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현재와 막막한 미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거쳐 직장인이 되는 삶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어쩌면 ‘일반적’인 과정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다 담지 못하는 인생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찾아가며 하는 것은 어떤 삶일지 궁금하다. 아직은 내세울 것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던 인터뷰 참여자의 진지한 얼굴이 떠오르는 인터뷰였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현재 24살이고, 사이버대학과 엠티라는 학교를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공부를 어디서 어떻게 하면 이어나갈 수 있을지, 제 가치를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A : 지금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주말 아르바이트만 하는 걸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계를 위해서는 월급이 더 필요해서 평일 5일 일하는 걸로 바꾸게 됐어요. 일주일에 25시간 정도 일하고 있어요.
Q : 다른 일은 생각해본 적 없으세요?
A : 제가 지금 내세울만한 학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적어요. 건축이나 도시 관련 일도 관심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무언가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어요. 떨어지더라도 계속 넣어보고 있죠.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상태여서 더 힘들 것 같아요.
Q : 군대를 미루면서 일을 찾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학업 때문에 늦게 가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대학에 진학을 안 했다 보니까 아직 갖춰진 게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 상태로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게 되면 이후에 더 불안할 것 같더라고요. 전역하고 다시 돌아올 곳을 만들어두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미루게 됐어요.
Q : 그동안 하셨던 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한 적도 있고요. 국제 문화 포럼 같은 곳에서 행사 진행 스태프로 일한 적도 있어요. 이때는 제가 의견도 낼 수 있어서 저한테 도움이 됐어요. 이런 아르바이트들도 있는데 보통은 카페나 식당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돈이 급하게 필요하면 수박 파는 아르바이트나 수영장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많이 했어요.
Q : 코로나19 때문에 일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 저번 주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는데 저 포함해서 100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유명한 브런치 카페였는데, 예전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몰렸나 싶었어요.
Q : 사이버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A : 제도권 교육, 대학 밖에서 제가 공부를 해보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교육은 너무 학문적이어서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어요.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강의나 교육을 듣기도 하는데 이런 교육들이 커리큘럼을 갖고 유기적으로 수업들이 연결되는 게 아니니까 아쉬움이 조금 남더라고요. 그래서 사이버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하는 거니까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만족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만약에 교육받는 것에 미련이 남을 수도 있고, 나중에 대학원을 진학할 수도 있으니까 학사학위는 만들려고 해요.
Q : 그러면 아르바이트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가요?
A : 네. 그래도 한 달 평균 5-60만 원 정도 소득이 있어요. 돈이 없을 때는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식비니까 돈이 없을 때는 할머니네 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요. 최대한 소비를 줄이면서 버텼어요. 친구들도 돈 때문에 못 만나는 경우도 있고요. 싼 거 먹자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하지만 부끄럽고 민망하죠. 돈 때문에 못 배우는 것도 많고요.
Q :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A : 맞아요. 이유는 정말 모르겠는데 스물네 살이 된 후로 불안감이 커졌어요. 자칫하면 어느새 20대 후반이 될 텐데 그때까지 제가 내세울 수 있는 학력이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성장했다는 것보다는 시간을 견디고 있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은 취직을 하거나 대학원을 진학하기도 하는데 나는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요. 학교 밖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배울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요.
Q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이 있으세요?
A : 대학교를 안 가서 제일 슬픈 건 친구를 만날 길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건축이랑 도시사회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좋았어요.
Q : 반대로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까요?
A : 언제까지 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될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힘들었어요. 불확실성을 버티면서 일하는 게 힘들죠. 일할 때는 고용주와의 관계가 어렵더라고요. 폭력적으로 대하는 상사도 많았고, 폭언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만두기도 했고요.
Q :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 : 저나 직원들이 일 하다가 실수했을 때였어요. 너무 바쁘고 사람도 많을 때였는데 당황해서 삐걱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일은 왜 안 하냐, 저거는 왜 저렇게 했냐면서 트집을 잡더라고요. 일할 때뿐만 아니라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도 카톡으로 연락이 와요. 매장에서 이건 왜 안 했는지 사진 찍어서 저한테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내는 거예요. 같이 일하는 분이 계셨는데 실수했다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폭언을 하더라고요. 손님이 다 보는 곳에 세워두고 그렇게 욕을 하는 거예요.
Q : 몸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 일 하는 시간은 5-6시간인데,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면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소진되어 있어요. 그리고 나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단순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부품으로써 살아가게 된다고 여겨지니까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Q : 원하는 일과 하고 있는 일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A :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이 크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고통스럽지 않으면 모르겠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힘들고 그랬어요. 노동의 괴로움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내가 이렇게 소진되어가면서 일을 하니까 그 외에 시간에 할 수 있는 자아실현도 못 하니까 정신적으로 더 힘들더라고요.
Q : 진로에 대한 고민이 어려울 것 같아요.
A :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든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런 고민을 깊게 하는데도 현재로써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하는데 코로나라는 상황도 겹쳐서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