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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푸는사람 Apr 19. 2023

[스타트업 경험기] 12편 노답 스타트업

이 글을 다시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스타트업을 탈출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20대에도 스타트업을 경험해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보다는 벤쳐로 통했던것 같다.

그냥 개나소나 시작하는 작은 회사들을 벤쳐도 퉁쳤었다.

지금이야 폼나게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생겼지만 말이다.


그때도 비슷한 문제인건 마찬가지였다.

개나소나 회사를 쉽게 설립할 수 있고, 

공장없이, 현물없이 기업을 만들수 있다고하니 

관련 직종의 경험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IT기업이니 혹은 벤쳐기업이니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만큼 우후죽순 망했었다.


탈출했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의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다 적을수는 없지만

피벗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것 같다.

짧게 줄여서 다섯가지를 예로 들어봤다.


1. 지인들로 이뤄진 적폐

2. 사내 행정의 미흡

3. 사업성 없는 아이템

4. 계획없는 운영

5. 사내정치


어떤 형태로든 대표이사의 지인들은 끼어들어오기 마련이다.

아주 전문적인 직종에 지인을 앉혀놓는 멍청이는 없겠지만

대충 그들의 기준에선 전문성이 좀 부족해도 상관없다 생각되는

총무, 경리, 인사, 사무보조 등의 업무에 지인을 꽂아놓는일이 제일 잦다.


1번의 지인들로 이뤄진 적폐를 1순위로 꼽은 이유는 

이 문제가 회사 전반의 가장 큰 문제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1번의 폭탄이 회사를 잠식하면 바로 2번의 지뢰폭탄으로 변한다.


2번의 사내 행정 미흡이 왜 2위인가하면

인사, 총무, 경리등의 업무는 정말 중요한데 

직원 전체의 기본적인 근무환경에 조성에 가장 필요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왜 중요한가? 회사에 필요하고 기여하는 인력을 수급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진행에 회사에 안착시키는 일은 어느회사나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인사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 인력이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경험치가 충분한지 전혀 알 수 없다. 


나의 가장 충격적인 경험은 

회사를 다녀본적도 없고 알바 경험이 전부인 사람이 대표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인사, 총무, 경리를 겸임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회사생활을 제대로 경험해본적이 없다.

알바경험이 전부였고 일반적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직구성은 어떤지 전혀 모른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대략 알 수 있었지만 결국엔 실수가 반복되면서 알려지게 되더라.

회사가 4대보험료를 미납해서 독촉장이 직원 개인에게 날아온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소중히 강조하던 "원년멤버"의 가족상에 화환조차 보내지도 않았고 

휴가규정도 몰라서 초상을 치르느라 정신없는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원년멤버가 섭섭함을 토로하자 대표는 본인이 보내라고 했지만 걔가 깜빡한것 같다는 면피성 멘트로 더더욱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그 원년멤버는 이런 일들을 나에게 토로했고 오죽 들어주는데가 없어서 이러나 싶었다.


대표지인이신 경영지원팀장님이 영수증처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야근식비조차 그냥 정해둔 식당을 대놓고 먹어야 하는가 하면 각종 비품처리 비용도 귀찮아해서 직원들은 요청조차 반쯤 포기했었다.

이외에도 회계, 경리업무가 미흡할 경우 직원들이 입는 가장 큰 피해를 예로 들어보자면 "연말정산"이다.

나의 경우 연말정산을 하며 세금을 도로 토해낸적이 없었지만 

이 회사를 다닐때 최초로 세금을 토해냈다. 

세무사를 고용할 비용도 아까웠던지 어떤 세무회계관련 서비스를 받는 모양인데 

문제는 이곳의 처리가 병신같이 답답하고 오류가 많기로 유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나는 회사측에 이 문제를 얘기했었는데 답변은 "나는 모른다"였다.

무능함의 끝을 달리고 있었지만 대표도 뭐..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라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것도 없었다.

이 세무서비스에 문의도 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고 아무런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나는 어차피 종소세 신고가 남아있어서 연말정산을 세무사를 통해 별도로 개인적으로 다시 진행했다. 

결론은 환급받았다 ^_^ (tlqkf) 세무사님 만세! 

그 회사의 회계처리가 얼마나 엉망인지 그들은 모르겠지만 별로 얘기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인사는 말할것도 없다. 직원들의 업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채용에서부터 막혔다. 

업무적합성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기보다는 다소 기준에 안맞는 사람들을 자꾸 채용하려고 들었는데 

대표 나름의 어떤 채용 철학이라도 있었던지 모르겠다.

적합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은 매력이 없다는 핑계로 안뽑으려고 하고

해당업무와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유학경험이 있는 사람은 난데없이 채용하려고 하고

전혀 다른 직종이거나 해당업무에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게 갑자기 면접을 하자 제안하는 등...

이 회사에서 기존멤버들의 이탈이 대규모로 일어난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애초에 채용부터 잘못되면 업무적응이라던지 성과같은건 기대하기 힘든데 여기서부터 꼬인건 답도 없었다.

인사의 중요성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업무평가의 기준도 없었으며

애초에 계획이 없는 대표가 직원들에게 도달해야할 업무목표를 제시하지도 못했었다.

그런채로 연봉협상 전 업무평가는 시행되었고 이게 참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여긴 이런 상황이 매우 비일비재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 대해 쉽게 말하고 평가를 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담당자의 평가자격에 대해 논하는 지경에까지 도달했었다.

한 예로 대표지인경영지원팀장이 지각을 너무도 많이해서 근태문제로 누굴 지적할 형편이 아님에도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바람에 직원들한테 까여도 반박도 못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업무시간에 노래방을 간다던가, 헬스장을 간다던가 하는 비상식적일도 빈번했고

대표도 알고있었고 쉬쉬해줬지만 대부분이 눈치챌정도로 어떻게든 알게 되더라.

처음엔 직원들이 그 사람과 묘하게 거리를 두는것이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왜그런지 이해하게 되었다.

제발... 인사회계는 전문인력을 써라. 

나도 안궁금한데 다른 직원들이 자꾸 얘기를 해줘서 모를수도 없었고 알면 알수록 답답해지기만 했었다.

아무나 써도될것 같겠지만 다른 직무에 비해 허술하면 안되는게 인사회계인데

이럴경우는 대표가 혹은 인사담당자가 직원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다. 

사내 행정이 개판이면 직원들은 대표를 신뢰하지 않고 무시하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지인이라고 싸고돌아봤자 본인의 권위부터 땅바닥에 떨어진다는것은 모른다.


다른 예로는 전문성없는 대표의 지인을 전문적인 직군에 끼워넣어서 

프로젝트 전체를 수렁에 빠뜨리는것도 봤다. 

바로 기획자로 꽂아놓는것이다. 

다른 직무는 포토샵조차 모르고 코딩의 코자도 모르니 엄두가 안나고

사업기획이든, 프로젝트 기획이든... 그나마 그게 만만해보였나보다

기획서 한 장 제대로 쓸줄 모르고 입으로만 기획해서 

협업자들에게 받아쓰기 하게 만드는 '대표지인기획자'는 나만 겪어본일은 아닐것이다. 

쉽게 창업하는 대표들부터도 입기획 많이들 하지 않던가? 

입기획하다 까이면 그때부터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문서 같은것을 생성해낸다. 

이 암호같은 문서로 제대로 프로젝트가 굴러가지 못하니 작업자들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끝없는 수정에 지친 직원들은 이제 최선을 다해 그 업무를 피하려고 한다.

이런 대 환장파티는 결국 대규모 퇴사 혹은 이직을 발생시킨다.


3번의 사업성 없는 아이템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사업성 있는 아이템으로 프로젝트를 할 경우 

대부분 4년안에 스타트업의 규모를 이미 벗어나거나 당장의 결과가 없어도 직원들 스스로 느낀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던지, 수익을 올리던지, 대중의 인기를 얻던지

어떤 형태로든 좋은 결과를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업성 없는 아이템을 들고 고집스럽게 꾸역 꾸역 해나가며 연명만하다 

스타트업의 각종 혜택과 지원이 끊길때쯤 아둔한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던지, 

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던지 하는 일도 빈번하다. 

사업성 없는 아이템을 꾸역꾸역 끌어나가는 대표들은 하나같이 직원들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직원들의 직언은 무시한 채, 외부인사의 말에만 귀기울이곤하며 대단한 계시를 받은것처럼 여긴다.

그조차도 듣고싶은 말만 들을뿐이지 전문적인 외부인사의 듣기 싫은 조언은 곧장 기억에서 삭제된다.

그렇게 대표에게 믿음이 사라지면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난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그동안의 경험과 레거시가 같이 사라진다는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근무했던 스타트업의 사업아이템은 매우 특수한 타겟으로 설정된 제품이었는데

이들은 이 타겟 시장의 규모와 비교 제품군조차 사전에 조사하지도 않았으며

막연히 본인들 생각에 대충 흉내내서 만들면 될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던것 같다.

이 프로덕에 대해 안목이 있거나 조언을 해줄수 있는 경험자도 없었을뿐더러

겉으로 보이는 형상에만 매몰되어 본질적인 가치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고 타겟 적합성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첫단추부터 잘못끼워진채로 전형적인 워터폴 프로젝트를 애자일로 접근하려고 해서 같은 단계만 반복할뿐 본질적인 접근조차 되지 않고 있었던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연하게나마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 직원들이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대표와 대표의 지인들은 그들이 일방적인 비난을 한다고 착각을 하며 아집으로 강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본인들의 의견이 전혀 존중되고 있지 않고 이 회사에서 협업자가 아닌 사내하청에 불과하다고 느끼며 갈등이 심화된것이다.

직원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대표는 직원들을 비롯해 여러 업체에서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그 많은 조언들을 무시했고 변화하지 않았다. 그저 기존에 만들어둔것이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감당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있을뿐이었다. 하지만 대표의 이런 태도를 몇년씩 겪었던 직원들은 엉덩이가 반쯤 들썩거리고 있었고 대부분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특수한 업종에 몇 안되는 고경력자라 프로덕트가 당면한 문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지만

대표는 내 조언도 듣지 않았다. 이 사람은 보다 전문가인사람에게 반박을 하지 않는다. 

언쟁에서 이길수 없다 판단되면 반박을 하지 않지만 조용히 무시를 한다. 

반면 본인처럼 비전문가라거나 본인이 언쟁에서 이길수 있다 판단되면 집요하게 언쟁을 하는편이다. 

나는 대표가 제발 나와 언쟁이라도 해주길바랬다. 

이 프로덕트가 잘되야 나도 큰 돈을 벌것 아닌가?

하지만 얼마후에 깨달았다. 이 대표는 진심으로 큰 돈을 벌 야망 같은게 없다는 것

소소하게 정부돈 타서 내맘대로 왕노릇하는게 좋고

그 이상은 감당도 안되고 책임질 마음도 없다는것을 몰랐다.

하지만 끊임없이 열정을 갈아넣고는 싶어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있어보이는 단어를 찾아

그걸로 직원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며 고취시키는 기분은 느끼고싶어했다.

본인이 선택한 아이템이 작은 조직에서 상품성있게 만들 수 있는 프로덕트가 아니었다는것을 몰랐던거다.

그래서 방향을 선회해 이미 잘된 제품과 협업을 하는 형태로 해보는것을 제안했지만 

이 회사의 원천기술이 그것을 구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그 기술을 고도화할 원년멤버는 대표와의 갈등, 사내정치로 퇴사를 해버렸다.

사실 그 멤버가 퇴사함으로 인해 중요한 레거시가 소멸되었고 

그 사업 아이템은 사장된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대표는 이점을 인정하고싶지 않아했다. 

아직도 죽은 자식 x랄 만지듯 애써 붙들고 있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당장 그 눈먼 정부돈도 타먹기가 힘든 지경이긴했다.

 



4번의 계획없는 운영은 대표의 성향에 따라 갈리는것 같다.

대표가 하고싶은 것, 그걸을 실행할 계획이 있다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계획을 세워가며 해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하고싶은것이 변덕스럽고 매 달마다 바뀌는 얇은 귀의 대표들에게는 계획이라는 것이 없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 경력자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도 않으며 대표의 권위를 쉽게 내세운다.

계획이라는것이 스스로가 수립하는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반쯤 강요되서 세울뿐 

애초부터 그대로 진행할 마음도 없다. 그 계획도 매우 '즉흥적으로' 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표들이 뭘 계획적으로 할리도 없다.

계획대로 간다면 대신 진행해주는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멱살잡고 끌고가고 있을거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이런 계획없는 대표들은 대부분 스스로 달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책임을 느낀다", "내 잘못이다" 라고 말하지만 그 말에 진심은 없다. 

진심으로 책임을 느끼거나 잘못했다라고 느끼면 그 똑똑한 머리로 똑같은 짓은 안할거다.

반복한다면 그들은 느끼는게 전혀 없다는거다.

혼자서 하는 프로젝트면 계획이 없어도 상관없다. 

대학원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계획이 없어도 된다.

어차피 거시적인 계획은 교수들이 다 세워놨다. 원생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작금의 현실은 이런 졸업생들이 쉽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내가 낸 피같은 세금으로 '눈 먼 정부돈 타먹기 쉽다고'들 말하더라


스타트업 대표들끼리도 말하더라. 

돈은 벌어야겠고 나름 학벌좋고 맘만먹으면 대기업 들어가는거 쉽다. 근데 이젠 내맘대로 살고싶은데

나 어느대 출신인데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 싫어서 창업하는거라고

어떤 사람은 본인 대학원생때 내내 배운게 그런거라 창업해서 돈타먹는거 생각보다 쉬워서

꿀빠는데 굳이 남밑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본인들은 몇십년씩 쌓아올린 탄탄한 회사와는 거래든 협업이든 하고싶어하지만

스타트업끼리는 협업하지 않는다고들 하더라.


꽤나 그럴듯한 투자를 받았던 K대 출신의 대표들이 있었는데 심지어 성공작도 있었지만 

이들이 따로 나와서 차린 스타트업은 그럴듯한 투자금까지 알뜰히 말아먹고 망했다.

망했다는 타이틀이 싫어서 그런지 인수합병이라는 그럴듯한 기사가 나왔지만 

그들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다른 S대 출신 대표는 그럴듯한 AI어쩌고를 하고 있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대표가 애초에 그 업종에 대해 무지한탓에 제대로 된 투자조차 받지 못하고 SNS에서 그럴듯하게 인맥자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사업은 하지 못하고 정부과제로 연명하며 SNS에만 열일하고 있었다.

심지어 직원들은 본인들의 해고소식을 대표의 SNS를 통해 알게되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또 다른 대표는 그놈의 메타버스와 암호화폐를 거론하며 그쪽에 발들이면 뭐라도 될까 싶은지 경험도 없는 아이템에 한 다리라도 걸쳐야 하는것 아니냐며 설레발을 치다 메타버스 거품이 빠지니 의기소침하게 어떤 유행을 따라야 하는지 눈치보고 있다.  블록체인어쩌고 정부과제를 한다고 하던데 잘 되고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한 십년전 유행이라...


이런 대표들의 정신교육 모임이 다 같은곳에 있는지 이들이 어느날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같은 말을 했었다.

"세상을 변화시킬 위대한 일을 하고싶다"

이 대단한 한 줄의 다짐도 한 일주일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쏙 들어갔다.

어휴.. 지랄도풍작이다


5번의 사내정치는 어느회사에나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큰 조직에서는 사내정치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 인적자원도 많고 프로세스화가 잘 되어있기에

비교적 스타트업에 비해 사내정치의 충격에서 완충 작용을 해줄 요소들이 여러단계로 나뉘어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고 매우 직접적이기에 다소 불편한 감정이나 소문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정떨어지게 만드는 정도로 다가온다.

그리고 1,2,3,4번이 심화되면 5번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사내정치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적폐조직에 적응한 사람들이기에 

그들 나름의 텃세가 고약하고 엿먹이는 방법도 그 조직에 맞게 최적화되어있다.

기존 멤버들끼리의 사내정치도 있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사내정치도 있다.

여기서도 심각함의 수위가 있는데 기존멤버끼리의 사내정치는 매우 위험신호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끼리 어느정도 파벌이 형성되어있기 마련이다.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니라 협업자체가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리고 

서로 어떻게든 트집잡으려 하는 자 vs 트집안잡히려는 자  

이런 상태까지되면 협업은 거의 진행되기도 어렵고 그저 눈치싸움이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파벌이 먼저 퇴사하느냐는 수순을 밟을 뿐이다.


대놓고 면전에서 못되게 구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무시하며 업무에 비협조적인 사람도 있고

여론을 형성해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 따시키는 사람도 있다.

기존멤버끼리의 사내정치에서 새로운 멤버가 수혈되면 이들을 앞세워 방패노릇을 시키기도한다.

스타트업의 나이가 어리고 열정많은 직원이 순진할것이라는 착각은 하지마라.

이들이 사내정치를 하면 그 단어들은 뻔뻔하고 악의적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된다.

뭐가 어떻게 되었건 잘 돌아가는 스타트업은 바쁘다.

바쁘면 남을 험담할 시간도 부족하다. 남이 뭐하는지 궁금할 틈도 없다.

고사리손이라도 부족한 판이라 남을 험담하기 이전에 협업요청하기에 바쁘다.

나는 이들의 생경한 싸움을 지켜보며 최초에는 어떻게든 중재를 해보려고 했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깨달을즈음 즐기는 자의 경지에 오르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원년멤버" 특권에 절여진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피할수 없으면 즐기는 모드로 바꿔야 숨이라도 쉴 수 있을것 같았기때문이다.

나조차도 교묘한 특권층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그정도의 악의는 

으레 회사생활에 하나쯤 있는 진상으려 여길만했지만 

여기는 지나치게 작은 회사였고 모든것이 지나치게 직접적이었다.

꿈많고 열정많은 똑똑한 분들이 모여있기는 개뿔.. 

이들에게 실망스러웠던건 나도 마찬가지인지라

나중에는 오늘은 회의시간에 어떤 싸움이 일어날지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편인것 같다가도 어느때는 서로 까기도 하고 그러다가 편을 먹기도 하고 변화무쌍했다.

나는 이들중에서 가장 치밀한 정치가를 찾아냈는데 이사람은 나이스해보이는 개x끼였다.

스타트업답게 해당직무에 필요한 사람은 한명이 있을까 말까했던지라

협업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다른 프로젝트 핑계를 대며 번번히 회의에서 빠지는가 하면

미리 자료를 줘도 읽지도 않고, 리뷰를 해줬음에도 2주뒤에 마치 처음듣는 얘기처럼 굴었다.

처음에는 그정도의 빡대가리가 아닌데 왜이러나 싶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바쁜척, 나이스한척 하면서 협조하지않고 핑계거리고 적당히 만들어놓고 

협업자에게 엿을 먹이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은 사전에 여러번 타당성 검증도 해놨던모양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퇴근 후의 대표와의 뒷담화 타임을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 사람으로 인해 퇴사를 한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만해도 총 세명이었다.

이 사람과 진솔한 대화도 시도해봤고 여러차례 얘기도 나눠봤었다. 

이직하기도 애매한 나이에 새로운 회사에서 치열하게 적응하기보다 

작지만 널럴하고 느슨한 그곳에서 한자리 굳히기로 마음먹었다는 야망이 분명하게 엿보였기에 

이런 태도가 개선될거라는 기대도 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나 외에도 새로 채용된 경력직에게는 이런 태도를 고수했다.

협업하는척하면서 안하고 엿먹이는 태도는 반복되었고 이게 이 사람의 생존방식이라는것을 확실히 알게되었다. 특히나 리더십이 있거나 중책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는듯 했다.

대표는 이 사람에 대해 무한신뢰를 표시하곤했는데 아이러니한것은 그 이전에 무한신뢰를 표했던 원년멤버가 있었다. 

그 원년멤버와 틀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위에 말한 나이스한척하는 개x끼 라는걸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그가 퇴사한 후로 새로운 대체제로 여기는것 같지만 직무 성격이 너무 달라서 대체가 될지는 모르겠다.

사내정치를 원천적으로 다 막을수는 없지만 리더는 사사로운 감정을 공공연히 표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누군가를 편들거나 감싸주기보다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는 이론적으로라도 알 수 있는 이런 부분들 아예 모르는것처럼 행동했다.

본인이 누군가를 끊임없이 평가하기도 하겠지만 나 역시도 타인에게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나의 결정과 판단은 매 순간 그들에게 데이터로 누적되고 있으며 이것들이 결국 그들에게 빅데이터로 남아서 나는 유능한 리더인지 무능한 리더인지 총점이 매겨진다.

유능한 리더라 판단되면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따를것이지만

무능한 리더라 판단되면 아무리 권위를 내세워도 신뢰하지도 않고 무시할것이다.

매 회의시간마다 본인이 무시당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되돌아볼만도 한데 그것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내가 탈출한 스타트업은 당연히 이 다섯가지의 문제를 다 갖고 있었다.

특히 2번 사내행정 미흡의 문제가 나중에는 근로기준법까지 건드리는 상황까지 갔었다.

어느날은 갑자기 회사규칙을 개정했다며 대표와 대표의 지인이 의기양양하게 "공지"를 했는데 

그중 가장 압권인것이 당해 휴가를 초과 사용한 경우 1일당 급여 3일치를 삭감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 취업규정은 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그저 공지되었다.

코로나와 개인사정에 의해 당해휴가를 초과사용한 사람들이 꽤나 있었는데(결혼준비, 가족병환, 가족상 등) 빅엿을 먹이려는 대표와 대표지인경영지원팀장의 계략이었겠지만 

그들 둘 다 현재의 스타트업 외에 회사 재직경험이 전혀 없어서 

본인들이 건드린 취업규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듯했다.

그리고 퇴사할때 실제로 내가 초과사용한 1일치에 대한 삭감을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길래

'근로기준법'에 대해 언급하며 정확히 몇 조 몇항을 예로 들어주었고

지금 그들이 실행하려는 일이 근로기준법 위반인건 알고 있는지 되물었다.

뭐 당연하단듯 면피하려는 태도와 "몰라서 그랬다" 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지만

겁도 없이 모르는 채로 취업규정도 지맘대로 바꾸는 행태를 보며

좀 더 빨리 탈출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로 발생하는 일들이다.

1. 지인들로 이뤄진 적폐

2. 사내 행정의 미흡

3. 사업성 없는 아이템

4. 계획없는 운영

5. 사내정치


이 모든것들은 단체 퇴사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적폐가 점점 더 가중되는것 같다.

피벗이니 나발이니 백날 스타트업 지원센터에서 교육을 하고 훈수를 해도

듣질 않는 고집스러운 젊꼰 대표님들은 그저 구글 검색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할 뿐이다.

사실 나도 널럴한 스타트업이 더 편하긴하더라만 마음은 그렇지 못하더라.

그곳엔 진정한 의미의 존중과 품위가 없었다.

영어와 수학은 잘해도 도덕과 역사를 배워본적 없는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다.

이들과 주고받은 수많은 대화에 품위라곤 없었다.

갑질하는 클라이언트보다 더 피곤한 상대로 느껴질 정도였고 

기억에 남을만한 업무회의나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들을 떠올리면 회의시간에 개싸움하듯 언성을 높이는 순간들이거나

그동안 겪은 본인들의 어려움과 불만을 나에게 토로하던 순간이 겨우 기억날뿐이다.


나는 작년에 여섯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을 지켜보며 어느 한놈만 이러는건 아니구나를 깨달았고

될놈은 이미 그럴듯한 브랜드를 만들어서 잘 해내고 있지만 그런 스타트업도 성장통을 겪고 있으며

그저 그런 스타트업 대표들은 오늘밤도 잠자리에 들며 토스나 당근을 꿈꾸지만

내일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내 세금을 낭비할거라 예상해본다.


가뭄에 콩나듯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하나쯤은 있다는것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나 할까

이 대표는 본인이 회사경험도 해보고 그 업종에 뛰어들어 시장상황도 찍먹은 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지만 성과도 조금씩 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 하는 직원들이 희망적이었다.

직원들의 직무적합성이 매우 높았고 채용이 잘 된 사례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성취감도 느끼고 있었고 성장의 변화를 본인들도 느껴서인지 

인원도 부족하고 일은 많지만 더 잘될거라는 기대가 된다고 했다.

잘 될 회사는 직원들이 알아서 고무적인가보다.


스타트업은 전적으로 대표의 역량에 의해 성공과 실패를 달리한다.

내가 위의 스타트업을 탈출한 이유는 대표의 역량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뭐가 어찌되었건 프로덕트가 성공할것 같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텼을것 같다. 

다른 문제는 다 부차적인것이라고 밀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뒤집고 다시 생각해봐도 역량이 안된다.

리더십도 냉철한 판단력도 혹은 마음을 끄는 어떤 인간적인 매력도 없었다.

산자식도 아닌 죽은자식에게 미련을 못버릴때부터 나는 타이머 모드에 들어섰던것 같다.

피벗도 정말 피벗을 하려기보다 

으레 스타트업이 뭔가 잘 안되면 피벗을 한다는 구글링을 통해 시작한거라

그 대표에겐 절실하지도 않았고 한달도 안되서 흐지부지되었다.

그 걸레짝같은 문서를 나는 어찌저찌 문서처럼 만들어보이게 하려고 애쓰기는 했었다.

나는 월급쟁이니까

대표가 열정적인 직원이라며 채용했을 그들은 한번 읽어보고 코웃음치고 들여다보지도 않던 그 문서를

나는 직장인이니까 내 업무라며 매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 보려고 애썼으니까


대표는 주변에 조언가이자 동료인 직원들을 두고도 듣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구글검색의 결과창에 뜬 내용은 무엇보다 신뢰했었다.

그것이 그가 동료에게 신뢰를 잃은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몇 외의 직원들은 자기 직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런 의사를 종종 내비치기도 했었다.

그게 그사람의 인성인지 말실수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잘되는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이 스타트업의 경험기는 결국 대부분의 그저그런 스타트업이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편인것 같다.

스타트업의 70%가 5년안에 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스타트업은 3만 4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벤처, 스타트업 종사자는 76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 3만 4천개 중 하나의 경험일뿐이니 모두를 대표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그저그런 스타트업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거라고 본다.



회사생활은 원래 불행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만족부터 시작하는 직장은 맹세코 없긴하다.

하지만 이번의 나의 스타트업 경험기는 너무나 매운맛이라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많이 순화하긴 했다.

다시 읽어보면서 이건 좀 적나라한가 싶었지만 그조차도 한 세번정도 세탁한거라

매우매우 순화되었다고하면 얼마나 매운 스타트업 맛보기를 했는지 감이 잡힐지 모르겠다.


ㅠ_ㅠ)


평생 잘 자던 사람인데 여기 다니면서 불면증까지 생김


ㅠ_ㅠ)


소화불량에 위장장애는 덤


ㅠ_ㅠ)




개개인을 훑어보면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는데 합체하면 어째서 초괴수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폭처럼 혼자서하는 괴롭힘은 적당해도 무리지으면 죄책감이 분산되서 

더 잔혹해진다는 뭐 그런 심리인건가? 




스타트업이라고 이름 붙이면 직장이 아닌척해도 된다고 착각하지말자.

직장인 말고 열정 넘치고 주인의식 가지는 구성원을 필요로 했어요 라고 하지말자.

직장인은 1인분만 하면된다. 혼자서 3인분 한거면 이미 슈퍼직장인인거다.

너도 어차피 나 월급주고 부려먹는 고용인으로 생각하잖아. 

내가 열정 넘치게 하는말 열정적으로 귀담아 듣지도 않잖니?

일하는거보다 말하는게 더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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