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아닌 쇼케이스

1. 우리가 하려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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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축복받는 결혼식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촛불점화, 신부 입장, 주례, 축가, 행진.. 지인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 갔을 때, 느끼는 몹시 건조하고, 형식적인 의식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사회자가 안내하고 진행하는 한 걸음걸음마다 한 곳에 모인 모든 하객들이 오늘 결혼하는 신랑 신부 두 사람과 양가 일가친척이 하나의 가족으로 결합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축복할 수 있는 결혼식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고민 없이 우리는 ‘여행같이 설레는 결혼’, ‘축제처럼 즐거운 결혼’을 주제로, 쇼케이스라는 형식을 선택했어. 우리의 여행과 삶이 잘 담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건데, 라니가 곡을 쓰고, 작사는 같이 써 내려갈 거야.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과 우리가 연애하면서 기록으로 남겼던 사진들을 선별해 삽화로 넣은 인터뷰 책을 답례품으로 준비할 거야. 그리고 이것을 발표하는 날이 바로 우리들의 결혼식인 거지. 이왕 받을 부조금은 쇼케이스 티켓으로 판매할 거야. 공연은 당연히 재밌을 거야. 양가 어머니들의 약간의 신파도 있다이. 공연 날짜는 10월의 멋진 날, 격주로 한 번은 구례에서, 또 한 번은 제주에서 진행할 거야. 우리가 좋아하는 바리스타의 커피와 파티쉐의 빵을 케이터링으로 준비할 거고, 우리도 좋아하지만, 하객들도 좋아할 만한 맛집을 피로연 장소로 선택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아끼는 친구들이 모두 모였으니, 진심으로 축복해줘. 새로운 가정을 만들기로 결심한 우리와 가족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