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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서안 Mar 17. 2023

내 앞에 있는 이 선이 벽인지 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인간관계의 고민



어른이 되어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한 교실에서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중학생 때와는 달리, 대학생은 각자 시간표가 다르니 우연히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아닌가. 사이가 틀어져도 계속 얼굴을 봐야 해서 곤란했던 그때가 더 힘들었나.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다르니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기도 애매하다.


관계란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얼른 더 친해지고 싶은데, 상대방은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을 때.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어렸을 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친구한테 무턱대고 다가가서 질문을 마구 쏟아다. 이름이 뭐야? 넌 어떤 걸 좋아해? 어디 살아? 지금은 물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타래는 오히려 더 꼬버린 듯한 느낌이다. 왜냐하면, 그걸 알게 된 후로 더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연락해도 될까, 너무 뜬금없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건 나뿐인가. 저 말은 진심일까 그냥 하는 말일까.


웃긴 사실은,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렇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적당히 살갑게, 너스레 떨면서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법. 어른이 되면 더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어른이 되면 그런 더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내가 늘 아리송하고 어렵게 느꼈던 유형의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런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다. 문고리를 돌리면 들어갈 수 있는 문 돌아서야 하는 막다른 벽이 있다. 벽이라면 두드려 봤자 열리지 않을 것이고 문이라면 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그 문고리를 열고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차원의 나는 내 앞에 그어져 있는 이 선이 벽인지 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구별 수 있는 곳은 삼차원다. 하지만 차원을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다들 관계를 맺는 일이 어렵다고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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