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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Jun 10. 2023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책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폴 고갱 #당신에게 행복이란?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했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낱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자를 자꾸 충동질하여 그네의 조상이 역사의 저 희미한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때로 어떤 사람은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처럼 애타게 찾아 헤맸던 고향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그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달과 6펜스’ 본문 중에서

습관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늘 하던 대로 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있나?’

‘나는 지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나?‘


어려서부터 부모님, 선생님, 어른들이 말씀하신 것을 잘 따르면서 무난하게 모나지 않게 사는 것이 실패하지 않고 그나마 안정적으로 살아간다고 믿었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정해진 길을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 덕분에 위험에 빠지지도, 배고프지도, 어른들을 걱정시키지도 않았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을 일도 없이 안정적인 직장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하게 정착하는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던 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달과 6펜스’ 본문 중에서


‘달과 6펜스’는 화가 폴 고갱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이 쓴 작품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바로 고갱인 셈이죠. 이 책에서 스트릭랜드는 마흔일곱 살 전까지는 보통의 중년 남자가 살아가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상냥하고 가정에 충실한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이 있었고 매월 수입이 일정하게 보장되는 좋은 직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훌쩍 가정을 버리고 혼자 떠나버립니다. 아내는 분명히 남편이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와 떠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갑작스럽게 떠난 것이죠.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본문 중에서


아내의 부탁을 받고 찾아가 왜 가정을 버리고 갑작스럽게 떠났는지 묻는 질문에 스트릭랜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 제 머릿속엔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책임하기도 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무모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기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스트릭랜드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마흔일곱이라는 나이에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원하는 대로 살겠다고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 주인공과 제가 비슷한 나이여서 더더욱 저 말이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 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

‘달과 6펜스’ 본문 중에서

이 글에 나온 ‘아브라함’은 지금 대화를 나눈 ‘기사 작위를 가진 외과의사’를 늘 앞섰던 동료였습니다. 항상 1등이어서 아브라함이 당연히 모두가 원했던 병원의 외과의사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확정되기 바로 전에 홀연히 자기가 원하는 다른 삶을 찾아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만년 2등이었던 본인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 모든 영광을 누렸다고 얘기하며 아브라함은 불행하고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대화 중 일부 내용입니다.


아브라함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남이 아닌 아브라함 자신만이 온전히 느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황금의자에 앉아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 짚더미 위에 자더라도 마음이 편한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고, 반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에 대해 그리워한다면 불행할 수도 있겠죠.

물론 ‘달과 6펜스‘는 실존 인물인 화가 폴 고갱이 모델이었지만 실제 삶과 소설 속의 삶은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고갱은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그림 공부를 해왔고 경기 침체로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하는 상황에서 전업 화가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고 떠났다거나 그림 그리는 자체로 만족했던 삶은 아니었습니다. 고갱도 처음 그림을 시작하면서부터 전시회나 공모전 등에 계속 도전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한 평범한 사람이었죠.

실제와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모호하여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도할 용기를 주기 때문 아닐까요? ’ 달과 6펜스’는 읽을수록 다시 한번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마음속 깊이 하게 하네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까?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있습니까?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P.S.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늘 말해왔던 저희 집 가훈이 떠오르네요^^


<우리 집 가훈>

가슴 뛰는 삶을 살자!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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