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고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는 하루하루가 똑같았다. 시간도, 날짜도, 달력도 무의미하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는 병원에서 진료예약을 잡을 때나 알아차리곤 했다. ’아.. 오늘은 화요일이구나.‘ 요일을 세는 것은 컵라면에 물을 붓고 뚜껑을 열기 전 십 초를 세는 것만큼 시시하고, 별 볼일 없었다. 어느 날은 월월월월요일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수수수수.... 요일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같다.
하지만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있는 날이 있다.
한 주의 진료를 마무리하고 마치 퇴근하는 직장인의 발걸음처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웠던 그날, 평소보다 차가 밀리는 어스름한 저녁시간 버스에 갇혀 있어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그날, 무기력이 내 온몸을 지배해도 주말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조금은 죄책감을 덜 수 있음에 여유로운 마음이 들던 그날, 거리의 사람들이 이유 없이 들떠 보이던 그날, 우울함이 지배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자유가 꿈틀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날.
맞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