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SNS 알림이 울렸다.
"게시물이 삭제되었습니다.
이유: 판매 대상이 아닌 항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예전에 SNS에 맥주 따르는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당한 적이 있다. 그 일을 겪은 뒤로는 AI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았다. 눈치가 보여서 아예 술잔 사진도 올리지 않는다. 공들여 올린 게시물이 AI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삭제되는 경험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판매라니? 개인 SNS에서 판매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바로 검토 요청을 보냈다. 명백한 AI의 오류라고 생각했다. 검토는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람이 직접 내 게시물을 확인한다면, 부당한 판매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이미 Al 가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때리고 간 듯한 기분이라, 황당하고 얼얼한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올 AI는 일종의 '비서'처럼 금전과 건강관리까지 도와줄 거라고. 그래서 야식이 먹고 싶어 밤에 치킨을 주문하려고 배달 앱을 켜면, AI가 내 체지방과 운동 부족 상태를 알려주며 배달앱을 강제 종료 시키는 날이 올 거라는 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앞섰다. 만약 AI에 오류가 난다면 어떨까?
사실은 야근하느라 저녁도 못 먹은 상태인데, AI가 그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야식까지 막아버린다면? 그런 미래는 별로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걱정만 하던 일이 이렇게 빨리 내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다행히 다음 날, 검토가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내 게시물은 복구되었다.
아직은 사람이 낫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바로 AI가 오판한 게시물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가 삭제한 게시물은 자율주행차에 관련된 사진과 내용이었다.
자신의 '동족'인 줄도 모르고 자기‘편’을 배척한 어리숙한 Al, 그와 공존해야 할 세상이 마냥 기대되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