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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권리를 넘어서

저작권은 국가 문화 경쟁력의 전략 자산이다

by 무명

온라인 시대, 우리는 모두 창작자입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 역시 학창 시절 아무런 의심 없이 인터넷에서 이미지나 글을 퍼다 썼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창작물이며, 정당한 출처 표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필요해서 퍼갔을 뿐’이라는 자기 합리적인 태도는, 지금 돌이켜보면 창작자의 권리를 무시한 행위였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SNS, 브런치, 블로그에 올린 짧은 글귀 하나도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는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창작은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저작권법을 지켜야 할 ‘의무’보다 안 지켜도 그만인 ‘권고’로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혼란이 저작권 침해를 반복하게 만들고, 저작권 의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세 가지 문제가 존재합니다.

첫째, 실질적 체감 부족입니다.
저작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리입니다.
이미지 하나, 문장 몇 줄을 복사해도 법적 침해가 될 수 있지만, 피해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침해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실질적 교육 부재입니다.

저작권 교육은 대부분 형식적이거나 아예 생략되기도 합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사용과 인용의 경계에 대한 실질적 학습 기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셋째,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입니다.
“다들 그러는데 뭐 어때?”라는 인식은 저작권 침해를 가볍게 여기게 만듭니다.
출처 없이 이미지를 쓰거나, 영상의 일부를 가져오는 일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통념은 결국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시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엔 무지해서, 나중엔 ‘별일 없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저작권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한 법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복사해 붙여 넣었던 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겐 혼신을 다한 한 문장이었다는 것을.


그 순간부터, 저는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창작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며,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라인 시대의 창작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작권 침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존재는, 창작자도, 플랫폼도 아닌 ‘관람객’이라는 점입니다.

창작물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관람객은 알고 보니 표절된 아류작을 소비하게 되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티켓을 사고, 전시장에 방문합니다.

하지만 그 작품이 사실, 다른 창작자의 작품을 무단 복제한 표절물이었다면, 관람객은 ‘작가의 창작물’ 감상한 것일까요? 아니면, ‘표절당한 창작자의 그림자’ 감상한 것일까요?

이처럼 표절은 관람객을 ‘창작의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만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을 진심으로 향유하려는 관람객의 감정적, 경제적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이며,

창작자와 관람객, 그리고 플랫폼과 시장 전체를 훼손하고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모두 창작자가 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작권은 일부 ‘전문가를 위한 법’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기본 권리’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저작권 보호는 창작자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문화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문화 선도국’이 되기 위해선 제도뿐만 아니라 시민의식도 역시 함께 성숙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창작 윤리 교육 의무화

저작권 보호는 단속 이전에 인식 개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특히, ‘표절은 나쁜 것’이라는 추상적 도덕이 아닌, ‘표절은 타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구체적 범죄’라는 교육을 체득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초·중등 교육 과정에 저작권과 온라인 창작 윤리에 대한 실질적 교육을 도입해야 하며,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윤리 가이드라인 정립 및 필수 이수 프로그램도 의무화되어야 합니다. 창작 윤리는 창작 기술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기본적 태도’입니다.


둘째, 플랫폼 책임 강화 및 저작권 보호 강화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자, ‘표절 확산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방임이 아닌, 적극적 책임의 주체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플랫폼은 표절 탐지 알고리즘 개발을 의무화하고, 표절이 반복되는 계정에 대해 ‘쓰리 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 제재 기록은 다른 플랫폼 간에도 공유 시스템을 통해 공유되어야 합니다. 플랫폼이 저작권 보호의 공동 수호자가 될 때, 비로소 온라인 생태계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셋째, 창작자 피해 보상 제도 신설

표절은 창작물의 도둑질을 넘어, ‘경제적 약탈’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피해를 입은 창작자가 손해를 입증하고 배상받기까지 오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해야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표절로 수익을 얻은 창작물의 수익금 중 최소 50%원작자에게 영구 귀속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명백한 표절로 밝혀진 경우, 가해자의 수익이 곧 피해자의 보상이 되도록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공정한 창작 환경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콘텐츠를 만들며 고민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정말 ‘나만의 것’인지, 내가 누군가의 노력을 무의식적으로 흉내 낸 것은 아닌지.

그 불안은 창작자의 양심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태도’입니다.

이제 K-POP과 K-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창작을 존중하는 문화적 의식과, 콘텐츠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뒷받침한 환경이 있었습니다.

이 모델을 다른 콘텐츠 영역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문화 수출을 넘어서, 글로벌 문화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 첫걸음은, 창작자와 관람객 모두를 지키는 실질적인 저작권법의 재정비입니다.

저작권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법을 지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창작자에게는 존엄을, 관람객에게는 신뢰를, 사회에는 규범을 지키는 행위입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넘어서, 국가의 문화 경쟁력을 지키는 전략 자산입니다.

진정한 문화 선도국은 법과 제도, 그리고 시민의식이 함께 진화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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