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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내 진로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진로 선택을 위한 방황과 고민

어떤 면접을 보더라도 항상 긴장될 수밖에 없다. 학교 동기, 스터디 그룹, 모의 면접 같이 친한 사람들과 해도 떨리는 것이 면접이다. 힘겹게 합격한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면접이라면 더욱더 떨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는 왜 면접을 볼 때 긴장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살아온 방식과 고민을 설명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점수로 평가받고 합격과 불합격으로만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에서 자신을 설명하고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받는 상처와 피로감이 발생한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은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프리랜서로도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공기관에서도 일했습니다. 


Q : 공공기관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요?

A : 제가 2020년에 졸업을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유행시기랑 겹쳐버린 거예요. 그리고 저도 취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2월부터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직장을 다니다가 실직을 당한 분들도 많았어요. 당시에 대학생 행정체험을 하고 있었는데 공공일자리 공모가 올라온 거예요. 졸업하고 지원해서 공공기관에서 6개월 동안 일하게 됐어요.  


Q : 일자리 줄어들었다는 건 어떻게 체감했나요?

A : 사실 제가 당시에 정신이 없었어요. 졸업하고 맞이하는 사회였는데, 그게 코로나가 된 거예요. 그리고 저는 순수미술을 전공했는데, 어디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진로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졸업을 해보니까 현실인 거죠. 내가 배운 전공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어요. 졸업 후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Q : 공공기관에서 6개월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A : 하루에 4시간씩 주 5일 일했어요. 급여가 많지는 않아도 여기서 일하면서 자격증을 준비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반적으로 소통이 잘 안됐어요. 공고에는 일하는 시간이 오전 시간 또는 저녁시간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일하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시간을 바꿔달라고 했는데도 받아주지 않았어요. 결국 민원을 넣으니까 일처리를 해주더라고요. 


Q :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A : 모든 생활을 노동시간 중심으로 설정해야 되는 게 힘들어요. 저는 일이 들어올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으니까 일이 들어오면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주 6일을 일할 때도 있어서 피로감이 있어요. 저는 프로젝트 일을 많이 맡다 보니까 계속해서 일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거든요. 그런 피로감이 되게 커요. 


Q : 구직 과정의 피로감 때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나요?

A : 불면증이 좀 생긴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도 잘 안 와요. 저 같은 경우는 일을 그만두기 한 달 전부터 다음 일자리를 찾기 시작해요. 그런데 3-4개월 하는 일자리일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신체적인 스트레스도 있고, 정신적으로 피로감도 쌓여요.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어요. 


Q :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찾아보셨을 것 같아요. 

A :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기업의 조직문화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폐쇄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그 안에서 폭력이 발생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걸 감수하면서 정규직 일자리를 찾아야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지만 망설이게 되고, 그런 직장이 정말 안정적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Q : 일하는 곳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무엇일까요?

A : 저는 주 5일 동안 8시간씩 일하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 공황이 올 것 같아요. 시간제 일자리는 저임금이지만 어느 정도 자유가 있거든요. 그런데 풀타임 근무는 8시간만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말은 8시간이라고 하고 밤 12시까지 일을 시키니까요. 그 공간에 내 몸이 묶여있다고 느껴져요. 


Q :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크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A : 지금 생각해보면 방송국도 좋은 일자리는 아니었어요. 그때는 어릴 때였는데,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보니까 그것 자체로 뿌듯했어요. 주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걸 그때 처음 해본 거예요. 처음으로 직장인 같이 일해본 거죠. 그리고 방송국이니까 4대 보험을 들어주더라고요. 당시 최저임금을 받았던 것 같아요. 


Q : 방송국과 같은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진 않으셨나요?

A : 모르겠어요. 그때 왜 큰 기업에서 다시 일하고 싶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방송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이 당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영상이랑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개인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Q : 지금은 영상 작업을 안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정말 힘들어서 안 하고 있어요.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일을 하기로 확정했는데, 대금을 깎거나 후려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거예요. 단가를 내리던가 작업물을 후려치는 그런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피로감이 심했어요. 


Q :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괜찮았나요?

A : 대금 체불이 너무 심했어요. 어렸을 때 영상 프리랜서로 일했으니까 계약서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요. 그리고 계약서 안에 수정은 몇 번 가능하다는 내용을 써야 되는데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수정해주는 일이 반복됐고요. 그리고 돈을 안 주는 거예요. 그러면 민사소송을 가야 되는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으니까 내용증명을 보냈죠. 그러니까 돈을 주더라고요. 


Q : 혼자서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 피로감이 상당히 컸어요. 나는 20대 초반이고, 법적으로 얽혔을 때 승산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받아야 될 돈이 변호사 선임하는 돈 보다 훨씬 적은 돈인데, 과연 이렇게 피로를 느껴가면서 해야 될까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 20대 전체가 저한테는 어떤 경험의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뭐가 맞는지 안 맞는지 경험하는 시기였어요. 여기저기 방황한 것 같지만 다 경험이었거든요. 입시 면접 같은 곳에서는 제 진로에 대해 설명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는 없죠. 저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만 알면 되는 거예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 저는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청년이 문제다’라고 느껴져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청년이 문제여서 나타나는 게 아닌데, 다들 청년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고용은 불안정하고 법적인 안전망은 전혀 없다고 느껴지고요. 그런데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눈이 높아서 문제라고 말하고, 게으르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청년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건강한 일자리가 먼저 마련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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