212676(2024.07.04. 접속).

지혜롬. 「노점상은 합법일까 불법일까?...거리에서 붕어빵이 사라지진 이유는?」. 『TBS뉴스』. 2023.02.23. https://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idx_800=3490488&seq_800=20483204(2024.07.08. 접속).

최승한. 「‘해운대 명물 포장마차촌’ 역사속으로...오는 25일 철거」. 『파이낸셜뉴스』. 2024.06.19. https://m.news.nate.com/view/20240619n15897?mid=m03(2024.07.08.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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