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의식의 반영

by 무명

"와 이 공간 분위기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런 표현을 쓰곤 합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간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위기'있는 공간의 특징은 뭘까요?


우리는 공간을 단지, 취향이나 스타일로만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형태와 사물의 배치, 조명의 밝기까지.

무심코 반복된 선택과 습관들 속에서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공간의 '분위기'는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된 무의식 속에서 천천히 스며듭니다.


좋아하는 색, 선호하는 조명, 자주보이는 질감처럼 무의식 중에 반복된 선택들은 마치 습관의 잔향처럼 공간에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는 말합니다.


"내 선택은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선택하는 사물, 색상, 조명, 질감은 단지 취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언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공간의 분위기란, 삶의 궤적이 녹아든 정체성의 증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간의 정체성이라니, 과한 해석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누군가 대신 꾸며준 공간이라도, 결국 공간은 '사는 사람'을 닮게 됩니다.


공간은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은 사용자의 삶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습관과 무의식의 선택은, 시간 속에서 '정체성'이 되어 공간에 녹아듭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을 설계할 때, 기능적 편리함이나 스타일보다는 '삶의 궤적'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취향은 살아온 길이자, 살아갈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공간은 말하지 않지만, 말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여러분의 미래의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반복되는 삶의 궤적 속에서 여러분의 정체성은 어느새 공간에 세겨져있습니다.


여러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간을 마주하는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