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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Jun 28. 2024

풀기 힘든 문제-'예술적 영감'

<천재들의 광기>,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이 책을 읽으면서 보통의 평범한 정서를 지니고 있는 나와 비교가 되었다. 몇 해전 만난 소위 민중미술을

하는 페미니즘 작가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렇게 신앙을 가진 평화로운 마음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냐고 반문했다. 자신은 현실에 대한 분노와 격정을 그림에 쏟아낸다는 것이다. 나는 좀 어이가

없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주의 해결을 비롯해서 사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하겠다.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 삶에 뜻과 영속성을 주고 싶어 하는, 즉 의미를

찾는 욕망을 부정할 수 없다.

단테는 이것을 "물속의 거품이나 바람을 탄 연기와 같은 신세를 면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했다.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고통을 경험하고 심각한 정신 상태를 겪으면서 무엇이건 꼬치꼬치 생각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깊이와 절박함이 한결 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가의 창조적 작업은 고통에서 도피하는 방법이 될 뿐만 아니라 몹시 혼란스러운

정서와 사상들을 체계화하는 구실도 한다. 추상화와 엄격한 규율이 있는 사고를 통해 절망의

원천을 멀리함으로써 고통을 마비시키는 효과를 낸다. 어떤 작가들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하면서 표현 활동(작업)을 통해 치유받기도 한다.

예술적 표현은 환상을 꿈꾸는 데서 얻어지는 무아경의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을 느끼거나

두려움에 사로 잡힐 때 혹은 우울한 상태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극단적인 정서와 맞서 그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투쟁의 대가로 영감을 얻고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뛰어난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 중엔 그렇게 해서 강력한 표현욕구와

창조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시인이나 소설가, 작곡가, 화가들 중에 극단적인 정서로부터 어떤 구원적

가치를 도출에 내려는 노력에서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저자가 연구한 것이다.


반고흐는 “나는 고통을 당하고 고뇌를 겪으면 겪을수록 그만큼 더 창조적인 예술가가 된다.

그것은 옛날에 쓰러진 나무뿌리에서도 아, 나는 푸릇푸릇한 어린 가지와도 같다. …. 이는 너무도

풀기 힘든 문제라 나는 사람이 창조되는 과정조차도 예술이 창조되는 과정보다 한층 더 쉬웠을

거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울한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 “


나도 영감을 얻기 위해 때로 발버둥 치기도 한다. 그런데 내 그림이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그냥 그런 이유는 정서적 안정이나 둔감함 때문일까? 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그림을 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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