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하면서...
오래간만에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호텔에 2일을 휴가 겸 해서 보내고 왔다.
쉬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휴가라는 느낌은 들지는 않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휴가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새로움과 여유를 즐기는 게 휴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휴가지만...
요즘 들어 참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이 영화 할 때는 자의든 타의든 시간이 여유가 될 때가 있다.
영화 한 편을 마치면 다음 영화가 들어갈 때까지 한 달 혹은 더 긴 시간 여유가 있을 때가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누리지 못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영화에서 받은 급여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곤 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하면서 소진한 에너지를 집에서 보내곤 했다. 외지에서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소중했던 것 같다. 영화 마치면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행동이 치유에 한 방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 용감하게 해외를 다녀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간이 일반 직장인에게는 소중하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해외를 다녀온 친구들 말을 들어 보면 인도, 베트남 여행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베트남에 다녀온 조감독은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데 당시 금액이 한국돈으로 100원이 안되었다고 했다. 강에 떠있는 배에서 쌀국수를 먹는데 하얀 봉투에서 하얀 가루를 한 숟가락 넣어 주는데 그렇게 맛났다고 하지만 그 봉투가 의심스러워 유심히 보니 빨간 글씨로 '미원'이라고 적혀 있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친구는 인도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한국사람이 있어 같이 여행하다가 지금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또한 분은 감독님 지인이셨는데 인도에 빠져서 자주 여행 가다가 인도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지역에 한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자꾸 결혼하자고 해서 결국 결혼을 하고 인도에 같이 살게 되었는데 남편이 느릿느릿하고 여유를 부리는 통에 빠른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으로서 그 행동이 그렇게 답답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신 기억도 있다.
아무튼 지금 마음껏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보니 그때 이곳저곳 많이 다녀 볼 것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