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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독립 선언 -디자인리터러시”

문화 주권 확립

by 무명

“묻노니, 그대는 주인인가? 손님인가?”


8.15 광복절은 국민 주권을 되찾은 날이다.

올해로 8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문화 주권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정부 주도의 공공 건축 프로젝트 상당수가 외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내 도시가 외부의 시선과 의도 아래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건축은 사람과 건축물,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핵심이다.

이 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맥락을 반영하지 않고, 자주적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자주적 디자인은 도시와 국가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만든 언어와 미감으로 도시를 채울 때, 비로소 문화 주권이 유지된다.


그러나 문화 주권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도시 정체성을 다듬는 일이라면, 뿌리를 깊게 세우는 것은 디자인 리터러시다.


디자인 리터러시는 단순한 미학적 맥락이 아니다.

이것은 한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언어이다.

디자인 리터러시가 낮으면 외부의 언어를 '수입'해서 쓰지만, 높다면 자기의 언어를 재해석해

세계에 ‘수출’하며 선도한다.


자국민이 자국의 문화를 읽고 해석할 줄 모른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공간은 타인의 시선과 언어로 정의될 것이다.


서울은 '디자인 서울'을 표방하며 감각적인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관광과 도시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는 고유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문화 주권을 지켜낸 도시들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으로,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으로,

문화·역사·예술을 결합한 한 장기 체류형 관광 시스템을 구축해 막대한 수익과 도시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다.


관광객은 복제품을 보러 오지 않는다.

그들은 그 나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미감을 찾는다.

우리가 일본을 여행할 때 교토의 어느 한적한 골목과 일본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스시를 원하듯, 한국을 찾는 이들도 한국적인 경험과 자생적 미감을 원한다.


K-pop이 세계무대를 사로잡고, K-드라마와 K-푸드가 뒤를 있고 있다.
이제 다음은 K-디자인이다.

한국적 정취가 묻어나는 자주적 디자인을 통해 문화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디자인 리터러시는 국가 경쟁력이자 문화 주권이다.

1945년 8월 15일 국민 주권을 되찾은 날이다.
2025년 8월 15일 문화 주권을 회복하는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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