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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Aug 17. 2021

이케아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플루엔서 이마imma

 컨셉에 맞춰 살 공간을 인테리어까지 미리 완벽하게 구현해 놓은 방을 ‘쇼룸’이라고 부른다. 쇼룸은 가구 매장에서는 흔히 통용되는 가구의 실사용 미리보기를 제공하는 구역으로 통용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Ikea’는 쇼룸을 매장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한 특이한 이케아 3 쇼룸이 일본 번화가 하라주쿠에 전시되었다. 단 3일간 전시된 이 이벤트는 뭐가 특이했을까?

기존의 쇼룸은 오직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매장 내 통로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시선 쪽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 하라주쿠 쇼룸은 이케아 매장 밖 보도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도록 배치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 안에는 움직이고, 자고, 심지어 관람객을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자기 방을 시내 한복판에 공개할 수 있을까? 매장 오픈시간부터 안에 갇혀 일을 하다니 인권 문제는 없을까? 관음증을 부추긴다는 논란은 없을까? 물론 없다. 가장 매력적인 모델 같은 임마Imma는 가상 현실 모델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임마Imma는 자신이 CG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일본 모델이며, 일본 국적이지만 영어로 인스타그램에서 전세계인과 소통하며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쇼룸 역시도 실제 가구가 배치된 형태가 아닌, 물리적 공간을 LED 스크린을 통해 표현한 영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획기적인 홍보임은 틀림없다. 이제는 쇼룸을 실제와 같은 영상으로, 실제 방 같은 곳을 돌아다니는 모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따지고 보자면 옥외 전광판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불쾌한 골짜기를 겪지 않을 정도로 실제 같은 임마의 얼굴과 움직임, 실제 가구 같은 방 배치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인물과 실제 존재하는 듯하다. 왜 일까?

Digital me는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는 나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화 <아바타>처럼 실제 공간에 나를 만들어 낼 수도, 실존하지 않는 가상 공간에만 나를 존재하게 할 수도 있다.


임마를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이유는 Digital me의 개념과 메타포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이 가진 실제와 욕망을 글과 이미지로 창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실제 생활을 낱낱이 사진, 영상으로 공유하고 소통한다. 어디서 사는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도 모르지만 이들이 갑자기 광고 모델이 된다거나, 협찬 제품을 판다거나 공구를 진행해도 이미 오랜 시간 친목을 다지고 친밀감을 가진 팔로워들은 망설임없이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믿는다. 그들은 마치 연예인처럼 인스타그램 내에서 자신과 일상을 이미지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만들어진 이미지는 연예인처럼 상업과 쉽게 결부된다.


임마를 팔로워하거나, 혹은 임마 같은 모델들, 아니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모델들의 인스타그램만 팔로우해도 임마에게 가지는 친근감과 매력을 설명할 수 있다. 이 때 그들이 가지는 메타포는 중요하다.

그들은 항상 1) 사진을 통해 소통한다. 특히 이상적인 삶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 예시로는 언제나 자유로운 여행을 다니면서 매력적인 옷을 입고 있다.


2)그들의 얼굴과 몸매는 마르고 아름답다. 연예인과 같이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3) 그들이 마시는 커피, 방문하는 카페, 그들이 사는 공간의 사진은 항상 매력적인 색감이거나 조화로운 색감을 가지고 있다.

4)그들은 인기가 많다. 팔로워가 많다는 그 자체로도 팔로워를 끌어들일 수 있다. 임마는 최근 MZ 세대가 주목하는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2),3)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조건들이며, 각 조건을 모두 만족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조건을 만족할수록 팔로워가 많아지며, 이 조건을 하나라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되고 싶은 나(Wanna Me)’로 사진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이라면 digital me 개념인 ‘내가 아는 나(Known Real me)’로 인한 편견이 자신을 가로 막을 수 있고, ‘되고 싶은 나’가 되기 위해 억지로 사진을 꾸밀 수도 있다. 포토샵을 통해 자신의 다른 얼굴을 올렸다가 나중에 실제 얼굴이 드러나자 인플루언서에서 격하되는 경우도 있다. 허나 virtual model인 임마는 이 문제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점이 사람들에게 편안한 매력을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다른 설정이 더 추가될지 궁금하게 하는 색다름을 느끼게 한다.


임마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무궁무진하다. 애초에 개성이 1)가상 모델 2)일본인 3)여자 라는 점을 빼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설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쇼룸은 가장 쉬운 방식을 택했다. ‘인플루언서의 방을 보여주겠다’라는 컨셉이다. 한국에서도 <나혼자산다>나 <온앤오프> 등의 연예인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그들의 집과 일상을 공개한다. 하지만 이 예능들은 편집, 카메라의 개입, 예능에서 화제가 될 만한 휴일을 고르고, 대본도 제공된다. 임마의 쇼룸은 똑같이 인플루언서의 집, 일상을 보여주지만 낮부터 밤까지 끊임없는 무편집 영상을 제공하게 되면서 관람객에게 더 실제 같은 모습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플루언서의 트렌디하고 코지한 방을 엿보고 따라 사고 싶다는’ 관객의 욕망이 충족된다. 그래서 ‘24시간 나만의 공간을 보낼 수 있는 이케아 룸’이라는 스토리텔링이 쉬워진다. 또한 실제 사람이 쓰는 방이 아니기 때문에 가구 배치나 벽 인테리어는 유동적으로 신제품을 추가하고 뺄 수 있다. 트렌드에 맞게 사계절, 몇 년이고 사용할 수 있는 레파토리인 것이다.


임마의 두번째 홍보 강점은 정체성 혼란이나 인권 문제, 이미지 타격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자신을 꾸며내는 연예인과 모델은 이미지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겪거나 화려한 무대 뒤에서 심리적 혼동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임마는 아직 영화<Her>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추지도 못했고, 그저 이미지와 CG로 존재하는 허상의 인물일 뿐이다. 실제 인간 모델이 발생시킬 위험이 줄어든다. 연예인들의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 음주운전 문제등으로 광고 모델의 이미지 타격이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원하는 어떤 컨셉이나 연기도 모델에게 요구할 수 있다. 또 문제나 수정 사항이 발생할 때 재촬영이 아닌 수정만 거치면 언제든 재편집이 가능하다. ‘사생활을 마음껏 엿볼 수 있는 모델’, 브랜드가 원하는 트렌디한 마케팅 이미지를 완벽하게 제공하고 있는 임마, 단연 최고의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임마의 세번째 홍보 강점은 인간이 아닌데도 ‘인간다움(humanity)’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임마 뒤에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모른다. 그녀를 CG로 구현한 사람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s586r8PMlSk.


이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임마가 매트 위에서 요가를 하는 모습에서 자기관리를 하는 모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똑같이 이케아 DIY 가구를 조립하며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에서 웃음과 애처로움과 웃김을 느끼기도 한다. 밤에는 음악을 틀고 소파에서 춤을 추는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기며 그녀가 한 팩이 어디 제품일지 궁금해 한다. 그녀의 삶이 자취를 하는 1인 가구를 모방했기 때문에 거기서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로봇의 이질적인 모습 때문에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긴 커녕 오히려 매력적이기만 한 그녀, 우리는 그녀의 방을 보며 그녀의 방을 모방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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