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먼저 그곳의 분위기를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무언의 언어다.
색은 시선을 끌고,
빛은 공기를 흔들며,
재질은 손끝에 여운을 남긴다.
공간은 침묵 속에서도 말을 건넨다.
첫인상을 결정짓는 건 언제나 색이다.
순백의 흰색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크리미한 톤은 지친 마음을 감싸 안으며 위로를 전한다.
시간이 스민 나무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삶의 흔적을 품는다.
그리고 공간의 성격을 결정짓는 또 다른 언어는 재질이다.
마감재는 표면적 온도는 감정을 전한다.
손끝에 닿는 차가움과 따스함, 투박함과 매끄러움의 대비는
여운을 머금고 잔향처럼 배어 나와 우리에게 감정적 울림으로 다가온다.
빛은 공간의 정적을 깨운다.
아침의 빛은 동쪽 창으로 스며들어 도약의 신호가 된다.
햇살이 닿는 자리마다 공간은 눈을 뜨고, 사람의 꿈도 깨어난다.
정오의 빛은 곧게 쏟아져 내려, 공간과 함께 한 편의 시를 쓴다.
그 선율 앞에서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저녁의 빛은 잿빛 지평선 위로 모라렌도처럼 서서히 잦아든다.
하늘에 타오르던 생명의 불꽃은 점차 꺼져가고,
공간과 사람을 온전히 감싸며 고요한 안식을 청한다.
우리는 언제나 공간 곁에 있다.
색과 빛, 그리고 재질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공간과 대화하며 나의 취향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