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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May 21. 2024

그래, T발 나 C다

핵심은 지능이다, 멍청아

내가 처음 MBTI 테스트를 한 것은 대학교 때 Business English라는 교양 수업에서였다. 당시 교수님이 수강생들에게 '이런 유형의 성격 테스트가 있으니 재미로 보고, 이 결과를 본인의 장래 희망 직종에 적용하여 자신을 소개하는 cover letter를 써 와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물론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교양 영어 수업답게 테스트 문항은 모두 영어였고 질문지가 꽤 두꺼웠다. 점수를 모두 더해서 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당시 나는 E SN T J가 나왔었다. 직관형 N과 관찰형 S가 동점이 나와서 과제를 하는데 좀 애를 먹었지만 과제 점수는 잘 받아서 만족했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몇 년 전 MBTI 열풍이 불었고 나의 MBTI를 묻는 회사 동료들에게 ESNTJ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유형의 테스트를 해보라는 말에 휴대폰을 켜서 해보니 INTJ가 나왔다. 재미 삼아 그 후로도 수 차례 했는데 ISTJ와 INTJ가 번갈아서 나온다. 밖에 나가 놀기 좋아했던 대학 시절과는 반대로 집순이가 되었기에 E에서 I가 된 건 몹시 공감한다. S와 N이 동점이라 테스트하는 날의 상태에 따라 번갈아서 나오는 것 역시 이해된다. TJ 성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고 아마도 죽는 날까지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MBTI의 인기를 등에 업고 생성된 콘텐츠 중, 인터넷에 T들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을 못해줘서 야유와 핀잔을 받기 일쑤라며 이를 이용한 개그 콘텐츠들이 많이 생겨났고 아직 이는 현재 진행형인 듯하다. 몇 개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상당히 많은 이들이 T의 행동에 서운했고 화가 났고 불쾌했다며 서로 위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High T형 인간의 시점에서 T를 조롱하는 콘텐츠를 봤을 때 '왜 저렇게 밖에 못 만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느낀다.


내가 어느 정도로 high T인지는 방금 한 테스트 결과로 보여주겠다.




T를 욕하는 콘텐츠에 등장하는 T형 인간들은 단순히 사고형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성이 없고 지능이 낮은 자가 취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사고력과 지능이 높은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를 빨리 눈치채서 상대가 예상하는 반응을 해주기 때문에 비난받을 일이 줄어든다. 또한 사고형 인간은 공감보다는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 어떤 고민에 있어서 단순히 공감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인 이상 감정을 배제하여 살 수는 없다. 사고형 인간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감정형 인간이 생각 없이 사는 것도 아니다. 

(이미지 출처: '미래의 골동품 가게' 165화 中 - 네이버 수요일 웹툰) - 이거 진짜 완전 명작임!!



사람이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능과 인성의 문제로 보인다. T면서도 지능이 높고 베푸는 유형이라면 누군가의 문제를 듣고 공감을 해 주면서 해결책을 제공하는 해결사겠지만, 반대로 지능이 낮고 인색하다면 '그래서 나더러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만 보일 것이다. F면서 지능이 높고 베푸는 유형이라면 말 그대로 모두가 힘들 때 다가가 기대어 쉴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F면서 지능이 낮고 인색하다면 주변 사람들을 본인 감정의 쓰레기통으로만 사용할 것이다. 인색하고 멍청하면 그게 T이건 F이건 상관없이 똑같이 왕따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T발 너 C냐?'라고 묻기 전에 그 사람의 지능과 인성에 대해 의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방의 지능과 인성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 좋겠지만.. 아마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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