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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Nov 30. 2023

라면에 대한 갈증

라면을 먹을까 말까 일주일을 망설였다. '먹고 싶은 걸 참는 건 스트레스야. 라면을 먹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몸에 더 해롭지 않을까.' 마치 흡연가들이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담배를 끊지 못하듯 나는 결국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컵라면 용기에 물을 부었다. 면이 부는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 지 채 면이 익기도 전에 뚜껑을 열었다. 꼬들꼬들한 면의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단숨에 후루룩 면치기를 하고 국물까지 말끔히 먹고서야 뭔가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년 전 건강검진 결과는 참담했다. 내분비내과, 부인과, 소화기내과. 추후 재검진을 받아야 하는 진료과가 너무 많았다. 그중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로 인해 남들보다 강한 식욕을 잠재워야만 했다. 처음엔 약간 충격을 받았는지 식욕이 저절로 줄었었다. 그러다 스멀스멀 식욕이 제자리를 찾자 콜레스테롤 수치도 점점 올라갔다. 급기야 약처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서야 스스로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건강식단과 비건강 식단으로 구분 짓고 비건강식을 할 때는 평소 3분의 1만 먹고 숟가락을 놓는 거다. 대신 나머지 허기는 채소로 채웠다. 그러자 몸은 정직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되찾은 거다.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다짐하고 약을 끊었다. 근데 문제는 한 번씩 찾아오는 식욕 때문에 내적 갈등을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너무 괴롭다.


내 혀에 맛있다는 느낌을 주는 음식들은 왜 하나같이 몸에 해로운 걸까. 어쩔 때에는 차라리 약을 먹으며 먹고 싶은 걸 다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누군가는 그런다. 마음이 허한 사람이 음식에 집착하고 그 허함을 먹는 걸로 채운다고.  하지만 내게 있어서 먹는다는 행위는 행복일 뿐이다. 허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 색다른 조리법으로 탄생하는 요리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비건강식을 대체할 수 있는 요리 개발에 힘써야 하는 걸까.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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