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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Jul 03. 2024

교과서요? 그게 뭔데요?

우리가 발전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과연 우리를 이롭게 하고 있을까?

오늘도 수많은 글들이 AI나 4차 관련 기술을 찬양하고, 경계하고, 부풀리고, 내려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대부분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면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도 다르지 않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존재하고, 찬란한 미래 편이 존재하는 만큼 지옥편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기술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랬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 과연 더 죽지 않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더 많이 죽이기 위해서인가를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어떤 기술이 발전하면 누군가는 직업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태되기도 한다.

반면 누군가는 그걸 타고 성공 가도를 달리거나 돈방석에 앉기도 한다.


결국 장점만 존재하거나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기술을 판단하거나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e-교과서를 생각해 보자. 


e-교과서의 이전에 이미 '전자책'의 역사는 꽤나 길다.

애초에 컴퓨터 문서를 뽑지 않고 읽는 시점에서 차이점은 휴대가 가능하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종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적히는 책에 비해서 데이터로 어마어마한 양을 감당할 수 있는 디지털 문서가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과연 전자책이라는 더 간편하고 많은 정보를 건네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이전의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을까?




그건 단순히 전자책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전에 종이책 시절에도 어떤 사람들은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전자책이라는 훨씬 간편한 형태가 되었다고 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

'책을 읽으려는 목적'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문서와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 시대의 정보 전달의 핵심은 오히려 '영상'으로 넘어갔다.


유튜브라는 영상 매체도 모자라서 틱톡과 쇼츠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우리가 선택했던 '전자매체'는 단지 책이라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이북리더'는 엄청 많다.

최근의 꽤나 많은 '이북리더'(김정은 아니다)가 전자책 이외의 기능을 빼버린다.


정말 그걸로 책을 읽을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말로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굳이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이어도 상관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들이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을 놔두고 굳이 이북리더를 택해야 할까?


그래서 전자책의 보급은 어차피 책을 읽는 사람들의 영역에 걸칠 뿐이다.


전자책으로 사람들의 책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을까?

오히려 예전이라면 억지로라도 책으로만 교육받거나 전달받아야 해서 '문해력'이 필요했던 정보들이 영상으로 전달되면서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를 찾아봐도 우리나라의 실질적 문맹률은 역으로 높아지고 있고, 그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앨빈 토플러가 말하던 정보화 시대는 순식간에 우리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엄청난 양의 정보 안에서 '검색'을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초창기 포털 사이트들은 당연히 그런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색인을 해주는데 중점을 뒀다.


그렇지만 막상 정보화 시대가 되고 쏟아지는 정보를 마주친 사람들은 어땠을까?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게 된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게 변했을까?


오히려 인터넷에 검색을 통해서 얻는 정보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문제가 됐다.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고 검증하기 어려운 정보들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사람들은 더 이상 그걸 기억하고 공부하는데 머리를 쓰지 않았다. 

그저 검색으로 가지고 와서 베껴 쓰기만 해도 자신이 유능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었다.

심지어 그걸로 학위 논문도 쓸 정도로.




그리고 AI를 통해서 그건 더욱 극대화되었다.


국내에서 여행 계획을 짜면서 챗GPT를 이용해 여행계획을 짜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꽤나 근사한 문서를 만들어준다.

질문을 잘만 한다면 체계적이고, 그럴듯하면서도 꽤나 자세하게 적어준다.

다만 거기서 만들어 준 내용의 방문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들만 있다면 말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얼마 전 여행계획에 대해서 해양 과학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자 AI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해양과학연구소를 방문지로 추천했다.

이름부터 자세한 내용까지 아주 그럴듯하게 말이다!


누군가가 교차 검증하지 않고 그걸로 여행계획을 짠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결국 AI 역시 이전의 기술들과 다르지 않다. 


사용하려는 사람이 정확한 목적과 용도를 가지고 '보조'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목적이 아니라 기술에 집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마치 모빌리티는 '이동'이 목표인데 모빌리티를 기술 자체에 집중하면 어긋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AI라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집중을 하면 목표를 놓치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마치 F1이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일 수 있지만 그들이 가장 뛰어난 차량형 모빌리티라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언젠가 완전자율주행이 우리를 '운전면허시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최근에 학습자의 수준을 더 이상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지식수준'으로 나누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적극성'을 기반으로 한 학습 수준을 기반으로 나눈다. 

관심 수준이 낮은 학생이 접해야 하는 방식이나 내용은, 적극성을 가지고 그걸 토대로 '지식'이 아니라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학생과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교과서라는 기술이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그런 욕구와 목적에 맞게 지원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저 매체를 바꿔서 인터넷과 AI를 결합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빨리 찾아주고 영상과 그림 자료를 결합해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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