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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r 22. 2024

레드넥의 역습

 '모건 월렌'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다.


 2023년 미국에서 가장 '핫'했던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의 독특한 목소리와 컨트리 음악에 대한 열정 등 그가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을 휩쓸고 빌보드를 점령했던 이유는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대놓고 '레드넥'을 표방하고, 인종차별이나 PC에 대해서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 영향이 더 컸다. 


'레드넥'은 미국의 비하 단어 중 하나로 미국 남부의 강경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농촌민을 비하하는 단어이다.(위키백과 참조) 비하의 단어지만 PC의 지나친 역차별의 잣대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을 결집시키는 단어로 작용했다.


방송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에 대해 비난이 커졌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결집하고 열광하면서 그는 빌보드를 점령했다. 결국 그는 최근에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적어도 돈과 영향력의 기준으로 보자면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성공하는 음악가는 꼭 가장 음악을 잘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가장 좋은 사람일 필요는? 당연히 없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이라고 크게 분류하면서도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 중에서도 특정 분야의 음악만 좋아하거나 특정 분야의 음악만 싫어하는 취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수많은 음악이 있기에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에 손가락이라도 담가왔던 입장에서 그 의견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다. 아직은 그 수많은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온 콘텐츠들을 단순히 '상품'으로 생각할 수 없다.


 문학이나 예술계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었다. 작품이 명작으로 취급받다가 작가의 문제들이 발견되면서 재평가되는 일도 흔하다. 물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연예인들은 문제를 일으키면 '자숙'이라는 것을 한다. 


 그냥 알아서 잠깐 쉬겠다는 이야기다. 마약을 하든, 범죄를 저지르든, 음주운전을 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시간이 지나고 다시 웃으면서 복귀한다. 심지어는 범죄의 경중에 따라서 복귀기간이 다르기도 하다. 


 한때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사람들도 몇 가지 이슈로 뉴스에 뜨더니 다시 복귀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저지르고도 잘만 복귀해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을 가른 차이는 무시하고 계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가장 크다.




 연예인뿐 아니라 지금은 유튜버들도 많아서 비슷한 이슈가 있다. 


 한때 뒷광고로 수많은 유튜버들이 일시적으로 난리가 났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성공을 팔아 타인을 컨설팅해주던 유튜버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기에 연루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다수의 유튜버들은 무조건 6개월 이하의 '자숙'기간을 갖는다. 그 기간 안에 새로운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그 이전 영상들에서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숙은 말 그대로 잠깐 쉬는 기간이다. 그냥 사과했으니 끝인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사과한 것 같지도 않은 사람들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유튜버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을 구독하고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들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 쪽에서는 특히 극단으로 치닫는 유튜버들만이 그런 행동으로 후원을 받아서 짭짤하게 먹고 산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돈을 주는 게 더 배부르니까 욕먹을 만한 인성과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 않다. 


 노동자에게 욕설을 하고 착취해서 만든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있더라도 잘만 국가에서 상을 받고 홍보만 잘 되면 불티나게 팔린다. 지금의 '콘텐츠'는 소모성 '상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복잡하게 구매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냥 제품을 좋아하면 쓰면 그만이 아니냐는 사람들도 많다. 

 왜 제품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그 회사에 대해서 평가하고 영향을 받는 걸까? 자본주의 소비는 점점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넘치는 정보를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기 때문이다. 


 제품이 안 좋으면 딱히 힘들여서 불매운동까지 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제품의 가성비나 품질과 상관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인적자원관리 등에 의해서 물건에 대해서 불매하는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던 유니클로도 '노 재팬'과 맞물려서 몇 년간 매출이 곤두박질쳤었다. 지금은? 지금은 여전히 잘 팔린다고 한다.


 상품에 정답은 없다. 

 취향은 강요당하는 순간 반발을 불러온다. 레드넥의 대표주자인 트럼프가 지지를 받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종이빨대 사용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게 아무리 좋은 뜻이어도 너무 불편하다면 결국 상품으로써의 선택에서 반발을 불러온다. 


 디즈니나 마블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계몽'영화를 만들었다. 

 다만 그들이 왜 '블록버스터'와 '킬링타임'이 취향이었던 예전 마니아들에게 '계몽'영화를 소비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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