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예약 앱을 모르는 조부모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현장에서 오래 기다렸다가 진료를 본다는 기사를 며칠 전에 봤다. 나 또한 아이가 아프면 인터넷 예약을 하고 병원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현장 대기를 하려면 오픈런 최소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약 문화가 곳곳에 적용되다 보니 줄 서서 먹던 문화가 익숙한 나로서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병원에서 현장 접수를 하느라 기다리는 조부모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만 해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한창인 모 백화점을 찾았는데, 개점시간 전부터 입구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10시 반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은 서둘러서 트리 장식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QR코드를 찍어서 대기 순번을 정해야 했다. 물론 이 백화점은 미리 SNS에 공지를 띄워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SNS를 하지 않기도 하고, 미리 예약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결국 현장에서 줄을 섰다가 예약을 했다. 아침부터 다른 사람들이 캔슬하길 바라며, 나의 순번이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대기한 지 한 시간 반쯤 지나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입장할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밥을 먹기 위해서도 앱으로 대기를 해야 하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도 앱으로 대기하는 건 필수였다. 순번 대기를 위해서 새로 어플을 깔아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어느 순번이 먼저 도래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도 했으며, 내 순번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더해져서 피로가 쌓여갔다. 게다가 예약한 식당을 찾느라 동동거리기까지 했다. 위치를 파악하지 않고 일단 대기를 걸어뒀던 게 문제였다. 순번이 됐을 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취소가 된다고 했다. 겨우겨우 식당을 찾았으나 예약시간이 지나있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고 한숨을 돌리자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 사이에 할머니 네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저분들은 어떻게 예약을 하고 오셨을까?' 의아했다. 친구는 그 할머니들을 보며 나중에 우리도 멋지게 나이 들어 이렇게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밥을 먹자고 했다. 지금부터도 젊은이들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헤매는데 앞으로 시간이 흐른 뒤에 잘 적응할 수 있을런지. 기계를 잘 다루고 정보에 빨라야 편한 시대가 되었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식이 익숙하다 보니 몸이 고단한 걸 감수해야 한다. 참으로 어색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