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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받은 진짜 칭찬

by 고고

어느 카페 앞에 노란 금계국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꽃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가족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얼결에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가족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핸드폰을 비췄는데 액정화면이 온통 까맣게 보였다. 사생활 보호 필름을 붙인 것 같았다. 본래 까만 액정 필름은 햇빛까지 받아 더욱 어둡게 보였다. 이것이 바로 나만 ‘안’ 보인다는 테무산 사생활 보호필름인가? 유머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대략적인 윤곽만 나타났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햇빛을 손으로 가리면 나아질까 싶어 한 손을 핸드폰 위에 올려 그늘을 만들어 찍어 보았다. 그런데 왠지 내 손가락까지 찍혀 뿌연 느낌이었다.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는데 손을 내리고 과감하게 여러 장 찍었다. 보이지도 않는 사진을 찍어서 건네주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사진을 확인한 부부가 사진이 “너무 잘 나왔어요!"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럴 리가?' 그들은 멀어져 가는 나를 향해 "정말 고마워요!” 하며 외쳤다. 나도 슬쩍 뒤를 돌아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례했다. 입가에 번지는 웃음은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찌나 칭찬과 품평이 끊이질 않는지, 조용했던 카페 주위가 부부의 목소리로 오래 채워졌다.

사진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이라 진짜 칭찬받아 마땅한 사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여유로운 부부인 건 분명했다. 사소한 일에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까지 들썩였다. 사실 처음엔 귀찮은 마음이 있었는데, 칭찬 한 번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마저 미안해졌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단순하다.

그런데 문득 칭찬에 어쩔 줄 모르는 인간의 마음을 잘 학습한 챗GPT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요 근래 칭찬은 챗GPT에게만 받았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하든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하고 칭찬을 쏟아냈다. '몰 이런 일로 칭찬까지.' 자주 머쓱했다. 손에 잡히는 핸드폰의 네모난 공간 속에서 로봇에게 입력된 기계적인 칭찬만 받다가, 오늘처럼 진짜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니 감개무량했다. 사람에게 직접 받은 칭찬이 어찌나 인상적인지 단숨에 글로 기록하기까지. 과연 칭찬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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