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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26. 2021

너는 작지만, 나에겐 우주

가족이 생겼다.

가면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나에게 책임을 지고 어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또 다른 생명을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우울증인 것도 모르고 지나 온 시간들만 생각해도 나는 감정에 무지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래서 처음엔 반려견을 입양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기엔,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엔 남편의 권유를 거절했다.


 아이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한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내 머릿속에서  수많은 아이들  율무만 생각이 났다.  그런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고, 온통 내내 율무가 한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단호히 거절했던 마음이 부끄러워 끙끙 앓다 남편에게 토해냈다.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어 했던 남편 얼굴엔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율무를 덜컥 품에 안았다. 오랜 고민이 무색하듯 운명처럼 너를 만났다. 4월, 그 어느 봄날에 우리 부부에게 우주가 찾아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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