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빈대에 대한 아무 조치도 못 하는 회사는 호구이고
'월급 루팡'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에 실질적인 기여는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월급 루팡이라고 한다. 그러나 예전에 '아르센 루팡의 모험'을 재미있게 읽었던 내 입장에서 그런 빈대 같은 존재에 '루팡'이라는 멋진 캐릭터의 이름을 붙여주는 건 루팡의 창시자인 르블랑을 심각하게 모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 글에서는 '월급 빈대'라고 표현하겠다.
우리 회사의 인사부를 담당하는 직원은 '월급 빈대'의 전형이다. 9시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9시 넘어서 출근하는 날이 더 많고 (워킹맘이라서 늦어도 된다고? 나도 워킹맘인데 정시 출근한다, 이년아!), 인사부의 기본인 직원 채용에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인재 영입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유기적으로 일부 임원의 지시에 따라 특정 인물을 채용하는 짓만 한다.
이 여자가 얼마나 일을 안 하냐면, 한 번은 모두가 싫어하는 어떤 직원이 사표를 냈는데, 그걸 제 때 수리하지 않아 그 직원이 다른 회사의 채용이 번복되어 다시 우리 회사에 기어 들어왔을 때 그걸 또 받아줄 수밖에 없던 일도 있다.
연말 정산은 외주에 맡겨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 인사부의 직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업무마저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일 팔자 좋은 위치'라는 다른 직원들의 조롱에도 아랑곳 않는다.
이런 월급 빈대의 문제는 기업이 직원들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 생긴다. 기업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이 낮은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근속 연수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고, 실적과 무관하게 승진이 이뤄지기에 월급 빈대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월급 빈대가 진짜 해충 빈대처럼 생존력은 강해서 자기 위치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는 기가 막히게 저희들끼리 대동단결해서 뭔가를 있어 보이게 꾸미는 짓은 또 잘한다. 그래서 박멸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진짜 일 잘하는 직원을 데려와서 상대적으로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부각하거나, 아예 본사에서 칼을 휘두르지 않는 이상, 아시아 소형 국가의 지사에 존재하는 빈대는 자리보전을 나름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짜증 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