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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린 Apr 06. 2022

약은 먹지 않았습니다

나한 얼굴(유물번호: 부여-004618)


됐나요?


몸에는

십 몇년이더라…

약을 먹은 기억이 쌓여있습니다.


선생님도 아실겁니다.

동영상을 압축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동영상의 비슷한 부분을 싹둑 잘라 저장하는 것이란걸요.


제가 직전에 먹은 약이 오늘 아침약인지 어제 저녁약인지

떠올려보자면

분소의를 입은 대머리의 제가 물을 머금고 약을 쥐고 있습니다.

왜 분소의에 대머리로 편집 됐을까요?

기준이 뭔지 알 수도 없게 됐는데

사회에서 통용되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소름이 끼칩니다. 아무리 제 모습이라도.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뭐라시는지 들리지 않습니다.

위로라면 괜찮습니다. 충분합니다.


문제는 항상 그거죠. 이 기억으론 약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그 모습에 골몰해 있다가… 냉장고 문을 닫고 맙니다.

약을 더 먹어도 문제지만, 편집할 영상이 많아지는 것도…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곤란하실텐데.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선이 이것일 뿐입니다.

그런걸 보통 뭐라고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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